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찰 가능성도 거론...노조, 산은에 매각 중단 촉구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옜 현대상선)의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매각 채권단 오는 23일 본입찰에 나설 예정이지만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된 LX그룹의 불참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한 노조가 졸속 매각을 주장하고 있어 HMM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3파전 양상으로 치솟던 HMM 본입찰이 안갯속으로 빠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전에 나섰던 LX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얼라이언스의 해체 예고로 세계 해운업계의 ‘치킨 게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 부담이라는 것이다.

LX와 함께 인수 희망을 보였던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은 자금 마련에 분주한 상태로 알려지지만  몸집이 큰 HMM을 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다.

하림그룹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팬오션이 보유 중이던 한진칼 지분을 약 1600억원 에 처분하는 등 자금 확보에 매진 중이다. 

동원그룹 역시 HMM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동원그룹은 최근 동원F&B 강남 빌딩을 파는 등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선 본입찰의 유찰 가능성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HMM 노조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 중단을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노조는 "산업은행의 잘못된 판단으로 HMM 매각이 해운산업의 발전과는 상관없는 부실, 졸속매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까지 인수예비업체 리스트 3곳은 자기자본 조달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며, 사모펀드 등 외부 자금의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되면 오직 자본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의 잔치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인수기업의 신규투자사업에 인수대상기업의 유보자금이 유용되는 부실경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0월 25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의 영구채 1조 원에 대해 주식전환을 결정하고 추가 2억주의 신주를 받아 매각대상 지분율을 40%에서 58%로 대폭 확대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이러한 주식물량의 증대는 정부지분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행위이자, 채권 회수를 포기하는 것으로 결국 공적자금 회수에도 심각한 손상을 끼치는 행위다"라며 "아울러, 매각예상가격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결과적으로 매각절차의 하자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산은에 전달, 강석훈 산은 회장 및 김양수 해양진흥공사 사장과의 면담 추진 등 매각작업이 유찰될 때까지 지속해서 반대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대신증권은 지난 13일 HMM에 대해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다 컨테이너 시황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만8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은 ‘마켓퍼폼’(시장수익률)을 유지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성수기 같지 않은 3분기를 보낸 글로벌 선사들은 3대 해운동맹을 중심으로 미주 항로에서 공급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늘어나는 신조 공급으로 컨테이너 시황 개선 가능성은 희박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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