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대권에 도전하실겁니까.”

국정감사가 중반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이다. 여야 의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향후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잠룡 테스트를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반면, 김 지사는 그런 생각 지금 해본 적이 없다며 일축했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인사들이 대통령이 되거나 대선 후보가 된 적이 있는 만큼, 대권 출마 여부 질문은 필수 문항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 두 사람이 당내 주류와 각을 세우는가 하면, 두 사람 간 정책대결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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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에 도전하실겁니까여야 의원 질문에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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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주류견제속 기본 소득두고 정책 대결 치열

국정감사가 2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공통적인 질문이 나왔다. 바로 대권 출마 여부다. 김 지사는 지난 17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에서 해당 질문을 받았다.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최근 김 지사의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으며 경기지사 한 번 하고 말겁니까. 다음에 대통령 출마할 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지사는 그런 생각 지금 해 본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권 의원이 대통령이 최종적 꿈인 것 같다라고 언급했으나 김 지사는 말을 아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전날인 16일 차기 대권 도전 질문을 받았다. 오 시장은 행안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강병원 의원으로부터 오늘 많은 의원들의 질의가 있었는데, 다음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질의한 경우도 많았다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대권 도전이라는 게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재차 기회가 오면 도전하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그걸 꼭 답변을 드려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국감에서 화두가 된 오세훈-김동연 대권출마

오 시장과 김 지사는 대권 질문과 관련해 각각 대권 도전이라는 게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생각 지금 해 본적이 없다는 말을 했다. 이 발언 뒤에 어떤 심중이 담겨 있을까.

오 시장의 경우 용산 대통령실과 관계가 나쁘지 않다. 오 시장이 8월 새만금잼버리대회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잼버리 참가자들의 숙박과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대통령실에서 서울시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을 두루 만나는 등 현역의원들과의 소통도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오 시장과 식사 한 번 하지 않은 의원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여기에다 보수진영 대권 후보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다음으로 지지율이 높다는 점에서 오 시장이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부인할 필요가 없다.

김 지사의 경우 보수와 진보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중도의 성격이 짙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을 당시부터 이 대표의 대안으로 늘 김 지사가 거론됐다.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경제통이며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 경험이 부족하고 당내 세력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민주당 최대 주주격인 호남 기반이 없는 데다 민주당 지지층들을 뭉치게 할만한 결집력이 부족하다. 때문에 경기지사로서 성과를 내세우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점에서 그런 생각 지금 해 본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친명과 비명계 간 계파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면 자칫 대권행보를 그르칠 수도 있다. 국정감사 기간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여사의 법카 유용 논란과 발언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 비판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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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발언에 지자체장 치적 강조하기 경쟁

여야 잠룡인 두 사람은 국정감사에서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 내 주류들과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국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평가는 장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위치를 이전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닐 수 있다고 헸다. 국방부가 홍 장군 흉상을 육사에서 독립기념관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에 대해 오 시장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김 지사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부인 김혜경 여사를 둘러싼 법카 유용 논란에 대해 “226일부터 324일까지 (감사) 했다. 감사 결과 최소 60여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 그래서 업무상 횡령, 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면서도 감사는 제가 취임하기 전 이미 다 이뤄졌다고 했다.

김 지사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법인 카드 유용 의혹을 처음 폭로한 제보자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국민의힘을 막아서는 등 방어전을 펼쳤으나 정작 김 지사가 의혹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논란이 되자 김 지사는 일부 언론과 유튜브 방송 채널에서 왜곡해서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작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김 지사가 전임자였던 이재명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생긴 불편한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치적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기후동행카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등 서울시 정책 관련 질문에 적극 대응했다. 실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대통령 지시, 혹은 다른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치사업 아닌가라고 따져묻자, 오 시장은 마치 대통령 의지 때문에 떠맡아서 하는 것처럼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제가 먼저 발제했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 역시 이 대표의 기본소득과 자신의 정책인 기회소득차별화를 시도했다.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똑같은 금액을 교부하는 기본소득과는 반대로, 기회소득은 예술인 등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개념이다. 김 지사는 기회소득은 기본소득과 전혀 차원이 다르다같이 비교해서 (기본소득을 기회소득으로) 바꾸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과 김 지사가 경쟁하는 모습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수도권 광역교통 문제를 두고 오 시장이 기후동행카드를 발표하자 김 지사는 ‘The() 경기패스를 꺼내들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다. 김 지사는 내년 7월부터 더 경기패스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서울시의 무제한 대중교통 정책인 기후동행카드사업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경기연구원, 경기교통공사, 경기버스조합 등 전문가들과 논의해 정확한 예산을 산출한 뒤 더 경기패스 추진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더경기패스 사업은 전국 어디서나 연령 제한 없이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기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 주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 광역교통요금두고 오, ‘기후동행더 경기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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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후동행카드는 월 65천원의 교통카드를 사면 서울 시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다. 다만 다른 지역에서 운행하는 광역버스와 신분당선 등 도시철도에선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경기도, 인천시에 협력을 요청했지만 경기도가 이를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세운 것이다. 두 잠룡이 고질적인 문제인 수도권 광역교통 문제로 격돌하는 배경에는 하루 평균 271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어서다. 광역 교통망은 민심 확보 경쟁의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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