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호남·보수와의 인연 강조하며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선임
인요한, '용산 실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도 각별한 인연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위원장에 '특별 귀화 1호' 인요한 교수를 발탁했다. [뉴시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위원장에 '특별 귀화 1호' 인요한 교수를 발탁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가 인요한(존 린튼)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당 혁신위원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당 혁신기구를 맡을 적임자 물색에 난항을 겪었던 김기현 지도부는 이를 계기로 내년 총선 채비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교수의 당 혁신위원장 발탁과 관련해 "4대째 한국에서 봉사했으며,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에 대한 안목이 있다"며 "정치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계신 인요한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모신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김 대표는 인 교수가 전북 출신에 순천에서 자랐다며 호남과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외연 확장이 절실한 시점에 '호남인'인 인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며 서진(西進)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인 교수는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 2012년 우리나라로 특별 귀화한 1호 인사다. 과거 박근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선후보 캠프와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을 두루 거치는 등 구 보수권과도 접점이 깊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자란 만큼, 호남과의 정서적 연결고리도 두터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그는 최근까지도 국민의힘의 내부 강연 초청에 응하거나 용산 대통령실 직속 기구인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와 소통하는 등 집권 당정과 꾸준히 접점을 가져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다 보니 김기현 지도부도 당 혁신위원장으로 인 교수를 일찌감치 인재영입 우선순위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 교수는 여당의 꾸준한 '러브콜'에도 정계 진출 가능성엔 선을 긋고 있다는 게 복수의 여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인 교수는 최근 '용산 2인자' '용산 실세'로 지목되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의 인연도 재조명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인 교수는 그간 김 위원장과 꾸준히 만남을 가지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 및 통합위의 방향성을 논의, 공유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실제로 인 교수는 지난 2019년 공개적으로 김한길·최명길 부부와 제2의 고향인 전남 순천에 동행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과시한 바도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인 교수의 혁신위원장 발탁 배경에 김 위원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 교수에 대해 "한국형 앰뷸런스를 보급하는 등 국민들 관심을 끌만한 카드"라고 호평하면서도 "100%인지 아닌지는 알 수는 없지만 얼마 전에도 (인 교수가) 국민통합위원회와 활동도 같이 했다. 정말 (당내) 주류, 대통령실, 대통령 멘토라고 여겨지는 김한길 위원장과 같은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쓴소리나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봤다. 인 교수의 여당 혁신위원장 발탁에 김 위원장의 영향력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전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천 위원장은 이날 '인요한 혁신위'가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와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당 혁신 의제가 친명(친이재명) 등 당 주류에 짓눌려 결국 소기의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한 김은경 혁신위와 같은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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