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년 만에 ‘예타 완화’... 선심공약 남발 우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 [ 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 [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지난 4월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진행하는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면제 해주는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법안이 통과 됐다. 예타 면제 기준이 바뀌는 것은 예타 제도가 시행된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통과된 개정안에는 총사업비가 1000억 원이 넘지 않는 사업들은 사업성을 따지는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다. 이 사업에는 도로, 철도, 항만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예타 면제 기준만 완화될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지역구의원마다 선심성 사업·공약을 남발해 재정 부담을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 “대규모 SOC 사업 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에 큰 변곡점이 될 것“
- 정부, ‘예타‘ 방만한 재정 운영... “방만 방지 중간 과정 둘 것”


지난 4월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는 SOC(사회기반시설)과 R&D(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금액 상향을 담은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과 통계등록부와 통계데이터센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등을 의결됐다.

국회는 총사업비가 1000억 원을 넘지 않는 SOC·R&D사업에 대한 예타 대상 기준을 현행 500억 원에서 1000억으로 상향했다. 개정안에서는 SOC 사업의 범위를 도로, 철도, 도시철도, 항만, 공항, 댐, 상수도, 하천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건설공사로 명문화했다. 새 예타 기준은 SOC·R&D 사업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 나머지 기타 사업들에 대해서는 현행 기준(총사업비 500억 원, 국가재정지원 규모 300억 원 이상)이 유지된다.

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 준칙 도입과 연계해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야당의 반대로 재정 준칙 법제화 합의가 지연되자 예타 면제 기준 상향부터 처리했던 상황이었다. 재정 준칙 법제화가 불발된 채 예타 면제 기준만 완화될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지역구의원마다 선심성 사업·공약을 남발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개정안 통과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년 만에 완화된 ‘예타 면제 기준 완화’에 대해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500억 이상의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암초에 발이 묶여 진행되지 못하거나, 500억 이하로 축소해 진행된 경우들이 많았다”며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전북뿐만 아니라 대규모 SOC 사업 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에 큰 변곡점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재정소위원회[뉴시스]
기회재정소위원회[뉴시스]

예타 면제가 될 경우의 장점은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 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이지만, 이 절차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다. 예타 면제로 이 검토 절차가 생략됨으로써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또한 해당 검토 사업의 전문 인력을 투입해 수행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이다. 이 부분에서 인력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예타 면제가 될 경우의 단점은 사업 타당성의 절차를 예타 면제로 생략할 경우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추진될 수 있어 사업의 성공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이 경우 상당한 예산의 누수가 생긴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사업에 집중적으로 적용되어, 지역 균형 발전에 저해될 수 있다. 예타 기준 면제 완화로 부패의 새로운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쉽게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 국제유가가 큰 변동의 폭을 보여줘 전 세계 경제가 침체가 장기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침체한 경기 속에서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국가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예타 기준 완화’가 다시 귀추를 받는 실정이다. 

주호영 국민의 힘 의원(이하 주 의원)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예타’의 문제점에 대해 몇 가지 비판했다. ▲ 지방에 불리하다는 점. 배후 인구가 적을수록 경제성 분석에 불리해 국토 균형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교통인프라 사업에 불리하다는 점. 도로나 철도 등의 개설로 유동성 증가 효과가 있는데 건설 초기 투입되는 비용은 많이 들고, 수요예측은 어려워 B/C 분석에서 크게 불리하다. 

▲ 예타가 완전무결하지 않다는 점. 영암 F1 경기장과 같이 예타 통과 후에도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한 사업이 적지 않고 최근 들어서는 시간도 오래 소요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년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꺼번에 23개 사업, 24조 원 '예타' 면제로 다음 해에 있을 총선용으로 남발했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은 바 있다. 심지어 '예타' 부적합판정을 받은 사업도 7건이나 포함되어 있어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개정 ‘예타’ 문제점의 대안에 대해 주 의원은 “'예타' 제도가 지방에 불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심사 기준을 무리하게 완화하거나 면제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예타' 전문 인력을 늘려 '예타' 정확도를 높이면서 시간도 단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예타'나 누가 보아도 통과가 확실시 되는 ‘'예타'’는 신속하게 면제해 사업 진행 속도를 올려줘야 한다. 무분별한 '예타' 면제 및 정치적 입김 방지는 물론, 지역별 균형을 맞출 수 있게 광역권 단위로 연간 '예타' 면제 상한선 설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하 추 부총리)은 10월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차로 관계 부처에서 사업 타당성을 먼저 보고 예산에 제출하게 하는 중간 과정을 하나 두려고 한다"고 현 ‘'예타'’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예타' 대상 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방만 운영 문제에 대한 질의에 관해 추 부총리는 "500억 원을 1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문제는 이것이 혹시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가지 않느냐 우려 때문에 상임위원회에서도 심도 있게 보시는 것 같은데 재정 준칙이 법제화가 되면 중화시키면서 같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대형 사업들이 일부는 ‘예타’를 거쳐 가지만 국제행사나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의사결정이 경제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한계도 있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 국가가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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