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지연 사유, 기상악화 아닌 무리한 일정
국토교통부 “실제 소요시간 대로 일정 짜도록 개선”

항공기. [뉴시스]
항공기.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국내 항공기 운항 지연율이 5대당 1대꼴로 발생하면서 승객들의 피해가 크다. 특히 가장 많은 지연 사유가 기상악화가 아닌 항공기 접속 지연 즉, 무리한 항공사의 일정 편성임이 밝혀지면서 승객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노선별로 소요되는 시간을 분석해 항공사 일정을 관리하고 있으며, 정책적 보완을 강화하겠다는 입장. 국회입법조사처는 승객들을 위한 보상제도 도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항공기 지연 문제가 오랫동안 계속 발생하며 승객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승객들은 지연 혹은 결항으로 여러 피해를 받지만, 항공사의 피해구제는 요원하다. 이에 항공사의 운항 관리방안이 개선돼 지연율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연 원인의 대부분이 기상 조건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항공기의 연결 문제나 운항 관리상의 착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항공사 측의 서비스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

국내선·국제선 5대당 1대 꼴로 지연돼… 피해 가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2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7월까지 국내 공항을 출발하거나 경유한 항공기 중 국내선 14%인 13만7967대와 국제선 9.1%인 4만34466대가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연율 추이는 국내선의 경우 2019년 17.1%, 2020년 6.7%, 2021년 10.0%, 2022년 11.9%, 2023년 7월 기준 23.8%로 코로나19 영향으로 낮아진 2020년부터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선도 마찬가지다. 2019년 5.05%, 2020년 3.56%, 2021년 2.8%, 2022년 7.11%, 2023년 7월 기준 21.18%로 올해만 5대당 1대가 지연된 셈이다.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항공기 접속 지연’이 가장 많은 사유였다. 

맹성규 의원은 “항공기 지연은 국민 서비스의 질적 저하뿐 아니라 항공 관련 산업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라며 “항공기 지연의 주된 원인인 A/C(Aircraft Connection) 접속은 항공사의 무리한 비행 스케줄 편성 등에서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지연이 잦은 항공사의 경우 운수권·슬롯 배정 등에 있어 현행보다 더 강한 패널티를 부여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항공사 역시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지연 상황 발생 시 승객들에게 사전 통보하고 부득이한 경우 사후 보상과 같은 보완 조치를 하는 등 지연 발생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계속해서 지연 예방 정책 강화”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 9일 일요서울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전 지연 기준이 국제 통용 기준과 달랐던 점들이 있다. 이런 기준을 올해 개선을 해서 관리방안을 강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의 ‘주된 지연 원인인 무리한 스케줄 편성 관련해서 방지책이 있는가’ 질의에는 “노선별로 소요되는 시간을 분석했다”라며 “이번 지연 기준 개선안을 토대로 항공사가 기준보다 아슬아슬하게 일정을 (국토부에) 신청하면 실제 비행 소요시간을 반영해 일정을 계획할 수 있도록 인허가를 관리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현재 적용되고 있는가’ 질의에 “올해 10월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했다”라며 “지연 기준을 개선한 후 데이터가 쌓이고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효과성을 어느 정도 분석할 것이다. 아울러 제도적으로도 보완을 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 “항공사, 소비자 권익 보호 위해 책임 강화해야”

국회입법조사처(조사처)는 지난 7일 ‘항공교통이용자 권익 보호 실태와 개선 과제 – 항공기 지연·결항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항공사업법’ 및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 ‘상법’ 등에 항공교통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그럼에도 승객들은 불편을 겪거나 피해를 주장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조사처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항공사, 공항, 노선, 시간대 등으로 구분해 지연 및 결항의 원인을 분석하고 공항 운영, 관제 등 지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구체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지연 및 결향이 발생할 경우에도 승객에게 이용자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처는 “항공사가 승객에게 운송지연 등 운항계획 변경 발생에 대한 안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승객의 피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승객의 선택에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으로 ‘항공사업법’ 제61조제1항의 단서 조항에 해당하는 피해구제계획 이행 의무를 면제할 수 있는 근거인 현행 ‘항공교통사업자가 불가항력적 피해임을 증명하는 경우’에 ‘제8항제3호에 따른 정보제공 등 승객의 이용자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조치들을 포함한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을 준수한 경우’ 항목을 추가해 면제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U의 경우 일정시간 이상 항공기가 지연되는 경우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으며, 최근 미국도 EU와 같은 방식으로 지연 및 결항에 대한 항공사들의 보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리나라도 승객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보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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