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의 상전벽해(桑田碧海). 민주당은 수도권 민심을 확인하면서 내년 422대 총선 승리 기대감에 부풀었다. 특히 이준석신당 추진을 둘러싼 국민의힘 분열 우려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여권발 악재가 잇따르면서 최대 200석 승리도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까지 불거졌다.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친명계와 비명계와의 공천갈등 및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악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의심하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단순한 과반 승리가 아니라 내친김에 200석 대승을 거둬 윤석열정부 임기 중후반기 정국주도권을 완벽하게 장악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세였다. 지난 20대 대선의 아쉬운 패배를 22대 총선에서 완벽하게 설욕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총선 위기론의 실체를 집중 해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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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강서구청장 보선 압승 이후 200석 대승론 탄탄대로’?
국힘 이슈 선점·인요한 물갈이 혁신행보에 총선위기론 대두
- 조국신당론 리스크 재발 속 올드보이 출마까지 첩첩산중

최근 상황은 정반대다.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던 국민의힘은 각종 이슈를 주도하면서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이후 친윤·지도부·다선중진의 물갈이를 압박하며 인적쇄신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온갖 잡음 끝에 몰락한 민주당의 과거 김은경 혁신위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행보다. 또 김포시의 서울편입이라는 메가시티론으로 이슈파이팅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한마디로 국민의힘에 끌려다닌 셈이다.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는 약이 아니라 독이 돼버린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위한 재정비 시간을 허망하게 날렸다. 게다가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갈등은 분당이 우려되는 정면충돌 양상이다. 이밖에 민주당 외곽에서 조국신당론이 부상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자성마저 쏟아지고 있다.

거부권 무력화 대통령 탄핵도민주, 200석 대승론?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압승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87년 체제 등장 이후 역대 어느 정당도 달성하지 못한 200석 대승이라는 야심찬 목표다. 특히 내년 총선 바로미터인 강서구청장 보선 압승 이후 수도권 민심 우위를 바탕으로 “200석도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21대 총선 당시 180석 대승론에서 두세 걸음 더 나아간 것이었다. 문재인정부 시절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선거, 21대 총선을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20년 장기집권론이 나올 때와 다를 바 없는 거침없는 태도였다. 국회의원 전체 300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석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의석이다. 민주당 주도의 단독 개헌이 가능한 것은 물론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와 탄핵까지 가능하다.

200석 대승론을 언급한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전망했다. 이탄희 의원도 내년 총선의 최대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묻지마 거부권을 행사하는 기반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연합 200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다양한 범민주진보세력, 그리고 국힘 이탈 보수 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민주당 일각의 우려에도 200석 대승이라는 총선낙관론은 나날이 확산됐다. 사실상 민주당이 오만프레임에 빠졌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지론대로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들면 진다는 것처럼 민주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에 도취해 정세판단 미스는 물론 내년 총선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희망과는 달리 정치지형은 급변 중이다. 여권분열인 이준석신당의 움직임이 민주당에만 유리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의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중도층이 제3지대 정당을 선택할 경우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에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준석신당이 금태섭·양향자신당과 손잡고 민주당 비명계를 일부 흡수할 경우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넘어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의 녹색돌풍을 재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국힘, 인적쇄신·이슈파이팅 눈길민주 계파갈등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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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200석 대승에 취한 사이 국민의힘은 반전 드라마를 준비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시작으로 메가시티 구상은 물론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광폭행보로 국민적 눈길을 사로잡았다. 총선을 앞둔 이슈 선점 능력에서 사실상 국민의힘에 완패한 것이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을 능가하는 인적쇄신과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정책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현실은 정반대다. 쟁점법안 강행처리는 물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위협과 무더기 검사탄핵 주도로 대치정국을 심화시키면서 그동안 벌어놓은 점수를 모두 까먹었다.

