[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여권 내 ‘역할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한껏 띄우면서다. 정치권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퇴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책사'이자 기획자인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역할을 두고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국민의힘 지도부·주요 부처 장관 등과 함께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한 윤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국민통합'의 가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통합위 활동과 정책 제언이 제게도 많은 통찰을 줬다고 확신한다"며 "이것들이 얼마나 정책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통합위는) 우리나라에 있는 위원회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위원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현재 정부·여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인해 대대적인 변화의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이 이날 회동에서 국민통합과 반성을 언급한 부분도 이러한 요구를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한길 역할론'의 급부상도 그 일환이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계 정당의 원로 정치인으로서 다수의 선거를 기획한 '전략가'이자 숱한 탈당·합당·창당을 반복해 '창당 전문가' 혹은 '정당 분쇄기'로 불리는 인물이다. 2016년 이후로 일선에서 후퇴한 김 위원장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복귀해 윤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현재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할 만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김 위원장의 국민통합위 활동과 민주당계 정치 행적이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역할을 두고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우선 신당 창당설이다. 숱한 정계 개편 이력을 보유한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 중심의 신당 창당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앞서 지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도 대통령의 정계 개편 가능성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의 역할론에 주목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신당을 만들어서 지금 윤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선거 전략상으로 이미 윤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상당히 떨어진 상황 속에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설도 급부상하는 중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오는 23일 출범 예정인 가운데 혁신위원장 후보군으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김 위원장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2기 체제의 조기 퇴진 후 김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수립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층에서 김한길 비대위 체제를 인정하겠느냐"며 일축했다.  

아울러 여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혁신위·비대위 모두 등판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윤심' 이미지가 강한 김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을 맡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김 대표의 2기 체제가 빠르게 와해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 점에서 비대위원장 역할론도 부정적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곧 있으면 총선 체제로 넘어가지 않나. 오히려 김 위원장이 총선기획단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총선기획단은 당의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아 총선의 실무를 담당하는 기구다. 현재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 출신의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해 당 안팎으로 수도권 위기론의 대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과거 김 위원장은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 걸쳐 두 차례나 총선기획단장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지난 21대 총선 당시 야권의 대표적인 선거 기획자인 '양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민주당의 당시 총선기획단에 합류해 승리에 일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