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대통령실 또 '감 놔라 콩 놔라' 예산심사 하면 협상 아예 안 해"
野 '예산 정국' 앞두고 국정조사 4개, R&D 예산 삭감·檢 특활비 TF 가동 예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예산 정국' 전열 정비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야당이 주장한 민생현안의 수용 및 국회의 심사권이 존중되지 않을 경우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한편 국회 국정감사의 화두로 떠오른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 삭감 및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와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시정연설에 나선다. 국회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11월 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각 상임위원회 별 예산 심사가 진행되고 11월 말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예산안의 법정 처리 기한인 오는 12월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쳐야 한다. 

이와 관련 홍 원내대표는 30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이번 예산은 정부가 전체적으로 민생 문제, 우리나라의 미래, 국가경제를 다 내팽개친 예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우리나라의 미래와 민생과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예산심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홍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의 법정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두 가지 원칙이 선행될 것을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가 예산과 관련해서 제시하는 실질적인 민생대책을 정부가 반드시 수용할 것"과 "지난해와 같이 대통령실에서 '감 놔라 콩 놔라'하는 식으로 예산심사를 할 생각이라면 아예 여당과 협의 자체를 안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에 예산안이 법정 기한을 못 지키고, 원만하게 합의되지 못하면, 전적으로 대통령실과 여당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 중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철호 기자]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 중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철호 기자]

민주당은 예산 정국에서도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날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감사원 정치 감사 의혹 ▲방송 장악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 방침과 권력기관의 특활비에 대한 TF 구성도 예고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감을 진행하면서 R&D 예산 삭감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고 검찰 특활비 등 정부 부처 특활비 사용이 불투명하고 의혹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서, 11월에 내년도 예산 심사를 조금 더 내실 있게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집중적으로 하기 위한 검토"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특활비 TF가 담당할 정부 기관은 ▲법무부 ▲검찰 ▲경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한편 오는 31일 예정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지난 24일 여·야가 합의한 신사협정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정치권은 극단적인 정쟁을 자제하기 위해 국회 회의장 내 내 손피켓 반입 금지 및 고성과 야유 금지에 합의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지도부의 환담자리에 참석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헌정사상 최초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거부)한 바 있지만, 올해는 신사협정을 체결한 만큼 보이콧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의 장외 피켓 시위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최 원내대변인은 장외 피켓 시위와 관련 "이 대표가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며 "(진행 여부는) 내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