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번지수를 틀려도 한참 틀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여 집안 분위기가 흉흉한데, 돌연 이준석 신당론으로 들썩이자 인요한 혁신위를 띄웠다. ‘인요한 혁신위가 뜨기 전까지 필자도 인요한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신선하다. 그것을 노린 것이라면 인요한 혁신위는 일단 대성공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그렇게 한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대증요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인요한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당 기능을 상실한 국민의힘이 정당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혁신을 하느냐는 것이지, 누가 혁신을 하느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누가 혁신위원장을 하든지 국민의힘은 소생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에 필요한 혁신의 내용은 무엇인가? 사실 여의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천기누설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결별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야당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당의 근본으로 되돌아가라는 것이다.

정당이란 무엇인가? 정당법 제2조에서는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 정당을 정의하고 있다.

, 정당이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결사체로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정권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조직인데, 여기에서의 정권이란 행정부 권력뿐만 아니라 입법부 권력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은 행정부 권력과 입법부 권력의 이중 역할을 얼마나 조화롭게 하느냐에 따라서 국민의 지지를 얻고, 선거에서 승리하여 권력을 재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정당이 현대정치의 생명선으로 불리는 이유는 정부, 의회 등 기존에 존재하는 국가 기관들만으로는 다원화된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만들어진 국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강령 우리의 믿음9에서 우리는 정치가 정직하고 겸손해야 하며 모든 권력은 분립되고 견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너무나 지당한 선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믿음에 부합하는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가? 거대 야당의 대표가 전과 4범에 수많은 재판에 들락날락하는 품위 없는 사람이라고 깔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법부가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사법부 무용론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행으로 국가를 곤궁에 처하게 할 때,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른척하며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래서야 여당으로서의 위상이 세워지겠는가? 여당의 정치적 상대인 야당의 대표를 깔보는 것은 정직하고 겸손한 정치에 어긋난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사법부 무용론을 펼치는 것은 권력분립에 위배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에 대해 눈감고, 귀막는 것은 행정부 권력을 견제해야 할 소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구성됐다. 혹자는 비윤계를 포섭하지 못했다며 한계가 명확하다고 한다. 혁신의 내용으로 평가하지 않고, 혁신위원 개개인을 평가했기 때문에 나온 성급한 결론일 것이다. 필자는 인요한 혁신위의 성공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버릴 것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쇠귀에 경 읽기라고 해도 여당의 정치적 압력도 읽지 못하는 바보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그도 버릴 것을 버려서 여당에 힘을 실어줄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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