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가장 관심이 쏠렸던 부분은 체포동의안 가결파징계 문제였다. 일각에서는 가결파 징계를 둘러싼 갈등이 민주당 분당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당무 복귀 후 첫 일성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였다. 그럼에도 친명계에서는 여전히 가결파 징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이 대표와 친명계와의 역할 분담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가결파에 대한 징계는 결국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무복귀한 이재명 대표.뉴시스
당무복귀한 이재명 대표.뉴시스

-체포안 가결파징계 문제 두고 내홍 계속, 당 분열 최대 뇌관
- 이재명 왈가왈부 말라는데 징계 카드 못 버리는 친명’, ?

당무 공백을 이어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23일 당무에 공식 복귀했다. 이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다 지난 918일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후 이 대표를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벌어지며 민주당은 술렁였다. 이 대표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국회에서는 민주당 내 비명계의 동참으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체포안 가결파징계, 이재명의 선택에 초미의 관심 쏠려

앞서 검찰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과 친명계 내에서는 가결파를 색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표출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지만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 대표는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후 민주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민주당의 이재명 체제는 공고화됐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 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 당무에 복귀하지는 않고 단식으로 악화된 건강 회복에 주력했다. 이 대표가 건강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당 내에서는 가결파 징계문제를 두고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친명계 내에서는 가결파를 향해 해당 행위”, “상응하는 조치등 강성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당내 대표적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을 통해 친명계의 격앙된 감정은 그대로 표출됐다.

정 최고위원은 체포동의안 가결 하루 뒤에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를 팔아먹었듯이,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 적과의 동침이라며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의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가결파 징계 요구 목소리도 맹렬하게 터져나왔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게시판에는 최근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해당 행위 5인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에 대한 징계를 청원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지난 924일 게재된 이후 사흘 만에 당 지도부 답변 요건인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다.

심지어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명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살인 예고 글을 작성한 4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A씨는 무조건 가결표 던진 의원 리스트라는 제목의 게시 글에서 민주당 의원 14명의 실명을 언급하며 집에 있는 스나이퍼 라이플(소총)을 찾아봐야겠다는 등 테러를 암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는 가결파 징계 주장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친명계와 충돌했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최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혁신에 나서겠다고 말은 하지만 아직까지도 (가결파) 징계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상식, 이치에 반하는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김승원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국회 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윤영덕, 김승원, 열린민주당 최 대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뉴시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김승원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국회 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윤영덕, 김승원, 열린민주당 최 대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뉴시스

이재명, 복귀 첫일성 왈가왈부 말라그러나 친명계는...

이처럼 가결파 징계를 둘러싼 당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파 징계 문제에 대해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국민의 삶이 절박하다. 그런 문제로 우리의 역량을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지 않다면서 단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친명계에서는 가결파 징계 필요성을 주장하는 강성 목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친명 강성 초선의원 모임 처럼회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같은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최고위원회가 입장문을 내고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로 규정한 것과, 홍익표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당시 한 의원이 가결표를 던진 이들, 공개적으로 밝힌 이들을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윤리심판원에 넘기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강 뭉개고 지나가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이들은 더 고개 들고 시끄러운데,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 건지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지난 1024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왈가왈부는 가부를 말하지 말자. 그렇잖아요. 가가 우리가 가결 할 때 가 자고 부결 할 때 부 자다라며 그래서 지금은 국민들의 삶이 더 고단하니 잠시 미뤄두자 이제 이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께서 폭넓은 정무적 판단을 하셨고, 또 최고위원들은 그것에 대한 존중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절차가 당장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진행하지는 않지만 이 문제가 잠복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처리해야 될 일이라며 가결파 징계에 여지를 뒀다.

역할분담하는 것”vs“비명계 공천탈락하면 이게 바로 징계

민주당 의총장면. 뉴시스
민주당 의총장면. 뉴시스

이처럼 이재명 대표의 왈가왈부 말라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친명계에서 가결파에 대한 징계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친명계의 역할 분담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당장은 가결파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겠지만 결국 내년 총선 공천 과정을 통해 가결파에 대한 사실상의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비명계인 신경민 민주당 전 의원은 YTN에 출연해 현재 개딸로 상징되는 강경파 당원들은 안 된다, 가결파 색출해서 뭔가 하여튼 세게 징계를 해서 맛을 보여줘야 된다는 그 논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그러니까 그 얘기를 담아내야 되는 배드캅 그러니까 강경파 지도부가 꽤 있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신 전 의원은 그분들이 계속 방송에 나와 가지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대표의 뜻을 거스르는 것처럼 돼 있는데 실제로는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고 밖에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는 이 대표의 왈가왈부 말라는 발언에 대해 정말로 이 얘기가 진심인가라는 게 드러나는 지점이 곧 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평론가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한 방송에서 신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공천 얘기하는 거다. 그러니까 신경민 전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소위 비명계가 탈락하게 되면 그걸 빌미로 해서 이게 바로 징계다, 이렇게 얘기할 것이라며 그 얘기에 밑자락을 깐다고 저는 보는데, 공천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명계에서는 이재명 대표에게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공격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26일 전·현직 원내대표와 함께 오찬 겸 간담회를 갖고 내년 총선과 관련해 분열은 필패고 단결은 필승이란 각오로 저부터 솔선수범하고 앞장서겠다고 단결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비명계인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명계) 의원들 사무실 앞에 거의 테러 수준의 플래카드 걸어 놓는 문제를 당이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원욱 의원도 같은달 27YTN 라디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선거 후보 때의 공약이었고,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대국민 약속이었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사실상의 당론이었다그런데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그것을 부결시켜야 된다고 선동한 의원들이 있었다. 그것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오히려 그 사람들은 자기네들은 잘했다라며, 가결파 의원들이 해당행위를 했다고 거꾸로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통합을 위해서라면 실천적인 모습을 진정으로 이재명 대표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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