최근 여야의 쇄신 및 정책경쟁은 국민의힘이 앞서가고 있다. 온갖 파열음에도 아랑곳없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도부, 다선 중진, 친윤계 핵심 의원들의 불출마를 뚝심있게 연일 설파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심사는 복잡하다. 총선 위기론을 강조한 김두관 의원은 위기가 몰려오는데도 200석 압승론을 떠드는 정신 나간 인사들도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윤석열과 이준석의 밀당의 결론이 어찌 나든, 메가 서울이 가짜든 진짜든, 국민의힘은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다민주당은 공천 탈락과 사법 리스크가 두려워 혁신에도 이슈에도 침묵하는 바람에 저만치 국민들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계파갈등도 위험수위다. 핵심은 공천갈등을 둘러싼 정면충돌이다. 특히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험지가 아닌 양지로 분류되는 지역구에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주로 비명계 의원이나 계파색이 엷은 의원들의 지역구다. 비례대표인 이동주 의원은 비명계 4선 중진인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육군대장 출신의 비례대표인 김병주 의원은 재선 김한정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을 공천을 노리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비례대표인 김의겸 의원은 신영대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군산 출마를 노리고 있다. 친명 비례대표로 강경파인 양이원영 의원은 비명계인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 도전장을 냈다.

친명계의 도발에 비명계의 반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비명계 차원의 조직적인 집단행동이다. 강성 친명 팬덤인 개딸의 비난 표적이었던 김종민, 이원욱, 윤영찬, 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핵심 4인방은 원칙과 상식이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독자행보와 세불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도, 강성 지지층의 당도 아니다고 천명한 뒤 대표 개인의 사법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 정당,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 팬덤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20대 총선 당시 진박 감별사 논란으로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를 겪었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종민 의원은 “4명의 의원들과 뜻을 같이하는 40~50명의 의원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의 언급이 현실화하면 사실상 분당 직전의 위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험지출마 공세도 커지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우리나라 정치에서 대표적인 기득권자 중 한 명이라면서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위원장이기도 한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도 안동 출마를 권유한 바 있다.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이 최적격이라고 밝혔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에 당대표를 그냥 안동에 가둬두는 것이다.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최고위원 역시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될 당 대표가 고향 안동, 아주 험지에 가서 자기 선거만 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을 굳힌 의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비명계로 비주류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탈당에 이어 국민의힘 입당까지 시사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당이 돼버린 것에 절망감이 크다아직 국민의힘에 들어갈지, 이준석 신당에 들어갈지 정한 것은 없지만 민주당을 떠나면 여기보다 낫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재발 우려 조국신당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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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한동안 잠잠했던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구속영장 기각사태로 한숨 돌렸지만 최근 법원이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재판과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재판 병합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만일 1심 유죄가 나온다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국신당도 딜레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을 언급하며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만일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조국신당은 지역구 출마자 없이 정당 지지율로만 비례대표 의석을 일정 부분 확보할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친()조국 기조를 표방했던 열린민주당이 3석을 얻은 전례가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손을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조국의 강을 가까스로 건넜는데 최악의 경우에는 다시 조국의 늪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외연확장이 아닌 중도층 이탈과 민주당 분열의 우려만 더 커지게 된다. 3지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금태섭 의원이 조국신당론과 관련, “유권자들의 호응도 별로 없을 것이라며 "정말로 명예가 뭔지 안다면 그런 건 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이밖에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 중인 송영길·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의 강경 발언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민주당 올드보이들의 호남출마론 또한 쇄신과는 거리가 먼 도로 민주당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 민심 장악이 시급한 마당에 당 안팎의 흐름은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송영길 전 대표의 경우 조국 전 장관의 연대론을 흘리며 신당 창당 의사까지 내비친 상황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내년 4월 총선까지 남은 5개월은 조선왕조 500년에 버금갈 정도로 긴 시간이다. 민심을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들이 한둘이 아니다강서구청장 보선 압승은 역설적으로 민주당에 독이 든 성배가 돼버렸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비명계의 반발과 조국신당론의 부상 등 악재를 고려하면 총선 승리까지는 첩첩산중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부정평가가 대략 30 vs 60으로 고착화돼 있지만 민주당이 분명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 못한 것도 팩트라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내년 422대 총선 지형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는 점은 착시현상에 가깝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것은 아닌지 민주당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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