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혁신위, 정치실세 책임회피, 시간끌기, 쇼잉용...기대 없어
- 정치 뒷배없는 인 교수, 총선 또는 교체 쉬운 조커·와일드 카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요한 교수에게 아예 감정이 없다. 일면식도 없을 뿐더러 특히 정치인이 아닌 (아직은)일반인에게 험한 말을 한다고 오해할까 염려해서다. 국민의힘이 10.11 강서구청장 참패 수습을 위한 대책으로 유일하게 내놓은 혁신위원회 출범을 보면서 혁신위를 출범시킨 용궁(대통령실여당 지도부와 국민 중 누가 더 '붕어'에 가까울까 궁금해졌다.

'붕어 아이큐'는 잡혔다가 도망친 붕어가 같은 낚싯바늘에 또 걸린다고 해서 나온 말인데 매번 선거 후 패배한 당에서는 어김없이 비상대책위 또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다. 그리고 실패한다. 매번 실패한 방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붕어가 맞다.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무조건 옳은 국민' 역시 선거를 통해 크게 회초리를 내리치지만 그때뿐, 정치권이 비대위다, 혁신위다, 지도부 개편이다 떠들고 몇몇이 카메라 앞에서 눈물 찔끔, 다리 절룩 쇼를 하면 또 지나간다. 국민이 붕어일까.

지난 23일 인요한 교수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자 대부분 후한 점수를 줬다. 인 교수는 선대와 본인의 한국에 대한 무한 애정과 봉사, 공헌도 컸지만 본인의 처신이 그를 더욱 큰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그는 2012년 선대위와 인수위에서 활동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워 선거출마나 공직을 바라지 않고 본업으로 돌아갔다. 또한 평소 더불어민주당의 대북정책이나 반기업정책에 대해 깊은 불신을 보였으며 동시에 보수성향의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비정치인 혁신위원장으로서 누구보다 공정하고 개혁적인 '혁신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인 교수가 패전처리 투수로 끝날지, 13척의 배로 조선을 회생시킨 영웅이 될는지는 알 수 없다. 단정하기 싫지만 그가 혁신위원장을 맡은 순간부터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영혼을 거래한 파우스트의 운명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섣부르게 지레짐작하는 것은 무엇보다 국민의힘의 혁신 방향이, 내년 총선 승리로 나아가는 길은 '혁신위원회'가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각종 선거 패배 단골대책인 비대위 또는 혁신위는 연속 실패작이었다. 국민의힘 계열이 9차례,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5차례다. 이중 2012년 박근혜 위원장이 이끌던 비대위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박근혜) 승리에 기여했으나 '정치 개혁'은 실패했다. 김종인 전 대표가 양당을 오가며 맡은 비대위도 김 전 위원장의 인지도를 높인 것 외 별반 성과는 없었다.

비대위, 혁신위가 뻔한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혁신위가 본질적인 정치개혁·정당개혁이 아니라 정치실세들의 비난 회피, 시간 끌기, 뉴 페이스 쇼잉으로 악용됐기 때문이다. 인요한비대위 역시 현재 다른 기대는 어렵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25일 인 교수 임명에 대해 "의과대학 교수를 임명해 깜짝 놀랐다" "한국 정치가 이렇게까지 타락을 했느냐" "그분이 할 수 있는 행동반경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폄하했다. 틀린 지적이 아니다.

당장 인요한혁신위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하지 않다. 언론에서는 '총선용' '인재영입'이라고 평한다. 인 교수도 총선 공천 룰과 관련,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 "당내 낙동강 하류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며 총선 역할론을 부인하지 않는다.

반면 인 교수는 "당 안에서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먹거리가 뭔지, 살아 나갈 길이 뭔지, 선진국·7대 강국인데 어떻게 더 발전할 건가, (어떻게) 후대에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건가, 거기에 중심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선용인지 총체적 국정혁신인지 헷갈린다. 게다가 시간도 얼마 없다. 내년 22대 총선까지 5개월가량 남았다. 정기국회가 12월에 끝난다. 총선이든 국가개혁이든 인요한비대위는 시간이 없다.

알려진 대로 소위 용산과 여의도 여권실세들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훨씬 이전부터 김기현 대표 교체(비대위)와 조기 선거대책위(인재영입과 공천) 사이에서 고민해왔다. 이들에게 인 교수는 일거양득의 조커, 와일드 카드인 것이다. 인 교수는 뒤를 받쳐줄 세력이 없다. 따라서 인 교수는 국민반응이 좋으면 총선까지, 별반 신통치 않으면 정기국회 후 새로운 얼굴의 총선 선대위로 대체하면 끝나는 쉬운 카드다. 결국 실패할 운명이 예고된, 누구든 걸리면 갈아 날려버리는 초강력 분쇄기 바로 앞에 인 교수가 발을 들여놓고 있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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