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여야 서울 최후전선으로...與 한동훈‧나경원 vs 野 추미애‧임종석

한동훈 법무장관 [뉴시스]
한동훈 법무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서울 ‘한강벨트’ 지역구가 22대 총선의 수도권 정치지형을 가를 핵심 지역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야가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각각 강남과 강북에서 강세가 뚜렷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특정 정당에 대한 로열티가 낮은 한강벨트 15개 지역구는 여야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최후전선이 될 전망이다. ‘한강벨트가 무너지면 서울총선은 참패’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여야가 저마다 한강벨트에서 선거 우위를 점하기 위해 중량감 있는 인물들을 총동원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여권에선 인지도와 스타성을 겸비한 한동훈 법무장관 차출설이 꾸준히 거론되는 한편, 보수권에서 구력이 높은 나경원 전 의원의 서울 동작구 출마가 유력시된다. 야당에선 한 때 문재인 정부의 2인자로도 불렸던 ‘친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더불어 전임 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체제와 극한의 대립각을 세웠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이 내년 총선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강벨트’가 내년 수도권 총선의 주요 분수령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강벨트는 여야 지지세가 뚜렷한 강남‧강북을 제외한 마포갑·을, 용산, 중-성동갑·을, 광진갑·을, 강동갑·을, 동작갑·을, 영등포갑·을, 강서을·병 등 한강에 인접한 15개 지역구를 일컫는다.

서울 전체 지역구(49개)의 약 30%를 차지하는 한강벨트는 대부분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적게는 4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 표심을 닦아온 선거구다. 그러나 현안에 민감한 청년층과 보수정당에 우호적인 중산층 유권자 분포도 적지 않아 민주당으로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상 최근 치러진 전국구 선거 결과도 혼조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한강벨트는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의 텃밭인 용산을 제외한 14개 지역구 모두 민주당이 깃발을 꽂았다. 그러나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한강벨트에 속한 8개구 중 강서구를 제외한 7개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득표율에서 앞섰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성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7개구(구청장)를 탈환했다. 

이렇다 보니 한강벨트는 서울에서 비교적 표심 유동성이 높은 구간으로 분류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강벨트는 여야 유불리를 예측하기 힘든 ‘럭비공 지역구’”라며 “결국 내년 총선도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흘러갈텐데, 이러한 대립구도가 먹히는 강남‧강북을 뺀 한강 인근 지역구들은 여야 인물론과 현안이 표심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뉴시스]
추미애 전 법무장관 [뉴시스]

‘인물론’, 여야 한강벨트 승부수 공통분모

여야는 저마다 안전자산인 강남‧강북과 달리 변수가 많은 한강벨트를 공략하기 위해 대중 인지도와 정치체급이 높은 인물을 앞세우는 원론적 전략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구 현안에서 공약 변별력이 떨어진다면 차라리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을 투입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야당의 지분이 압도적인 한강벨트를 탈환하는 등 ‘수도권 대역전’을 통해 총선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두터운 상황이다. 21대 총선 설욕전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이에 국민의힘은 한강벨트 내 유일한 자당 지역구이자 현 정권의 심장인 용산을 시작으로 인근 지역구들을 하나씩 포섭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용산을 지역구로 둔 4선 권영세 의원이 장관 직을 내려놓고 여의도로 복귀한 것이 그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권 의원은 최근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의 상징성과 자신의 정치 구력을 강조하며 입각(入閣) 후 생긴 지역구 민심 공백을 빠르게 메워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현 정부의 초대 통일장관을 지낸 그가 여당의 수도권 선거를 진두지휘할 잠정적 리더십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나경원 전 의원(좌), 김성태 전 의원(우) [뉴시스]
나경원 전 의원(좌), 김성태 전 의원(우) [뉴시스]

구 보수권을 중심으로 고정 지지층을 보유한 나경원‧김성태 전 의원도 국민의힘의 서울 총선을 이끌 선발대로 꾸준히 지목되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보수진영에 국한되지 않은 대중성을 지닌 만큼, 수도권 인재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여당에게 희소 자원이라는 평가다.

나 전 의원은 일찌감치 동작을 당협위원장으로 발탁돼 지역구 표심을 닦아왔고, 김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옛 지역구인 강서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임돼 현실정치 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김 전 의원의 경우 공백기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강서을에서 지역 기반이나 표심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현역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대다.     

한강벨트의 한 축인 광진을도 여야 인물론이 충돌할 지점으로 꼽힌다. 현역인 ‘친문’(친문재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광진을 재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일단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신환 전 의원을 내세우고 있다. ‘오세훈계’로 분류되는 그인 만큼, 오세훈 서울시가 광진구 주요 현안인 동서울터미널 사업 등을 매개로 오 전 의원을 후면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야당 안팎에선 해당 지역구에서만 5선을 지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광진을 복귀설도 파다하다. 또 일각에선 과거 윤석열 검찰체제와 대립각을 세우며 ‘윤석열 저격수’ 이미지를 굳힌 그가 ‘용산 카드’로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야권 관계자는 “추미애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용산에 출마할 경우 ‘윤석열 대 추미애 2라운드’ 구도가 형성되며 현 검찰에 반감이 깊은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면서 “민주당으로선 용산 기반이 탄탄한 중진 권영세 의원을 꺾으려면 추미애급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는 구상이 설 수 있다”고 점쳤다.

서울 마포 역시 여야 격돌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민주당에게 마포는 한강벨트 내 최대 사각지대로 꼽히는 지역이다. 마포갑 현역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돈봉투 수수 의혹에 연루된 데다, 재보궐선거‧대선‧지선에서 민주당이 연패한 곳이기도 하다. ‘친명(친이재명) 핵심’ 정청래 최고위원이 마포을에서 버티고 있지만 그런 그도 중도 표심에선 소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에 국민의힘은 마포 지역을 무주공산으로 판단, 한동훈 법무장관을 비롯해 최근 험지 출마를 공언한 하태경 의원과 합당을 앞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한 장관이 내년 선거에 차출될 경우 검찰정권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과거 ‘검찰개혁’ 과업을 부르짖었던 추미애‧조국 전 장관의 총선 등판 명분을 심어줄 수 있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아울러 여의도 이력이 전무한 한 장관을 ‘국정 자원’이 아닌 ‘선거 자원’으로 섣불리 활용했다가 내년 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당정으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반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큰 틀에서 한강벨트 14개 지역구를 선점하고 있다는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강벨트 요충지로 지목되는 중구‧성동구갑의 경우 최근 치러진 4차례의 선거에서 여야가 2 대 2로 동률을 기록한 만큼,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내부 제언이 나온다.

이에 민주당이 지난 16‧17대 국회에서 해당 지역구에 뿌리를 뒀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구‧성동구갑 전략공천 카드로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 돈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야권 진영에서 대표적 친문 인사로 분류돼 정권심판 구도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한 때 문재인 정부 제2의 실력자였던 임종석 전 실장을 차출하면 정권심판론에 동의하는 표심을 결집시킬 수 있다”면서 “(한강벨트는) 현역을 앞세운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리란 보장이 없는 곳이다. 보다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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