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참패에 총선 적신호 켜진 與, ‘용산 2중대’ 오명 탈피 급선무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전당적 혁신 과업에 돌입한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의 성패가 향후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기현 2기 체제는 수도권‧비주류에 방점을 둔 핵심 당직자 교체에 이어 혁신위원회 및 총선준비기구 출범을 준비하는 등 당 전면 쇄신에 준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친윤’(친윤석열) 키워드를 매개로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관계에 매몰된 여당의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이 또한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정부와 국정 방향성을 공유하며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민심 향배를 정확히 읽어내 이를 여과없이 전달하는 등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다. 이는 김기현호 국민의힘이 자생력을 높이며 민심과 접점을 넓혀가는 ‘총선 자구책’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내년 총선에서 보수정당 지지 보류층과 중도층 표심을 움직일 패스워드라는 분석이다.

“지역별, 계층별, 세대별로 확인된 다양한 민심을 여과없이 대통령과 정부에게 직접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 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경제 현안과 민생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더욱 진지하게 경청하고 민심과 괴리되지 않도록, 당이 민심 전달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 관계 재설정을 예고한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 4역은 지난 17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예정에 없던 오찬을 가졌다. 전날 대통령실 직속 기구인 국민통합휘원회 만찬에 이어 새 닻을 올린 당 지도부와 식사 자리를 가진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김기현 2기 체제에 대한 용산의 재신임을 대외적으로 알리며 내년 총선까지 힘을 실어주려는 의중이 담긴 자리로 해석됐다.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찬 자리에서 향후 정책 설정에서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뜻을 대통령실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현장 민심을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민생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대통령실이나 정부와도 시시각각 당의 이러한 방침을 공유하며 국정에 반영하려는 게 김 대표의 뜻”이라고 밝혔다. 

여당 지도부와 용산 대통령실은 소통 창구인 고위당정협의도 주1회씩 가지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보궐선거 참패 후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꿔야 한다는 당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에 대한 당내 의견은 분분하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원론적 메시지에 불과하다며 수직화된 당정관계는 오히려 심화될 것이란 비판과, 당정간 거리 벌리기가 능사는 아니라며 김 대표의 민심 주도론을 옹호하는 의견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김 대표의 (19일) 최고위 발언은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어쨌든 ‘친윤’ 코드를 달고 지도부에 입성한 김 대표다. 용산 그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감을 내비쳤다. 이어 “윤 대통령이 보궐선거 참패라는 처참한 성적표에도 김 대표를 믿어준 만큼, 반대로 대통령실을 향한 김 대표의 충성도가 올라가지 않겠나”라며 “결과적으로 김기현 2기 체제는 오히려 여당에 대한 용산의 그립력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친윤으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실과 여당이) 거리를 두는 게 과연 건강한 당정관계라고 할 수 있나”라며 “어설프게 거리두기를 시도했다가 자칫 보수진영 분열만 자초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민심을 청취해서 대통령실과 정부의 국정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도 여당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호 국힘, ‘용산 2중대’ 오명 벗을 수 있나

김기현 1기 체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안고 씁쓸히 퇴장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김기현 체제를 재신임하기로 총의를 모으면서 김 대표는 내년 총선까지 리더십을 이어가게 됐다. 이는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이기도 하다는 후문이다. 

당내 일각에선 여당의 김 대표 재신임 결정은 곧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후광이 건재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며 김기현 체제가 내구성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내년 총선까지 여당을 진두지휘할 전권을 유지하게 된 김 대표는 즉각 수도권과 탕평을 앞세우며 2기 체제를 꾸리고 나섰다.

다만 김기현 1기 체제로 치러진 지난 보궐선거의 근본적 패인이 ‘윤심’에 따라 선거를 촉발한 김태우 전 구청장을 공천하는 등 맹목적 당정관계에 있다고 지목된 만큼, 결국 김기현 2기 체제의 성공 여부는 향후 용산과의 관계 설정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책 수립 단계에서의 주도적 역할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할 말은 하는’ 여당으로서 자립해야 대통령 국정지지율에 무한 수렴하는 ‘부속 여당’의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여권 일각에서 분출한다. 

구 보수정당 출신의 한 정계 원로는 현 당정관계에 대해 “(여당이) 대통령 지지율과 무관하게 자력으로 지지율을 현 30%대 박스권의 늪에서 견인할 정도의 자체 어젠다와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기존의 수직적 당정관계가 지속된다면 현 집권당은 ‘용산 2중대’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 여당 지지율이 40%대를 온전히 돌파하지 못하면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과 별개로 국민의힘이 정당지지율에서 경쟁력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결국 김기현 체제는 효능감을 잃고 도태될 것이라는 게 그의 추가 전언이다. 

실제로 이달 3주차 현재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을 기록하며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간신히 30%대를 지켜내는 등 불안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폭풍이 ‘당정 연좌제’로 반영된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전주 대비 3%포인트 하락한 30%를 기록했다. 국민의힘도 전주 대비 1%포인트 빠진 33%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주와 동일한 34%로 나타났다.  

이렇듯 당정으로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면 전환을 위한 돌파구 모색이 시급한 실정이다. 보궐선거 패배 후 적신호가 들어온 곳은 수도권뿐만이 아니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PK(부산‧경남)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당정의 ‘김태우 공천’ 실책이 책임론으로 확산하며 밴드웨건 효과(여론 편승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16~17일간 전국 남녀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3주 PK 지역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5.2%로 10월 1주차 조사(45.5%) 대비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상기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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