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강조한 제3지대, 최종 목표는 개헌  
10.11 보선 결과, '무당층 30%' 수익 모델 '빨간불' 켜진 제3지대

(왼쪽부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지난 13일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신당 대표 간 '상견례' 격인 이날의 화두는 제3지대의 빅텐트론이었다. 정치 개혁을 꿈꾸는 이들 간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10.11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곧 제3지대의 틈바구니가 더 좁아졌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과연 제3지대의 빅텐트는 거대양당의 태풍을 버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3지대 빅텐트의 목표는 개헌 

제3지대의 빅텐트에는 누가 들어오고, 목적은 무엇일까. 이날 금 대표는 "신당 창당을 통해 정치개혁을 하려는 개인이나 세력은 진보·보수에 상관없이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금의 정치를 바꾸고 싶은 이들은 모두 빅텐트의 입주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 대표는 이전부터 현재의 정치 체계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금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강성 팬덤에 기댄 편 가르기 ▲힘 있는 지도자에 대한 맹종 ▲민생과 상관없는 정체성에 대한 집착을 꼽았다.

금 대표에 따르면 나쁜 정치는 곧 정치 신인의 충원에도 영향을 준다. 금 대표는 "(양당은) 모두 무비판적으로 주류를 따르고 강성 지지층의 인기를 갈망하는 순응형 인사를 우선적으로 영입한다"며 "때때로 들어오는 합리적 인사들마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변화의 계기를 찾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3월경 김진표 국회의장도 금 대표와 동일한 비판을 한 바 있다. 김 의장은 현재의 양당제 아래서는 양 진영을 위해 투쟁하는 전사들만 양성한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는 초선의원(151명)이 당선자의 과반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초선의원의 패기는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의 불합리를 지적한 이들은 '초선 5적'이란 딱지가 붙었고, 당의 주류에 편승한 이들은 '연판장 돌리기'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에 금 대표는 정치 개혁을 위한 제3지대의 단계별 과제를 제시했다. ①22대 총선서 최대 의석수 확보 ②21대 대선서 집권 ③개헌이다. 다만 1단계 과제인 총선에서의 유의미한 결과부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금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제3지대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를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 대표는 "기존 정치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예시로는 저출산에 대한 해결책을 예시로 들었다. 구체적으로 주거 문제와 교육 문제에 대한 해법을 얘기했다. 금 대표는 주거 문제의 경우 극소수를 제외한 30세가량의 연령층에게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도입한다는 안을 거론했다. 아울러 교육 문제의 경우 '사교육의 준공영제' 혹은 '학원비 상한제를 통한 사교육 수준 평준화' 등을 제안했다. 

금 대표는 제3지대 빅텐트가 총선 국면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빅텐트의 인지도 있는 후보들이 집단 출격할 경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도권·정책 등을 강조한 금 대표의 빅텐트론은 제3지대의 필승 공식으로 불리는 '대권주자급 인물·지역 기반'의 부재를 대체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뉴시스]

이날 양 대표는 오히려 신당의 필승 공식은 곧 신당의 필패 공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양 대표가 거론한 신당의 실패 사례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다. 2016년 창당한 국민의당은 안 의원이란 대권주자와 호남이란 지역 기반을 통해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 23석을 포함해 총 38석의 의석수를 획득했다. 이에 양 대표는 "그러나 '안철수당'이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장악력을 갖춘 안철수 대표는 리더십보다는 오너십으로 당을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그 예시로는 안 의원이 보수정당인 바른정당과 합당하며 호남 민심을 저버린 사례를 들었다. 그 뒤 안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에 출마해 호남 유권자들에게 과거 합당을 사과했지만, 다시금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했다는 비판이다. 

아울러 양 대표는 "지난 9월 국민의힘 합류를 선언한 조 의원은 당내 의사결정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당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시대전환과 정치적·정책적 접점이 부족한 국민의힘과의 합당 과정은 오롯이 개인의 욕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물론'은 곧 정당의 대표 정치인의 유불리에 따라 정당 전체가 휘둘리는 단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양 대표는 특정 지지 기반은 곧 정치를 망친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민주당 호남홀대론'을 주장한 2016년 국민의당의 행보는 지역주의 극복의 퇴행으로 귀결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재 정치권의 해결 과제인 강성 팬덤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양 대표는 진보층의 개딸(이재명 강성 지지층)과 보수층의 태극기 부대를 두고 "(특정 지지 세력은) 마약과 같은 존재다. 잠깐은 좋지만, 당의 외연 확대를 막고 정책 역량을 줄여서 결국 미래를 망친다"고 비판했다. 

'1%대' 넘지 못한 제3당의 현주소

이정미 정의당 대표 [뉴시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 [뉴시스]

작금의 정치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제3지대가 가진 가장 큰 명분이자 무기다. 앞서 제3지대의 논의가 급물살을 탄 시점도 무당층의 급증 현상이 지적된 올해 상반기부터다. 제3지대는 양당의 '막장 정치'에 실망한 무당층 30%를 사로잡겠다는 계획에 따라 출발했다. 

