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자랑' 시스템 공천, 비명계 겨냥하는 칼날로? 
금태섭 충격 탈락으로 증명된 '문파' 화력, 이번에는 '개딸'?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뉴시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22대 총선 준비 작업에 착수하면서 계파 갈등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친명계(친이재명계) 지도부는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 아래서는 '공천 학살'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시스템의 운영자는 결국 친명계라고 지적한다. 민주당은 4년 전에도 동일한 문제에 직면했다. 조국 사태 당시 소신 발언을 이어온 금태섭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충격의 경선 탈락을 경험했다. 그 시스템 공천 아래서 말이다. 

시스템 공천의 운영자는 친명계 
지난 1일 친명계 핵심 조정식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은 민주당의 총선기획단이 출범했다. 총선기획단은 총선의 기틀을 마련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총선기획단이 큰 틀의 총선 전략을 수립하면, 추후 발족할 인재영입위원회·공천관리위원회·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면접 심사를 거쳐 공천 방향(단수공천·경선)을 확정한다. 

공관위가 현역의원들의 공천 방향을 결정하는 근거는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을 기준으로 삼는다. 현재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가 진행 중인 현역의원 평가의 결과는 오는 12월 말 공관위에 전달된다. 공관위는 평가 결과에 따라 현역의원의 경쟁력을 판단해 단수공천을 결정하거나 해당 지역구의 경선을 실시한다. 

평가위는 정량평가 85%와 정성평가 15% 기준에 따라 현역의원 평가를 진행한다. 평가 점수는 총 1000점이며 ▲의정활동(380점) ▲기여활동(250점) ▲공약이행활동(100점) ▲지역활동(270점) 부분의 평가가 진행된다. 

이 중 대부분의 평가는 ▲대표발의 법안 수 ▲본회의·상임위 출석률 ▲공약이행도 ▲국정감사 우수위원 선정 등의 측정 가능한 성과지만, 최다 배점 항목인 의정활동 평가의 경우 정성평가가 적용된다. 평가 세칙안에 따르면 평가위는 정량지표로 측정할 수 없는 의정활동 성과를 두고 정성평가를 진행한다. 

현역의원 평가의 관건은 하위 평가 20% 산정이다. 민주당의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하위 평가 20%에 속한 의원들은 경선 과정에서 득표수의 20%가 감산되는 규정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현역의원 하위 평가 20%를 대상으로 컷오프(공천배제)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총선기획단의 판단에 따라 패널티 강화는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총선기획단은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혁신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8월 10일 활동을 종료한 김은경 혁신위는 ▲하위 10%의 경선 득표 40% 감산 ▲하위 10~20%의 경선 득표 30% 감산 ▲하위 20~30%의 경선 득표 20% 감산 규칙 등을 제안했다. 

총선기획단이 현역의원의 감산 범위 확대 및 강화를 추진할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은 더 고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비명계 의원들은 시스템 공천의 운영자들은 결국 친명계 지도부인 점을 지적하는 중이다.

현역의원 패널티 강화를 제안한 김은경 혁신위도 당시 '친명' 일색이란 비판을 받았으며, 송기도 평가위원장도 지난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모임인 '전북정책포럼'의 상임대표직을 맡았다. 방점은 총선기획단과 공관위를 오고가며 영향력을 발휘할 사무총장직에 친명계 핵심인 조 사무총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량적 평가가 아니고 정성적 평가 비중이 굉장히 높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이 들어가서 사무총장을 맡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명계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지난 7월경 시스템 공천의 허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공관위) 위원을 누가 임명하나. 당대표가 다 임명한다. 그중에는 일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도 집어넣지만 기본적으로 과반수를 당대표하고 대화가 되는 사람으로 다 채워 넣는다"며 "나중에 누가 당대표가 되든 '저거 당대표가 다 자기 측근들 중심으로 했다'고 공격을 받게 되고 당내 분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금태섭의 충격적인 경선 탈락 

금태섭 전 의원 [뉴시스]
금태섭 전 의원 [뉴시스]

지난 1년간 민주당의 도덕적 실책을 지적하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결단을 요구한 비명계 의원들의 입장에서 공천 학살은 오래된 미래다. 비명계 의원들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금태섭 전 의원의 경선 탈락을 지켜본 바 있다. 

금 전 의원은 당시 당내 소신파인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으로서 주류 의견에 반하는 행보를 보였다. 금 전 의원은 '조국 사태' 당시 꾸준히 쓴소리를 냈으며, 공수처법 표결 당시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 결과 금 전 의원은 당론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경고' 징계를 받았다. 

총선을 앞둔 금 전 의원은 당시 지역구인 강서갑을 두고 정봉주 전 의원의 도전을 받았다. 당시 공관위는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 전 의원의 공천 부적격 판단을 내리면서도 금 전 의원의 단수공천을 결정하지 않고 추가공모를 진행했다. 

