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서울 메가시티론’ 정국의 핵 급부상...여야 총선 셈법 ‘분주’

김포시에 걸린 현수막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수도권 위기론’에 22대 총선 셈법이 복잡했던 국민의힘이 ‘서울 메가시티’라는 거대 담론을 꺼내들며 새판 짜기에 나섰다. 당초 ‘김포-서울 통합’에 방점을 뒀던 국민의힘은 광명‧하남‧고양‧부천‧구리 등 서울에 인접한 위성도시들까지 대거 서울 편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사안을 빠르게 키워가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지역 주민들의 동의만 있다면 경기권 어느 도시든 서울 편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남은 총선 프리시즌 동안 더불어민주당과의 수도권 어젠다‧민심 경쟁에서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민주당은 섣부른 입장 정리로 총선 전 수도권 민심 역풍을 맞을까 주춤하다 결국 지방 5개 권역별 메가시티론으로 맞불을 놨다. 일각에선 내년 전국구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중심으로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새 대결구도가 형성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엄존한다. 또 여당이 띄운 서울 메가시티론은 서울과 직장‧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 경기도민의 편의를 염두에 둔 구상이라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승적 과제와는 배치된 행보라는 점에서, 지방민심 이탈을 부추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혼재한다.

국민의힘이 김포 편입을 골자로 한 ‘서울 메가시티론’을 띄우고 나섰다. 관련 특별법 추진은 물론, 서울 인근의 경기권 민심을 청취해 ‘인서울 행정개편’ 대상에 전면 포함시킨다는 담대한 구상이다. 

이에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정치권은 선거 유불리를 놓고 셈법이 분주해졌다. 특히 2300만 인구가 집중된 서울시와 경기도의 지역적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어, 메가시티론은 내년 총선까지 정치권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또 국민의힘의 승부수냐 자충수냐 여부를 놓고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김포행 지하철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김포행 지하철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與 ‘수도권 위기론’에 메가톤급 승부수 투척   

김포-서울 편입론은 지난 9월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화두에 올린 것이 시발점이 됐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경기도 북부 지역을 따로 떼어내 특별자치도로 격상시킨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과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시을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김동연표 특별자치도 구상에 대한 거부 기류가 일기 시작했고, 이는 김포시 서울 편입 공론화로 이어졌다. 김포시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분리될 바에는 차라리 서울로 흡수되는 것이 김포시민들에게 여러모로 유익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는 곧 국민의힘 지도부의 수도권 핵심 전략으로 수렴했다. 지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수도권 위기론이 재부상하자 돌파구 모색이 시급했던 당 지도부가 인접 5개군 84개리를 흡수하며 외연이 크게 확장된 1963년 서울의 행정구역 대개편 모델을 60년 만에 꺼내든 것. 여기에 해외 유명 대도시와 같이 인근 소도시들을 대거 편입시켜 서울을 광역화한다는 수사(修辭)도 얹었다.

여당의 서울 메가시티 구상은 지난 10월 30일 김기현 대표의 김포-서울 편입 당론화 선언을 신호탄으로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 출범 및 당 정책위원회의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 준비로 이어지면서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특별법(안)은 의원 입법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통해 총선 최대 사각지대로 꼽히는 수도권 민심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메가시티 특별법은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해 문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주민투표가 선행되는 만큼 지역 민심이라는 명분만 갖춰진다면 민주당도 무턱대고 반대할 수 없다는 게 여당의 판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법안 마련에 앞서 김포 현지 주민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에 지역 민심만 확인된다면 민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김포) 당협 등 여러 현지 채널에서 올라오는 정보에 따르면 서울 편입을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당내 시각은 양 갈래로 나뉜다. ‘경기도 민심을 관통한 승부수’라는 호평과 ‘총선 역풍을 부를 자충수’라는 혹평이 교차한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메가시티 서울은 경기도민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차원의 구상인 것이지, 지방을 소외시킨다는 논리가 개입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서울을 비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과 업무‧일상 주기를 공유하고 있는 인접 도시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서울 편입은 지역별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은 세심하게 다룰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내부 비판도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게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기라”며 “도봉구 외 강북·노원·중랑·광진·강동 등은 (교통 혼잡 등) 현실적인 문제를 겪는다”고 했다. 또 “김포시를 편입한다고 해서 5·9호선 연장의 조건인 건설 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김포구민들이 좋아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민주, 與 대형 이슈 투척에 일단 ‘균형발전론’으로 맞불 

국민의힘이 대형 이슈 투척으로 치고 나오자 민주당은 여당의 수도권 구상은 서울이 경기도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며 소멸위기의 지방을 외면한 졸속 공약이라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여당 지도부가 김포-서울 편입론을 처음 띄웠을 당시 민주당은 뚜렷한 대응 기조를 찾지 못한 채 전열이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여당을 직격하면서도 전국구 행정개편을 전제로 여야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모호한 스탠스를 내비친 데 이어, 당내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당에 준하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지방분권 정당’에 걸맞게 여당을 정면 비판해야 한다는 지적이 교차했다.  

이에 입장 표명을 자제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중대한 국가적 과제를 가지고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졌다가 쉽지 않겠네 하니까 슬그머니 모른 척하고, 이런 방식의 국정운영은 정말로 문제”라고 국민의힘을 직격하면서 민주당의 대여 기조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김포시 편입에 대해 단순 행정구역 개편보다 교통불편 해소를 위한 지하철 노선 확장 등 실질적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기존 수도권 1극 체제를 PK(부산·울산·경남), TK(대구·경북), 호남, 충청 등을 주요 거점으로 한 5극 체제로 전환시켜 수도권에 쏠린 무게중심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맞불을 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좌), 김동연 경기지사(우)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좌), 김동연 경기지사(우) [뉴시스]

한편 국민의힘이 띄운 메가시티 담론은 여야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수도권 광역지자체장들에게도 향후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는 메가시티라는 초대형 이슈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된 만큼, 향후 정치‧행정적 스탠스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정치인이자 행정가로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현재 오 시장의 경우 메가시티가 공론화되자 자극적 언행을 삼가며 신중을 기하고 있는 반면, 김 지사는 국민의힘의 김포 편입 공약에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이제는 국토 갈라치기까지 하고 있다. 선거 전략으로 만약에 내세우는 것이라면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여당을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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