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예고 없이 오는 법이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습으로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고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의 유혈 충돌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공휴일 새벽에 허를 찌른 대규모 공습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물론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이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전면전으로 치닫는 이-팔 충돌은 중동을 넘어 글로벌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 전선이 유럽에 이어 중동으로까지 분산되면 아시아에 대한 안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려 든다면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다.

하마스의 공습은 핵무기나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만으로 국가안보를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하마스와 보다 월등한 대규모 포격 전력을 갖췄다. 정부와 군 당국은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북한의 1000문 이상의 장사정포와 20만 명 규모의 특수작전부대 등에 맞설 대비책 강화와 요격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해전(海戰) 하면 충무공 이순신을 떠올린다. 그러나 충무공 이전에 왜(倭)로부터 우리 바다를 지킨 장군이 바로 6세기 신라 장군 이사부(異斯夫, ?~?)이다.

이사부는 내물왕의 4세손으로, 일명 태종(苔宗)이라고 한다. 그가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한 것은 실직(悉直, 삼척) 군주였고, 2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이사부는 삼국 중 가장 약체였던 신라를 한반도의 주역으로 끌어올린 영웅이다. 지증왕·법흥왕·진흥왕 3대에 걸쳐서 57년 동안 신라 중흥을 위하여 활약했으며, 화랑을 창설하고 통일대업을 준비한 인물이다. 그가 시작한 정복전쟁은 김유신의 삼한일통의 대업으로 열매를 맺게 된다.

이사부는 지장(智將)이었고 명재상이었다. 그의 활약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우산국(于山國, 울릉도)을 병합하였다. 둘째, 진흥왕에게 역사 기록서인 <국사> 편찬을 제안했다. 셋째, 고구려의 도살성과 백제의 금현성을 함락시켰다. 넷째, ‘화랑’을 앞세워 가야국을 병합했다.

512년(지증왕 13). 실직 군주로 임명된 지 7년 후, 이사부는 하슬라주(何瑟羅州, 강릉) 군주로 임명되어 우산국과 독섬(독도)을 신라에 귀속시켰다. 안변에서 흥해까지 1천 리 동해안이 이사부가 있어 신라의 품으로 들어왔고, 왜국의 출몰이 사라졌다.

545년(진흥왕 6) 7월. 이사부는 진흥왕에게 “국사는 임금과 신하의 잘잘못을 기록하여 만대에 포폄(褒貶)을 보이는 것입니다. (국사를) 정리하여 편찬하지 않으면 후대에 무엇으로 살피겠습니까?”라며 국사 편찬을 건의하였고, 진흥왕은 거칠부(居柒夫)에게 명하여 <국사>를 편찬하게 하였다.

550년(진흥왕 11) 1월에 백제가 고구려의 도살성(道薩城)을 함락하고, 3월에 고구려가 백제의 금현성(金峴城)을 점령하였다. 이사부는 양국 군사가 피로한 틈을 타서 ‘어부지리(漁父之利) 전법’으로 두 성을 빼앗고 한강 유역을 공략할 교두보를 확보했다.

562년(진흥왕 23) 9월에 가야가 반란을 일으키자 이사부는 부장(副將) 사다함(斯多含)과 새롭게 재편된 ‘화랑’을 전선에 배치해 백제와 왜의 지원군을 무찌르고 대가야를 멸망시켰다.

신라의 군사적 기반을 닦은 병부령 이사부가 있었기에 신라가 삼한일통을 할 수 있었고, 고려와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의 뿌리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사부의 ‘우산국 정벌’은 독도가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이후 1432년 <세종실록지리지>에 우리 땅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한반도 동쪽 변방의 작은 나라 신라를 삼국의 중심으로 이끈 이사부 장군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元勳新國大豪雄(원훈신국대호웅) 원훈은 신라의 큰 호걸과 영웅으로

以小擴張東北中(이소확장동북중) 작은 나라를 확장해 한강 변 중심으로 변모시켰네

悉直强兵無敵動(실직강병무적동) 삼척에서 수군(강병)을 무적의 군으로 훈련시켰고

于山倂合有謀攻(우산병합유모공) 우산국 합병은 계교로 공략하였네

伽耶屈膝興隆始(가야굴슬흥륭시) 대가야를 항복시켜 국가 중흥을 시작했고

麗濟圖謀偏僻終(여제도모편벽종) 고구려 백제를 정벌하여 구석진 나라를 탈피했네

褒貶是非論竹帛(포폄시비논죽백) 잘잘못에 대한 포폄을 위해 <국사> 편찬을 건의했고

三韓一統奠其功(삼한일통전기공) 삼한일통의 그 기반을 닦았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