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임 교체’ 반복적으로 요구한 사례 중심 -

[로엘 법무법인 박상홍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박상홍 변호사]

학부모의 민원으로 시달리다 결국 세상을 등지게 된 교사들의 비보가 잇달아 보도되면서 연일 교권과 교육활동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지난 13일에는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를 금지하는 ‘교원지위법’을 중심으로 한‘교권 보호 4대 법안(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과연 교육활동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교육활동’이란 무엇이고 ‘교육활동 침해’에는 어떤 행위들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교사의 교육활동 보장을 논의할 때, ‘교육권’ 내지는 ‘교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는 학습권을 실현하기 위해서 교사에게 학생을 지휘 또는 통솔할 수 있도록 주어진 권위 내지는 권한이라는 견해라는 큰 틀에서 그 의미와 범위가 개념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서는 학생·학부모의 권익과 상충되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약칭 교원지위법)」에서는 교원 보호의 궁극적인 목적이 교육활동 보호에 있음을 밝히며 ‘교권 침해’라는 말 대신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개념화하였고(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 「교육공무원법」은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천명하였다(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

교육활동 침해 행위라 함은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①형법상 상해·폭행, 협박, 모욕·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범죄 행위 ② 성폭력범죄 행위 ③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불법정보 유통 행위, ④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의미한다(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 각 호). 특히 실무상 빈번히 발생하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는 ①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의 범죄행위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②교육활동 중인 교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③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④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하여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 ⑤ 그 밖에 학교장이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행위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교육활동 침해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제2조 각 호).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형법상 범죄는 교육활동 침해라고 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보호자는 교육 현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으며(교육기본법 제13조 제2항),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말 못할 의견이나 부모들의 걱정을 교원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보호자의 의견 제시는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하지 않은 간섭이라고 용인될 수 있는 것일까?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판단함에 있어, 보호자가 교육당사자로서 하는 의견 제시는 부당한 간섭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음은 ①편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하며 약 3개월간 교육청 등에 민원을 넣고 아이의 등교를 거부하기까지 한 사안에서 부모 등 보호자의 교육에 관한 의견제시권 및 그 한계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보호자의 담임 교체 요구가 정당화되기 위한 요건을 설시한 바 있어 아래에서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두37858 판결 참조).

대법원은 우선 ① 헌법과 교육기본법, 교육공무원법, 초․중등교육법 등에 비추어,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고,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아니 되며, ② 부모 등 보호자의 의견 제시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원칙과 한계를 설시하였다.

이러한 전제 하에 ①‘학급을 담당한 교원의 교육방법이 부적절하여 교체를 희망한다는 의견’도 부모가 인사권자인 교장 등에게 제시할 수 있는 의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으나 ②학기 중에 담임에서 배제되는 것은 해당 교사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인사상으로도 불이익한 처분이며, 학교장에게는 학기 중에 담임 보직인사를 다시 하는 부담이 발생하고, 해당 학급의 학생들에게는 담임교사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설령 해당 담임 교사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교육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먼저 그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따라서 ③학부모가 정당한 사유 및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채 반복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위와 같은 해결 방안이 불가능하거나 이를 시도하였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그러한 문제로 인해 담임교사로서 온전한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비상적인 상황에 한하여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함을 명백히 밝혔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무분별한 담임 교체 요구뿐만 아니라, 교사에게 교육과정이나 평가 또는 생활기록부 기록 등에 관하여 반복적으로 간섭하고, 급기야는 악성 민원을 거듭 제기하는 유사 사례에서도 충분히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인 부당 간섭 행위라고 판단하여 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교육활동 보장에 대한 국민적 인식 수준이 제고되고, 교육활동을 보호할 장치도 더욱 확충되어 학교가 더 이상 교원과 학부모 간의 투쟁의 장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 박상홍 변호사 ▲ 서울대학교 졸업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검사/징계간사 ▲ 공군 제39정찰비행단 군검사(법무실장)/징계간사 ▲ 각 군 항고심사위원회 심사위원 ▲ 국군교도소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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