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소통민생을 강조하는 잇따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국회를 향해선 초당적 협력를 요청하는 동시에 민생 현장 목소리에 적극 귀를 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근래 전격적 수준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자세를 낮췄다.

특히 면전에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쏘아붙였지만, 윤 대통령은 웃으며 다시 악수를 청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애초 참모들이 준비한 시정연설문에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지적하는 문구들이 보이자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며 직접 해당 문장들을 모두 지우기도 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여야로 대치된 정치과잉 상황에서도 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모든 게 제 책임이라며 거듭 민생 현장을 찾아 직접 민심을 살피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윤 대통령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카페에서 주재한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일반국민 60여명과 만나 "부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살펴야 되고,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달래줘야 한다" 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다양한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이기에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 상태라며 앉아서 돈을 벌고 있고, 갑질도 많이 한다고 비판했다. 택시와 은행은 일반 서민들의 삶에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업종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최근 비서실장부터 행정관까지 모두 현장으로 나가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국정운영과 정책에 적극 반영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념에서 민생으로 바뀐 행보는 평가할만하다. 이재명 대표는 국정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소통과 민생 챙기기위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윤 대통령 스스로 정치의 과잉시대라고 규정할 정도로 정치가 실종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복원과 정상화 그리고 협치다.

그럴러면 두 가지 여야에 대한 기조를 바꿔야 한다. 일단 여당인 국민의힘이 용산 출장소니 바지대표라는 추락된 집권여당의 위상을 높여줘야 한다. 2회 김기현 당 대표와 정기적 만남을 갖기로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대통령 일정이 아무리 빡빡해도 당 대표와 여당 지지자들과의 약속이었다. 집권여당을 졸로 보는 것은 결국 여의도 정치를 졸로 보는 것과 진배없다.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발맞춰 임기초 기자들과 직접 만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도어스테핑도 복원하길 바란다.

또 하나는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가져야 한다. 단 둘이 만나는 모양새가 그러면 여야 대표와 함께 만나 민생과 직결된 법안과 예산 통과를 위해 협조를 공식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이 대표가 아무리 사법적 리스크에 휩싸였고 재판중이라고 해도 엄연히 168석이라는 거대 야당의 당 대표다. 대통령이 성품이 통큰 정치를 선호하고 화끈한 정치를 하기에 하는 말이다. 그 종점은 여야 영수회담에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통한 용산발 대리정치라는 지적은 대통령 스타일과도 맞지 않고 옳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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