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홍준표 대사면’ 건의한 인요한 혁신위, ‘비윤 통합’ 결실 볼까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어쩌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야당스러운 행보로 일관하며 당정과 사이가 틀어진 두 여권 인사가 내년 총선의 중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바로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다. 개혁보수를 앞세운 이들은 정치권 외곽에서 청년 보수 지지층과 중도층을 아우르는 독자 영역을 보유하고 있어, 총선을 5개월여 앞둔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 가교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친윤계 등 여당 주류는 이들에 대한 ‘감정’은 차치하더라도 그간 당정에 날을 세웠던 이들과 재결합할 경우 되려 보수진영 결집을 저해할 수 있다며 좀처럼 펜스를 거둬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지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전당적 쇄신 필요성을 절감한 여당이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띄우면서, 사분오열 위기에 처한 여권을 접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친윤 DNA’가 뿌리깊은 김기현 지도부 대신 ‘대통합’ 기치를 내건 당 혁신위가 비윤계와의 화합을 도모할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인요한 혁신위가 지난 27일 당에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의 대사면을 건의하는 등 파격안을 내놓으면서 내홍 봉합에 나섰다. 인 위원장의 대사면 승부수가 ‘비윤 통합’ 결실로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대 기로에 섰다. 비윤계 핵심 인사들과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총선 전 ‘원팀’을 꾸리느냐, 이들과 타협을 배제한 채 순수 자력으로 총선을 정면돌파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다만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불어닥친 현실을 감안하면 여당에게 주어진 선택지나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당정 지지율이 보수진영 텃밭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에서조차 흔들리고 있는 데다, 보궐선거 패전으로 ‘수도권 위기론’의 단면이 드러나면서다.

일단 당의 전면적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에는 공감대가 섰다. 인적 쇄신이 총선 위기 극복의 단초라는 점을 부정하는 여권 인사도 드물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인요한 혁신위의 출범이 그 결과물이다. 다만 인적 쇄신의 첫 단추가 비윤계가 돼야 하느냐에 대한 당내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창당할 경우 보수표심이 크게 분산될 것이란 여론조사(뉴스토마토) 결과가 나와 여권이 뒤숭숭한 모습이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비윤계 신당 창당을 전제하고 정당지지율을 물은 결과 유승민‧이준석 신당은 민주당(38.1%)과 국민의힘(26.1%)에 이어 17.7%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창당하게 되면 보수진영은 내년 총선에서 공멸”이라며 “(당이) 이들의 제3세력화를 좌시한다면 역대급 패착을 두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반면 여당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내년 총선은 진영대결이 최고점에 이르는 총선이 될 것으로 제3지대가 발붙이기 어려운 선거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유승민, 이준석이 탈당해 나가본들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과 여당을 직격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에 신 대표의 탈당은 곧 이준석 신당 창당 시그널이란 해석이 잇따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비윤 품어야 총선 필승” vs “비윤계 합류, 보수결집 저해”

최근 여당에서는 개혁보수 신당 창당의 파급력과 함께 비윤계 통합 여부를 놓고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우선 당내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전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적극 포섭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한다. 김기현 2기 체제의 ‘탕평 1호’ 인사인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최근 “우리 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며 “비윤이든 아니면 비윤을 넘어서 당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당외 인사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변화를 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느 누구도 제한이 있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수도권 재선 윤상현 의원도 “여권의 조그마한 분열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너무나 잘 안다.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치는 덧셈 정치로 가야지 뺄셈 정치를 하면 안 된다. 과거 열린우리당 경험을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하태경 의원은 내년 총선 필승 전략으로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각각 서울 선거대책본부장과 경기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친윤계 초선 의원은 “민주당보다 더 독하게 당정을 비판한 인사들”이라며 “소위 비윤계라고 하는 인사들을 포용하는 것이 수도권 총선에 득이 될 것이란 보장도 없고, 되려 보수결집을 와해시키는 역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깊은 반감을 내비쳤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뉴시스]

혁신위, 이준석 당 징계 사면 진영 통합 물꼬 트나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취임 첫 일성으로 ‘통합’을 내세웠지만, 최근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개혁보수 신당 창당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어 보수진영이 총선 전 통합이냐 분열이냐 갈림길에 놓인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취임 직후 첫 출근길에서 혁신위의 방향성에 대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선언을 인용하며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다 바꾸는’ 심정으로 당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 위원장은 그 일환으로 당초 혁신위원 구성 단계에서 당내 비윤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에게 거듭 혁신위 합류 의사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치권에선 인요한 혁신위가 비윤계 포섭을 인적 쇄신의 키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의 현 지도체제와 당무 기조에 대한 견제기구 성격으로 출범한 혁신위가 비윤계를 설득하고 포섭하기에 김기현 대표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여러모로 명분이나 모양새가 좋지 않겠나”라며 “(친윤-비윤 간) 서로 워낙 자존심 싸움이 치열했던 터라,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수 접고 들어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인요한 혁신위가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향한 반감이 깊은 당 지도부나 여당 주류인 친윤계와 철저히 격리된 행보를 보이며 비윤계와 통합을 강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엄존한다. 혁신위 혁신안이 당 지도부 의결로 매듭되는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인요한 혁신위가 독자적 쇄신을 단행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편으론 인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알려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각별한 사이라는 점에서, 친윤 정점인 용산 대통령실이 음양으로 인요한 혁신위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대통령실 등 따르면 윤 대통령이 당 혁신위의 향후 행보나 방향성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 27일 화합을 대전제로 당내 징계를 받은 인사들에 대한 징계 해제를 건의하고 나섰다. 혁신위는 이날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던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해제를 당 지도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대사면”이 기본 취지라는 게 혁신위의 설명이다. 이 전 대표는 앞서 1년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원권 정지 10개월, 김재원 최고위원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혁신위의 이같은 파격 행보에도 회의적 반응을 내비치며 여전히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총선 전 국민의힘과 비윤계의 극적 재화합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