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금융감독원·한국인터넷진흥원 앞장
전기금융사기통합대응센터…통신 3사 동참

센터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현황. [박정우 기자]
센터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현황.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첫 피해사례가 발생한 2006년 이후 16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AI 등의 신기술이나 우편물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범정부 TF를 꾸려 선제적 대응에 나섰으며, 나아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센터’를 개소해 관계부처 및 기업 간의 협력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범행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기관, 친인척 등을 사칭해 송금을 요구하거나 특정 개인정보를 해킹해 수집하는 사기 수법이다. 첫 피해가 신고된 2006년 이후 16년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해만 2만1832건 발생했다. 피해액도 5438억 원에 달했다. 예방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신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방식의 피싱 방식이 성행하며 피해 사례가 급증했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AI를 기반으로 한 음성 복제 기술 이른바 ‘딥 보이스’를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한다. 딥보이스는 특정인의 목소리를 딥 러닝으로 학습시켜, 해당 특정인이 실제 말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금융감독원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범죄 상황 음성 데이터 약 3만 건을 통신사 등 민간기업에게 제공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위한 AI 서비스 앱 등을 통해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우편물도 조심해야 한다?

그동안 보이스피싱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낮은 금리 대출을 유도하거나, 경찰 등 수사기관 행세를 해 형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될 수 있다는 협박성 피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여러 예방책이 발생하자 수법이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정부 공공기관으로 위장해 가짜 우편물을 제작한 후 우체국으로 발송을 시도하거나 아파트에 무단 침입해 오배송 택배를 놓고 가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통신사 등이 전방위적 차단을 펼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가짜 우편물을 보내는 것이다. 오배송을 가장해 물건을 놓고 가는데, 택배를 돌려주기 위해 전화를 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방식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이런 방식에 마약 운반이 이용되기도 하는 등 강력범죄와 결합했다. 추가로 오배송 택배를 함부로 개봉할 경우 비밀 침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우편물에 적힌 번호가 아닌 택배사에 오배송 문의 신청을 하거나, 경찰서에 유실물 신고를 해야 한다. 

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TF’ 출범, 피해금액 전년대비 30% 감소

정부는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TF(범정부 TF)’를 꾸려 강력한 단속과 수사, 통신·금융 특별대책 등을 추진했다. 이 결과 지난해 발생건수와 피해금액이 전년대비 30%가량 대폭 감소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신고·상담 정보를 실시간으로 축적 및 분석하고 범정부 TF와 연계해 정책에 반영하는 통합 대응기구는 없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어 부처별로 신고·대응창구를 개별 운영하는 등 신고를 위해 직접 소관 부처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유관기관과 통신3사 등 민간기관이 통합 대응기구를 설치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신고나 피해구제를 대폭 간소화해 신고 전화는 112로 통합, 온라인은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로 일원화했다.

센터 현장. [박정우 기자]
센터 현장. [박정우 기자]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센터 개소 

정부는 지난 7월20일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센터)’를 개소해 지난 4일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정부는 센터를 통해 기존에 분산된 신고창구를 통합하고, 사건처리부터 피해구제까지 한 번에 처리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영국, 싱가폴 등 외국과 같이 부처 간 정보 공유·분석으로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범정부 합동 대응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라며 “(지금까지는) 신고창구가 기관별로 분산돼 반복신고의 불편함으로 신고포기 사례까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센터 개소 후 보이스피싱 신고·상담은 총 4만 건 이상 처리됐으며, 월평균 1000여 건 이상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피해사건 후속상담, 지속적인 홍보 추진 등으로 상담량은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일요서울 취재진이 방문한 센터는 활발하게 상담업무가 진행 중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신고 절차가 통합돼 센터를 통해 한 번에 접수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신고절차 통합이) 제일 중요한 기능이다. 번호 하나로 연결이 바로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경찰 인력이 19명, 금융감독원 인력이 3명,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3명 배치됐다”라고 덧붙였다.

취재진의 ‘경찰 본청 업무와 차이점이 있다면’ 질의에 “본청은 경찰이 출동해 사건을 접수하고, (센터는) 피해가 우려되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피해자에게는 후속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추가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도 설명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밖에도 센터는 범죄데이터 수집·분석 강화를 통해 수사자료 및 추가피해 방지에 활용하고 있다. 센터는 피싱에 노출된 모든 사람이 제보를 하지는 않아 전체 범죄규모를 알 수는 없으나 최소 14배 이상의 미수 범죄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더불어 신종유형 확인을 통한 최신 변종 수법도 대비하고 있다. 현재 센터 전화상담 시스템에 ‘신종사기’ 코드가 추가돼 새롭게 등장하는 수법이나 단어 등을 관리해 상담 및 분석에 활용 중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10월19일부터 지난 2월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을 전국 경찰 수사현장에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수사현장에서도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음성을 즉시 판독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해외에서 도입해 사용해온 기존 음성분석 모델보다 77% 가량 성능이 향상됐다.

이처럼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발맞춰 정부는 신기술 도입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선제적 대응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개소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센터’가 향후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및 해결에 큰 기여를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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