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이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띄우며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당 내부에선 새 혁신기구 출범의 효능감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당내 일각에선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고강도 인적 쇄신을 예고한 인 위원장이 혁신위 전권을 쥔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쇄신성 높은 공천룰을 착근시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면 또 한편으론 고도의 정무 감각이 요구되는 공당 혁신을 정치 이력이 전무한 원외 인사가 제대로 집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엄존한다.  

인 위원장은 지난 24일 취재진에게 "변화하고 희생할 각오로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라며 당 혁신의 최대 과제는 인적 쇄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 위원장이 이렇듯 강조한 인적 쇄신의 종점은 총선 공천이라는 분석이 파다하다.  

결국 인요한 혁신위가 공천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 의정 활동이 부실했거나 당내 또는 민심 평판이 좋지 않은 현역 의원들을 차기 총선 공천 대상에서 전면 배제하는 차원의 인선 기준 강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인 위원장이 당내 비주류인 비윤(비윤석열)계 세력과 통합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도 주요 관심사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구성 작업에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비윤' 천하람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에게 혁신위 합류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혁신위가 비윤계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스탠스를 어떻게 가져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김기현 당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혁신 전권을 부여하기로 약속했다. 또 어떠한 방식으로든 혁신위 업무에 당 지도부가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여전히 의사결정 구조상 혁신위가 혁신안을 내놓더라도 최종 의결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뤄지다 보니 인요한 혁신위가 파급력을 가져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당내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혁신위의 활동 기간도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본격화하기 전 최대 90일인 만큼, 혁신위가 대대적 공천 혁신을 주도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김기현 지도부는 총선기획단을 조기 발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 인요한 혁신위가 공천룰 개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요한 혁신위가 공천룰 개편까지 집도하기엔 물리적 여건이 받쳐주지 않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도 총선 전 핵심 인사권을 혁신위에 일임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길 수 있다. 11월이면 당 지도부 주도로 인재영입위가 출범할텐데, 혁신위가 인적 쇄신을 전방위적으로 단행하기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에 인요한 혁신위가 '용두사미'로 끝난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당내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인 위원장이 '용산 실세'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멘토로 잘 알려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당내에선 김 위원장의 후면 지원이 있을 경우 혁신위가 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기류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와 용산 관가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김 대표보다 김 위원장을 더욱 신임하고 있다는 후문도 심심찮게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인요한 혁신위의 성공 여부는 공천룰까지 권한이 닿느냐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인요한 혁신위에 대해) 김한길 위원장이든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든 물밑 지원만 있다면 김기현 지도부와의 확실한 교통정리가 이뤄지면서 2011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성공을 거둘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