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방지법 국회 규칙 2년간 '방치'
'코인 논란'서도 화두된 이해충돌방지법

2021.4.29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2021.4.29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10월 정치권의 화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과 국회의 국정감사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두 사안 모두 '이해충돌방지법'의 위반 여부가 관건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200만 공직자 전체에게 청렴과 공정의 척도로서 적용되는 법이다. 국회는 예외다. 오직 국회만이 해당 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 규칙을 제정하지 않았다. 10월 23일 기준으로 522일째 입법부작위가 진행 중이다. 

법 방치한 국회, 헌법재판소행  

이해충돌이란 공직자의 공적인 직무가 사적인 이해관계와 충돌해 직무의 공정·청렴성이 저해될 우려를 뜻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그 위험성을 사전에 신고하고 이해충돌의 회피 및 기피 신청에 초점을 둔다. 부패에 대한 사후 대책이 아닌 사전 예방책인 셈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된 결정적 원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다. 지난 2021년 LH 직원들의 내부정보를 활용한 땅 투기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 결과 국회에서 8년간 계류 중이던 이해충돌방지법은 전격 제정된 바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현재 그 취지대로 고위공직자의 공정성을 감시하는 척도로 기능하는 중이다. 현재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포함된 상태다.

아울러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해충돌 위반 소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광복절 특별 사면 심사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의 남편이 해당 그룹의 임원인 점을 지적했다. 이에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오전 감사에 신고 회피를 해야 한다고 말한 뒤 오후 감사에는 신고 회피 의무가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 앞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국회는 2년 가까이 이해충돌방지법의 하위 법령인 국회 규칙을 제정하지 않은 채 방치 중이다. 국회 규칙의 부재할 경우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인 사전 신고의 기능이 사라진다. 

국회법 제32조의 4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본인 및 가족과 관련된 사적 이해관계 사항들을 당선 후 30일 이내·변경 사항 발생 시 10일 이내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이 중 이해관계의 등록 및 절차에 대한 세부 사항은 국회 규칙에 따른다.  등록의 근거인 규칙이 없다 보니 제도의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참여연대는 지난해 9월경 헌법재판소에 입법부작위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참여연대 측은 국회가 이해충돌방지법의 국회 규칙의 부재를 근거로 정보공개청구 요청을 거부하자 국회의 입법부작위가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헌법소원 심판청구문에서 "(국회법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은) 각 호를 규율하는 국회규칙이 없이는 애초에 그 등록부터 불가능한 것이며, 그 법의 집행 자체가 불가능한 내용의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법안 발의도 이해충돌? '코인 논란' 나비효과 

김남국 무소속 의원 [뉴시스]

국회가 이해충돌방지법의 국회 규칙을 논의한 건 단 한 차례다. 지난 1월 25일 국회 정치개별특별위원회 국회선진화소위원회는 최초로 국회 규칙에 대한 여·야 간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이해충돌방지법과 국회 규칙 제정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반면 정치권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띄운 코인 거래 논란이 터지자 조속히 이해충돌방지법의 개정에 착수했다.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은 지난 5월 5일 최초 보도됐다. 그 뒤 20일 만인 지난 5월 25일 여·야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69명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에 따라 국회의원 및 가족은 보유한 가상자산을 윤리심사자문위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가상자산도 국회 규칙에 따라 등록해야 하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은 없는 상황이다. 

코인 논란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방지 범위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현행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안건 심사 혹은 국정감사 등의 활동과 관련한 이해충돌의 회피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제는 코인 논란 이후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에 대한 이해충돌 소지가 지적됐다는 점이다. 

당시 윤리특위 자문위는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유 여부를 신고받은 결과 총 11명의 의원이 가상자산을 보유한 적이 있다고 자진 신고했다. 11명의 의원 중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1년 '소득세법 일부법률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개정안은 가상자산의 과세 시점을 1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김홍걸 민주당 의원도 지난 2022년 '소득세법 일부법률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개정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의 소득세가 부과되는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변경해 주식과 마찬가지로 5000만 원까지 소득공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에 착수한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지난 9월경 "이해충돌방지법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의 제·개정 시, 직무 회피 의무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의 직무, 즉 상임위 활동과 관련한 가상자산의 보유 및 거래 과정에서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 등을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제도 입법 논의와 쟁점' 보고서는 국회의원의 입법 및 의사결정 분야가 광범위한 만큼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른 공직자에 비해서 훨씬 넓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하원의원은 하원의사규칙 제3장 제1조에 따라 개인적·금전적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본회의 표결 의무가 면제된다. 아울러 미국의 상원의원은 상원의사규칙 제37장 제4조에 따라 의원 및 가족의 재정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거나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제약할 경우 소극적인 의정 활동을 펼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관련한 이해충돌방지법의 후속 논의는 필요하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가 제안한 개정 방향은 ▲사적 이해관계 정보의 '의무적 사전 공개' ▲윤리심사자문위 권한 강화 ▲윤리특위 상설화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의 등록은 의무이지만, 의원 본인에 대한 정보 공개는 선택이다. 사적 이해관계에 대한 공개 의무화는 시민적 감시하에 놓이도록 하자는 취지다. 

참여연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방지할 윤리심사자문위를 독립적 권한을 가진 상설기구인 '윤리 조사위원회'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리특위의 상설 기구화를 제안하며, 과반수 이상의 외부 인원을 두어 심사 및 징계의 중립성 확보도 강조했다. 

지난 7월경 윤리심사자문위는 코인 논란이 불거진 김 의원에게 가상자산 거래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제적 권한이 없는 만큼 김 의원은 제출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그 뒤 윤리심사자문위는 김 의원의 '제명'을 권고했지만, 여·야 국회의원이 동수로 구성된 윤리특위에서 부결됐다.  

[알려왔습니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위 기사관련 10월 30일 본지에 "1011일 법사위 국감에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사면 심사에서 회피하였고 일체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라고 전했왔습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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