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823일 친윤 공부모임 국민공감의 초대로 특강을 했다. 특강 전문을 읽어보니 인 위원장에 대해 잘 몰랐던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자리에서 인 위원장은 기자가 전화와 당신 국민의힘으로 출마한다고 들었다고 해서 쓰잘데기 없는 소리 말고 얼릉 끊으라고 말했단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시점에 그는 집권여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혁신위원장직에 대해 언질을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혁신위원장을 맡지 않았으면 가능한 질문이었다. 구체적으로 서대문에 출마하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필자다.

그런데 당 혁신을 위해 공천가이드라인부터 인적 물갈이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출마는 요원해진 셈이다. 정치에서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면 궁극적으로 자신도 당하게 돼 있다. 결국 인 위원장의 세대교체, 물갈이가 성공하려면 혁신을 금뱃지 달기위한 방편으로 삼아선 안될 일이다.

두 번째 그는 타협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말로 타협은 내가 손해보는 것이다. 미국말로 compromise손해보고 이긴 것이다며 한국의 타협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얼핏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정치와 미국정치는 문화가 다르고 뿌리가 다르다. 타협은 오히려 누가 손해보고 이기고 지는 게 아닌 서로 윈윈하는 게 타협이다. 특히 요즘처럼 강대강 정치로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가 무시되는 시절도 흔치 않았다. 그 원인은 손해를 보지 않고 이길려고 하거나 손해를 보면서라도 이기려고 상대를 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혁신위원장직을 하면서 수많은 타협의 순간에서 인 위원장은 상대방과 서로 윈윈해 상생하는 타협을 하길 바란다.

세번째로 인 위원장은 좌익진보라는 사람들은 철이 안든 로맨티스트라고 말했다. 자기가 전향한 386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좌익진보 운동권를 너무 순진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현재 좌익진보라는 사람들은 철이 너무 들어 노회한 로맨티스트들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임종석, 송영길, 이인영 등 대표적인 인사들은 20년 가까이 정치를 하고도 모자라서 총선이 다가오자 여기저기 출마를 위해 기웃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때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친노를 폐족이라고 엎드려 사죄했다. 그런데 DJ정권.노무현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까지 양지만 찾아다닌 이들이 정권을 빼앗겨놓고 다시 부활을 꿈꾸는 데 철이 안든 로맨티스트로 보는 것은 그들의 민낯을 보지 않았거나 보고서도 애써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다. 여야를 떠나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에서 청산돼야할 대상이다.

인 위원장이 중도 하차할지 여당을 혁신시켜 총선승리의 발판을 마련할지는 판단하기에 이르다. 그러나 당 혁신만큼 중요한 게 당에 대한 위상강화다. 용산의 입김이 존재하는 한 당이 바뀌어도 한계가 존재한다. 김기현 대표가 전권을 넘겨줬다고 하지만 김 대표에게 그런 권한을 준 사람들이 용산이다. 벌써부터 대통령 직속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막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윤석열 신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인 위원장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호남 출신으로 국민의힘 중책을 맡은 인사가 또 있었다. 순천 출신 이정현 전 당 대표다. 이 전 대표도 동분서주하면서 당을 추스리기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하차했다. 대표직과는 결이 다르지만 살얼음같은 자리가 혁신위원장 자리다. 정치는 플러스 마이너스가 분명하다.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는 눈물을 흘린다. 인 위원장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위해선 본인도 혁신의 대상으로 삼고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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