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정치권이 다시 음모론의 계절을 맞은 듯하다.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각종 음모론이 횡행하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음모론은 과거부터 정치권의 단골 소재였다. 정치권에선 대선, 총선과 같은 굵직한 전국 단위의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음모론이 제기되면서 정국이 술렁거렸다. 음모론의 파급력에 따라 민심의 향배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각 정파들은 각기 유리한 음모론을 꺼내들고 정국 전환을 시도해왔다.

연예인 마약사건이 또 터졌다. 이선균씨가 경찰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연예인 마약사건이 또 터졌다. 이선균씨가 경찰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야당, ‘연예인 마약 사건에 더해 천공 배후음모론까지 제기
- 여당 저질 음모론, 정치 선동발끈음모론, 총선 민심에 영향 미칠까

22대 총선이 약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음모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제기된 음모론은 발원지가 야당이다.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내심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총선 때까지 심화되길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실정이 관심 밖으로 사라질 만한 메가톤급 이슈가 연예계에서 터지고, 보궐선거 압승의 기쁨에 취해 있는 사이 여당이 김포 서울 편입’ ‘메가시티 서울구상을 띄우면서 이슈 몰이를 하자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이에 정국을 유리하게 돌리기 위한 의도인 것인지 민주당에서는 연일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위 확인이 되지 않은 음모론을 거듭 제기할 경우 총선 민심에서 우위에 서기 보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선균 등 연예인 마약 의혹이 실정 덮었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배우 이선균씨의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지자 이번 의혹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덮기 위한 여론 조작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예인 마약 기사로 덮어보려고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상하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부대변인은 김건희씨와 고려대 최고위 과정 동기인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딸이 학폭 가해자로 전치 9주 상해를 입혔다. 사면 복권해 김태우를 강서구청장 선거에 내보낸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이러한 기사가 이선균 배우의 마약 투약 의혹으로 덮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대변인은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아인 마약 혐의 기사로 시끄러웠던 시기는 지난 3이라며 이 당시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논란 등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윤 정권다운 구태의연한 발상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선균씨에 이어 그룹 빅뱅 출신 지드래곤(권지용)도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되자 민주당에서는 또다시 음모론이 제기됐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바보가 아니라면 누군가 의도하고 기획했을 수도 있다윤석열 정권이 취임 이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지면서 지금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게 오비이락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그렇게 보기에는 이 정권의 위기와 연예인들 마약 이슈를 이 시점에서 터뜨리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근거는 없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오해를 충분히 살 만하다. 이게 우연의 일치일까. 그건 국민들이 판단할 몫으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 거듭 음모론이 제기되자 국민의힘은 대중 선동이라며 발끈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민주당 몇몇 인사들은 이번에 터진 연예인 마약 사건이 정부의 기획일 수 있다며 저질 음모론을 제기 중이라며 민생을 먼저 챙기겠다는 당 대표의 약속을 당직자와 국회의원이 앞장서 무너뜨리는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원내대표는 연예인이 일으킨 물의를 정부의 실책을 덮는 데 이용하는 것은 이제는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어도 진부하다는 평을 받는 클리셰(진부한 표현)적인 발상에 불과하다면서 민주당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당이라면 정치 선동도 소재를 가려가면서 할 줄 아는 최소한의 분별력을 기르길 진심으로 부탁한다고 쏘아붙였다.

김포 서울시 편입추진 배후에 천공 있다?’
 

역술인 천공이 인사동을 거닐고 있다. 뉴시스
역술인 천공이 인사동을 거닐고 있다. 뉴시스

또 이번에는 민주당에서는 경기도 김포시 등을 서울시에 편입하겠다는 국민의힘의 메가시티 서울구상이 총선 쟁점으로 급부상하자 여당의 이 같은 이슈 제기에는 역술인 천공이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천공이 서울과 경기도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는 이유에서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 논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 결정마다 매번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누구일까. 모두들 예상하시는 바로 그 사람이라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역시나 천공이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공은 지난 826일자 강의에서 경기도하고 서울을 통폐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설마했는데, 또 천공인가라며 관련 영상을 재생시켰다.

박 최고위원은 김기현 대표의 김포 서울 편입 주장과 천공의 경기도 서울 통폐합 주장이 참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나. 설마하니 집권여당의 대표인데, 혹세무민하는 자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내세운 공약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윤석열 정부 들어 진행되는 해괴한 정책과 천공의 말은 죄다 연결되어 있을까라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천공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설마 아직도 천공을 굳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라며 모두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고, 그저 사실이 아닌 오해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 천공이 배후라는 음모론이 제기되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몇몇 인사들은 역술인 배후설까지 제기하는데 모처럼 여야가 정책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질 낮은 루머 논쟁으로 낭비할 생각인지 안타까울 뿐이라며 김포시민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음모론은 민주당 사유 구조의 뿌리 깊은 내적 특성인지 중요한 사안이 나올 때마다 튀어나와 무의미한 정쟁을 유발하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거듭된 음모론 제기에 대해 합리적 의혹 제기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결국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한 방송에서 민주당의 마약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더킹이라는 영화에서 저런 부분이 나오지 않나. 군사독재 시절에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라며 정국을 전환시키기 위해서 검찰 캐비닛에 있는 연예인 파일을 꺼내서 이거 터트려라 한다는 건데 그게 지금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나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머릿속이 참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과거에도 총선대선 정국에서 음모론 난무
 

21대 총선 개표장면. 뉴시스
21대 총선 개표장면. 뉴시스

이 같은 음모론은 과거에도 끊이지 않았다. 가깝게는 20204월 치러진 21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음모론을 제기했다.

한 유명 보수 유튜브는 배우 A씨의 사망을 코로나19 음모론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한 A씨를 두고 해당 유튜브는 우한폐렴이란 얘기가 지금 돌고 있다”, “보도가 축소되고 있다등의 주장을 펼쳤다.

이를 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사실관계는 무시하고 무조건 코로나19 공포를 퍼뜨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면서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를 축소하고 있다는 낭설을 유포하기 위해 고인을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 보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04417대 총선을 앞두고 촛불집회에 대한 음모론이 제기됐다. 당시 광화문광장에서는 국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자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 참여를 보고 당시 보수 야당에서는 촛불집회가 누군가에 의해 계획돼 선동되고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었다.

200212월 치러진 16대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돌풍에 배후가 있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이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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