하지만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결과는 제3지대의 우려감을 증폭시켰다. 이번 보궐선거는 여·야의 총력전으로 치러진 가운데 정의당과 진보당은 1%대 득표율에 머물며 고전했다. 당초 금 대표와 양 대표의 신당도 이번 보궐선거에 참전할 것이란 전망이 오갔지만 결국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진보정당들의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하면 제3지대는 오히려 위기를 빗겨간 모양새가 됐다. 

문제는 22대 총선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국민의힘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득표율 17.2% 차이로 승리했다. 민주당은 지난 1년간 제3지대가 지적한 나쁜 정치의 한 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선거를 압승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제3지대의 '무당층 30%' 수익 모델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이와 관련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도 지난 19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제3지대가) 어떤 문제의식에서 왜 출발했는지는 알지만 저는 중도주의라는 건 없다고 본다"며 "무당층이 사안별로 정책적·정치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정당은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는 점"이라며 "무슨 가치를 실현하고 누구를 우선해서 대변하는가를 가져야 하고 그다음에 연합 정치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도·모두를 대변한다. 이런 것은 정치학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6월경 한국의희망의 창당발기인대회에서도 나온 물음이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JTBC 소속 한 기자는 "한국의희망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고 물었다. 당시 양 대표는 "어떤 정당이 '누구를 대변한다'고 한다면 다른 누구는 어떻게 되나"라며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대변하고 미래 세대들을 대변하고자 한다"고 답변했다.

제3지대의 최대 적수, 현행 선거제도 

[뉴시스]
[뉴시스]

제3지대가 지적한 나쁜 정치는 곧 양당제의 폐해다. 아울러 현행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33.4%)과 국민의힘(33.9%)은 총 67.3%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다. 하지만 양당은 300석 중 283석의 의석수를 차지해 94.3%의 의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대로 소수정당들은 32.75%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음에도 의석 점유율은 4%(11석)에 불과하다. 

득표율과 의석수가 불일치하는 불비례성이 높다 보니 대량의 사표가 발생한다. 다양한 민의는 왜곡되고 오직 승자만이 남는다. 그 승자독식 구조는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승자만 허락하는 소선거구제의 특성으로부터 나온다. 

제3지대는 양당의 '제로섬 게임'을 타파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22대 총선은 그 게임의 룰 안에서 치러야 한다. 현행 선거제도 아래서 제3지대가 불리한 이유도 결국 사표 방지 심리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당의 승리"라며 "윤석열·이재명은 절대로 안 된다는 그 심리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끈다. 이런 상황에서 제3당에게 표를 줄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위성정당은 승자독식의 악순환을 더 강화시켰다. 지난 20대 국회는 다당제를 실현하기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당시 거대양당은 한 개의 의석수라도 뺏기지 않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만을 위한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그 결과 소수정당의 의석수는 줄고 양당의 비례 의석수는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다당제를 위해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오히려 21대 국회에서 다당제의 순기능을 앗아갔다. 협치는 사라지고 탄핵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남발이라는 극단 정치가 펼쳐졌다. 쟁점 법안들은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헌법재판소로 향하기 일쑤였다. 

이에 소수정당과 양당 간의 관계도 달라지는 추세다. 지난 20대 국회의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의 구성 요건인 20명 이상의 현역 국회의원이 참여한 정당이다. 두 당은 쟁점 국면에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며 국회의 중심을 잡기도 했다. 

21대 국회의 경우 6석을 가진 정의당이 최다 의석수를 보유한 제3당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기본소득당·시대전환·진보당·한국의희망은 전부 1석만을 보유 중이다. 이렇다 보니 소수정당들이 거대양당의 한 진영과 긴밀한 협력을 맺는 상황이 이어졌다. 확실한 우군을 정하지 않은 정의당은 사안마다 양당의 지지자들에게 상대 당의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선거제 개편이 현행 선거제도를 답습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소수정당들은 22대 총선은 물론 22대 국회에서도 양당과의 협력에 의존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제3지대는 거대양당과의 합당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에 제3지대는 거대양당만 유리한 불리한 상황에서 22대 총선에 도전한다. 하지만 금 대표가 띄운 빅텐트에 합류할 예비 입주자들이 다수 거론되는 만큼 제3지대의 경쟁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정의당에서 제3지대와 교류를 이어가는 '세 번째 권력'은 연일 당의 내홍에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 지도부가 끝내 제3지대와의 연합을 거부할 경우 탈당의 가능성도 유력하다. 

최대 변수는 유승민 전 의원의 신당 창당이다. 온건·개혁 보수 성향이 강한 유 전 의원은 12월 전에 국민의힘 탈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제3지대와 유 전 의원은 아직 접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이 지향하는 정치적 행보가 일치하는 만큼 유 전 의원의 결정에 따라 빅텐트 합류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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