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지주 회장과 긴급 회동 예정…. 상생 금융 '시즌2' 나오나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을 향해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금융권이 좌불안석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찍혔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는 혹시 모를 당국의 조사 및 수사 소식이 있는지 귀 기울이고 있다.

수장들의 행보에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유추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및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은행 때리기"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 尹 강경 발언, 서민 발언 전달하며 은행권 압박
- 비판에 은행권 '한숨'...'은행 때리기 반복' 불만도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참석해 "대통령실이 지난주 민생 현장을 찾아 어려운 국민들의 절규를 들었다. (국민은) 끊임없이 대출 금리와 인건비로 생사기로에 있다고 말했다"며 "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앞서도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은행권의 이익 추구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일에도 서울 마포구에서 민생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자꾸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게 처음부터 아예 받을 돈을 제시하고 시장에 뛰어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유인을 다 시켜놓고 가격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것은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라며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서민들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한 예대마진 축소와 취약 차주 보호를 강조하면서 "특히 은행 산업 과점의 폐해가 큰 만큼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금융당국에 지시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이 이틀에 한 번꼴로 은행권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보내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앞다퉈 상생 금융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주말에도 계열사별로 출근해 실현할 방안들을 논의 중이다.  은행장이 현장에 직접 나가 소상공인과 소통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 주말에도 상생 금융 해법 '골머리'

은행들은 급한 대로 연초 내놨던 상생 금융 대책에 이어 보다 성의 있는 상생 금융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30만 명을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를 긴급 소집해 상생 금융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임 회장은 상생 금융 정책을 신속하게 실행할 것을 주문하면서 계열사별로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은 어려울 때 국민 도움을 받아 되살아난 은행인 만큼 진정성 있는 상생 금융으로 국민께 보은해야 한다"면서 "지난번 발표했던 상생 금융 약속을 지키는 것에 더해 좋은 방안들을 찾아서 이른 시일 내에 실질적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KB·신한금융그룹도 주말 내내 회의를 거쳐 조만간 주요 상생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KB금융의 경우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가운데 고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자의 이자를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의 각종 공과금과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한금융도 진옥동 회장 주재로 회의를 거쳐 상생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행 중인 소상공인·중소기업·청년층 상생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기간 연장과 함께 금리 인하, 연체이자 감면, 매출채권보험료 지원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농업·농촌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에 동참하겠다는 기조 아래 상생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다.

황병우 DGB 대구은행장은 4일 임직원들과 대구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을 찾아 골목상권을 살펴보고, 황선탁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회장을 만나 상권 활성화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구은행은 "서문시장을 필두로 지역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영업 현장을 찾아 상권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융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이번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회장과 만남에서 나온 건의 사항을 토대로 서민금융 상품의 추가 금리 인하,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 출연, 신상품 출시를 비롯해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경영 자문 확대 등 금융·비금융 적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국도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셋째 주에 윤종규 KB금융, 진옥동 신한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날 회동에서 양측은 소상공인, 청년, 사회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은 윤 대통령이 최근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잇달아 비판하고 있어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 "돈벌이만 급급하다는 오해다" 억울해하기도

다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언행과 관련해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처럼 외부에 비치고 있어 억울한 면도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대출받는 고객의 부담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마치 이 부분마저도 은행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듯 모사되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강한 비판 이후 사회공헌도 늘리고 소상공인을 상대로 상환 유예 등 지원책도 펼쳤는데 단순히 이익을 봤다는 이유로 강도 높은 지적을 하는 부분에 대해 서운한 감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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