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vs 민주당 장외 대결 '가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정치권의 '신사협정'이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앞서 여·야는 국회 회의장 내에서 고성과 막말을 자제한다는 데 합의했다. 더 이상 정쟁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약속은 좀처럼 지켜지지 않았다. 외려 정치권의 장외 대결 수위는 한 층 높아졌다. 

'어린 놈·XX·금수' 野 막말 릴레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현재 검사범죄대응TF(태스크포스)·14개 정부 기관에 대한 특수활동비TF를 가동한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검토 및 검사 4명에 대한 탄핵 추진과 더불어 검찰의 특활비 전액 혹은 절반가량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다 보니 한 장관과 민주당의 장외 설전 수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재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 기념회에서 한 장관을 즉시 탄핵해야 한다며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 놈이 국회에 와 가지고, 300명(국회의원들)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나"고 비판했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며 송 전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서 한 장관은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고 꼬집었다.

송 전 대표와 한 장관의 설전은 민주당 현역의원들의 참전으로 이어졌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어이없는 OO(이)네, 정치를 누가 후지게 만들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민 의원은 "제목 OO에는 자슥, 사람, 인간, 분들, 집단 가운데 하나를 넣고 싶은데 잘 골라지지 않는다"며 "단언컨대 정치를 후지게 한건 한동훈 같은 OO이다"고 말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그래, 그닥 어린넘(놈)도 아닌,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는, 한때는 살짝 신기했고 그다음엔 구토 났고 이젠 그저 #한(동훈) 스러워"라는 글을 올렸다. 

아울러 민주당의 검찰을 향한 전방위적인 탄핵 압박에 대해서도 설전이 이어졌다. 한 장관은 지난 14일 "만약 법무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거 같으냐"며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이나 저에 대한 탄핵보다 과연 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더 낮다고 보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금도를 지키지 못하면 금수(禽獸)다. 한 장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금수의 입으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물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서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이제는 하다못해 김 의원이 한 장관을 금수라고 욕했다"며 "보편적 상식을 가진 국민들 눈에는 처럼회 만들어서 국회 수준을 낮추는 김용민은 금수가 아니라 정치 쓰레기"라고 비판했다. 

탄핵 남발에는 국회법 꼼수로, 與 필리버스터 철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시스]

민주당의 탄핵 공세가 이어지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은 중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매우 무겁게 추진돼야 할 정치적 결단"이라며 "드러난 위법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 국가조직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안룰렛처럼 대상자를 선정해 탄핵하겠다는 것은 위중한 탄핵권을 마치 게임처럼 다루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의 탄핵안 남발에 대한 극단 정치를 지적한 국민의힘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철회라는 수를 꺼내며 ‘정치 실종’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본회의에 상정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의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지난 1년간 두 법안의 통과를 저지해 온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자당 의원 60여 명이 나서 4박 5일간의 반대 토론을 펼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하자, 필리버스터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 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공식이 성립된 현시점에서 실효성 없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민주당의 탄핵안 표결을 저지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대통령을 제외한 공직자에 대한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통과되는 만큼, 민주당(168석)의 단독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아울러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해당 공직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전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계획대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경우, 4박 5일간 본회의가 지속돼 탄핵안의 표결이 이뤄지지만, 필리버스터를 철회할 경우에는 상정된 두 법안의 표결만 이뤄진 채 9일 본회의는 종료된다. 

국회법 130조 2항에 따르면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지 않을 시 자동 폐기된다. 앞서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 일정은 9일과 오는 30일인 만큼 9일 본회의 종료 시 민주당의 탄핵안은 자동 폐기된다.

아울러 국회법 92조의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폐기된 법안은 같은 회기 내 재발의가 불가능하다. 즉 민주당은 적어도 올해 안에는 이 위원장과 2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할 수 없는 셈이다. 

결국 국민의힘의 국회법 꼼수로 인해 민주당의 계획이 실패하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소동(필리버스터 철회)으로 인해 여당의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가 진정성 없는 정치쇼라는 것만 들키고 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을 하겠다는 노골적 의지만 분명해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날 탄핵안의 철회 신청을 했으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철회 신청을 결재했다. 현재 민주당은 30일 본회의서 탄핵안 재발의를 거쳐 다음 달 1일 본회의서 탄핵안 표결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민주당의 철회 신청을 결재한 김 의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회법 90조 2항에 따르면 의원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 또는 동의를 철회할 때는 본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 의장이 민주당의 일방적인 철회 요청을 수리해 국회법 90조 2항을 위배했으며, 이로 인해 국민의힘 의원 전원의 국회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의장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탄핵소추안도 발의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만 됐을 뿐, 상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의제로 성립된 바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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