그 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금 전 의원의 새로운 상대로 떠올랐다. 하지만 '조국백서'의 저자인 김 의원과 금 전 의원의 맞대결은 곧 '조국 내전'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하에 민주당은 김 의원의 안산 단원을 전략공천을 결정한다. 

결국 금 전 의원의 상대로 낙점된 최종후보는 강서갑의 현역인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다. 당시 정치 신인인 강 의원은 선거운동 7일 만에 권리당원·일반 여론조사에서 65%가량의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금 전 의원의 탈락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한동안 머리가 하얗게 됐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금 전 의원의 낙천을 두고 지역구 관리에 소홀했다는 의견과 함께 친문계 강성 당원의 심판이란 평가로 갈렸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둘 다라고 본다. 당론과 다른 행보는 곧 지역구 민심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일반 여론조사라고 하더라도 100명 중 2명이 응답하는 여론조사에 참여한 분들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열성적인 시민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선거캠프에 참여한 한 관계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코로나 방역의 성공으로 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위상은 신과 같았다"며 "시민들도 여당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당이 계속해서 찍어 내리려는 인상을 주는 여당 후보를 뽑을 경우 지역 사업의 추진력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자신의 책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에서 "(금 전 의원이 낙천하자) 그 공포가 과장되면서 당원의 영향이 부풀려졌다"며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냈던 박용진·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경선에서 승리했고, 김해영 전 의원은 본선에서 실패했음에도 당원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잘못된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성 팬덤의 영향력이 커진 22대 총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다만 조 교수는 "민주당의 가장 큰 승리는 21대 총선이었다. 당시는 (경선룰이) 권리당원 50%+안심번호 50%였다. 이로써 민주당은 유권자 중심 정당에서 당원 중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건 초대박으로 승리한 21대 총선 이후였다"고 지적했다. 

강성 당원의 영향력이 강화된 민주당은 현재 강성한 팬덤을 보유한 이 대표의 지휘 아래 놓여있다. 현재 민주당의 권리당원 수는 245만 명이며, 이 중 47.2%에 해당하는 115만 명이 이 대표가 대권주자로 떠오른 2021년 이후 가입자다. 

지난 1년간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 팬덤은 문자폭탄을 넘어 반대파의 색출과 숙청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의 국민응답센터에 게시된 청원의 대부분은 계파 갈등에 대한 내용이다. 강성 팬덤은 청원 응답 조건인 5만 명을 채우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 화력을 보여줬다.

현재 이 대표의 당권 장악은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체포동의안 당시 가결에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이 3~40명인 만큼 반대파의 수도 많다. 이는 친명계 위주의 공천을 단행해야 할 개연성을 높이는 요소다.

따라서 강성 팬덤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으며, 이미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원외 친명계 인사들의 출마가 예고된 다수의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의 과격 행동은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도, 해당 지역구에 원외 친명계 인사가 출마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일종의 홍보효과인 셈이다.

아울러 방송인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 업체 '여론조사꽃'은 꾸준히 비명계 현역의원과 원외 친명계 인사의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원외 인사들의 경쟁력을 측정하고 있으며, 해당 결과는 친명계 성향의 유튜브를 통해 유통된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총선 국면에서 해당 지역구를 경선 지역으로 선정할 확률이 높다. 원외 친명계 인사의 출마가 대대적으로 홍보된 지역을 두고 기존의 현역의원을 단수공천할 경우 강성 당원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친명계와 비명계 양자 간 여론조사 결과는 후보자의 지역구 경쟁력을 감안하는 근거로 거론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권리당원들은 지역위원회를 토대로 활동했다면 이들(이 대표 강성 팬덤)은 온라인에서만 활동한다. 과거에는 지역위에서 어느 정도 당원을 통제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면 이들은 본 적도 없는 당원인 셈이다. 예측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경선이 결정되면 당원 여론조사가 50%를 차지하는 민주당의 경선룰에 따라 강성 당원이 영향력을 발휘할 틈은 커진다. 이 과정에서 총선기획단을 비롯한 각 기구가 현역의원의 감산 기준과 정치 신인의 가산점 기준을 조정할 경우 원외 인사의 경선 승리 가능성은 더 커진다.

다만 민주당의 노골적인 개입은 오히려 비명계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직선거법 57조의2에 따르면 당내 경선 탈락자는 당해 선거에서 해당 지역구에 출마할 수 없다. 비명계 의원들의 입장에서도 앉아서 당하느니 선제적인 무소속 출마 혹은 신당 창당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11년에도 총선을 앞둔 재보궐선거의 승리 후 계파 갈등으로 인해 19대 총선에 패배한 이력이 있는 만큼, 당내 계파 갈등은 총선 전체의 승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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