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민형배·강민정·이탄희, 4人4色 위성정당 방지법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위성정당 창당의 원죄를 안고 개원한 21대 국회가 어느덧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22대 총선을 5개월 앞둔 현시점에서도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본지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다양한 위성정당 방지법들을 소개하고 논의된 장단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성정당'이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 거대양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보장하기 위한 꼼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A정당이 확보한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과 비교해 적을 경우, 부족한 의석수의 일부를 비례대표 의석수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지역구 의석수가 적은 소수정당의 경우 추가적인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가 가능한 반면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거대정당의 경우 의석수 보정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수의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에 21대 총선 당시 거대양당은 비례대표 후보만을 추천하는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이는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간 연동에 따른 손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당시 거대양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형해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는 위성정당의 창당을 방지하기 위한 다수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①심상정 의원안 : 선거보조금 하한선 규정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7월 11일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각각 5명 이상 추천하지 않은 정당의 경우 선거보조금 수령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은 지역구 후보를 한 명도 추천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4억4900만 원(시민당), 61억2300만 원(한국당)의 선거보조금을 수령한 바 있다. 

심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거대양당이 21대 총선과 동일한 방식의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85억 원에 달하는 선거보조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위성정당의 창당 의지를 차단할 수 있다. 다만 심 의원의 개정안은 소수정당의 정당 활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임명희 사회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7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심 의원의 개정안은) 다당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대의에 비추어볼 때 군소정당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안"이라며 "위성정당 방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당제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당의 등장을 막는 법안이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도 지난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수정당들은 후보자를 추천하는 일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며 "후보자 추천 기준의 최소 조건이 생길 경우, 정당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만한 후보를 내는 상황이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②민형배 의원안 : 지역구 후보 추천 의무화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월 28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역구 의석수 50%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의 경우 의무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수 50%의 후보자 추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 의원의 개정안은 위성정당 창당의 실익을 차단할 수 있다. 해당 법안에 따라 모(母)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모 정당과 위성정당이 같이 표기된다. 따라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거대양당이 선보인 전략적 분할투표의 효과는 사라지는 셈이다. 

다만 민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 내 논의 과정에서 법안의 허점이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민 의원의 개정안이 명시한 지역구 의석수 50%의 기준을 우회하는 방법이 존재할 수 있다. 가령 지역구 의석수 50% 후보자 추천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복수 정당의 선거 연합 혹은 정당 쪼개기 등의 방법이 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민 의원의 개정안은 후보자 추천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등록무효 등의 제재 수단이 명시되지 않아 실효성의 의문도 제기된 바 있다. 

이어서 정개특위의 검토보고서는 "(민 의원의 개정안)에 따라 정당의 후보자 추천을 의무화할 경우 정당의 고유한 권한이자 본질적인 기능인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에 관한 자율성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제약을 둘 경우, 정당 활동의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헌법 제8조와도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③ 강민정 의원안 : 비례대표 투표용지 표기 의무화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16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총선·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은 정당도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해당 정당의 기호와 정당명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강 의원의 개정안은 민 의원의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위성정당 창당의 실익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해당 법안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정당명이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표시될 경우, 모 정당과 위성정당이 투표용지에 같이 표기돼 유권자의 분할투표를 유도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정개특위 검토보고서는 강 의원의 개정안은 유권자의 선택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지역구 후보자만 추천하고 비례대표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은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될 경우 그 의석은 결과적으로 공석이 된다"며 "해당 정당에 투표한 선거권자의 표는 모두 사표가 되어 선거권자의 의사와 국회의 의석수 사이의 비례성이 오히려 저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④ 이탄희 의원안 : 국고보조금 삭감안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총선 이후 2년 이내에 지역구 당선인의 수가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정당이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보다 지역구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정당과 합당할 경우 해당 정당의 국가보조금을 절반으로 삭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선관위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1년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에 따르면 민주당은 약 150억 원, 국민의힘은 약 134억 원을 인건비로 지출했다. 또한 2021년 총선 이후 양당이 선관위로부터 수령한 국고보조금은 민주당 약 210억, 국민의힘 약 185억이었다"며 "즉 해당 발의 법안이 통과될 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합당하면 양당이 한 해 인건비로 지출하는 금액의 약 70% 수준이 삭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의석수 확보를 위한 목적인 위성정당 창당의 동기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의 법안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의당과 합당을 해도 국고보조금이 삭감된다"며 "정당 활동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법은 결국 정당의 자율성 침해 우려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역의원들의 다양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무결한 위성정당 방지법의 마련은 쉽지 않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서는 다양한 방식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거대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현재 여·야의 극단적인 승자독식 구조 아래서는 서로의 선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여·야가 고려하는 방법은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다. 지역구 의석수와 별개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가 단순 배분되는 기존의 선거제도로 돌아갈 경우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 다만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는 정치의 다양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지난 20대 국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만큼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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