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요한 혁신위원장, 현재와 미래의 통찰력 빵점. 문제도 해법도 몰라
- 정치도 전문가...선진국 정쟁속에 외교.안보.민생 등 다선의원중심 정치·국정 안정화
- 중앙당 공천권 폐지, 국민과 유권자 100% 대표선택권 주는 것이 진짜 혁신 

 이솝우화 중에 '임금을 원한 개구리'가 있다. 편히 살던 개구리들이 훌륭한 우두머리가 우리를 잘 지도해 준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 질 거라고 생각, 제우스신에게 임금님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제우스는 개구리들을 비웃었다. 아무리 훌륭한 임금님이라도, 없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 나무토막을 보내줬다. 힘들 때 올라가 쉬라고. 그러나 아무 것도 안하는 나무토막에 실망한 개구리들은 다시 간청하자 귀찮아진 제우스는 황새를 보냈다. 우아하게 걸어오는 황새에 환호하며 앞 다퉈 영접 나갔으나 황세는 맨 앞에 오는 개구리부터 콕콕 찍어 삼켜버렸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2호 혁신안을 보면서 인요한 위원장이 황새고 국민의힘은 개구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선거철만 다가오면 물갈이와 영입, 깜짝쇼에 열광하는 국민이 개구리인지도 모르겠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3일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출마를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혁신위는 또 현역의원 하위 20%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할 것과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도 요구했다. 의원 정수축소나 불체포특권 포기는 김기현 대표가 이미 당론으로 추진키로 한 바 있어 실질적인 2호는 ‘영남중진 수도권 차출론’, ‘중진 험지출마론’이 핵심이다. 이는 앞서 제기했다가 2호안에 빠진 ‘3선 연임제한’과 마찬가지로 인 위원장이 인기영합의 단말적인 정치관, 혁신관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인 위원장은 3류도 아닌 4류 한국정치의 문제가 의원들의 사적인 '다선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국회의원은 나쁜 사람들”이라며 “진짜 바꿔야 할 것에는 관심이 없고 싸움만 한다”고 비난한 것을 보면 한국정치의 문제가 국회의원의 '인성'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인 위원장이 한국에서 태어나 눈동자만 파랗고 뼛속까지 한국 사람이라 그런가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시스템이 아니라 인성, 사람의 도덕과 윤리에서 찾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교수가 거론될 때부터 의구심이 들었다. 적임자가 아니라고 봤다. 정치개혁이 평생 외과의사와 봉사자로 살아온 아마추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권의 절박함으로 이해하며 ‘뉴 페이스 쇼잉’ 효과만 올려도 충분하다고 봤다. 다만 아마추어답게 ‘기득권 분쇄-국민중심’ 정치개혁 방향을 일회성 폭발발언이라도 시원하게 터트려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출범 일주일 만에 분명해졌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으로써 자질이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시한 혁신위원장의 자질인 '현재와 미래의 통찰력'이 빵점이다. "그분(인 위원장)도 내가 보기에 한계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지적이 맞다. 아니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정치권, 국회를 업그레이드 하는 게 아니라 초토화, 난장판으로 만들려고 한다.

5.18광주묘역에 가서 무릎을 꿇은 것도 좋고 당시 시민군들이 빨갱이가 아니라 민주투사라는 주장도 맞다. 그러나 정치와 국회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 해법이 3선 연임제한이나 중진 험지출마론은 아니다. 인물교체가 정치개혁은 아니다. 특히 중진차출, 험지출마는 실리 차원에서도 기대하기 어렵다. 윗돌, 아랫돌 빼서 막는다고 유권자들이 눈감고 꾹 눌러주던 때는 지났다. 

인천에서 21대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 3, 4개월 남겨놓고 수도권에 와서 기존 이미지를 깨고 수도권 젊은층에 맞는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느냐”며 “그분들이 와서 선거에 성공?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맞는 말이다.

18대 총선 당시 공천물갈이에 나선 이회창계와 이에 반발한 박근혜계 후보가 경합해 근소한 차이로 통합민주당 후보가 당선한 지역구만 40여개에 달했다. 21대 총선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측근공천을 위해 청주 상당구 정우택 국회의원을 험지 흥덕으로 밀어냈다가 둘 다 낙선했다. 

20여년 여의도 정치권을 취재해온 필자로서는 매우 더디고 때로는 역행도 하지만, 우리 정치는 국회 취재를 시작한 1997년보다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부작용도 있지만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정치·지식 수준, 민도도 놀랍도록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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