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플라스틱 빨대 사용? 우리나라만 예외 안 된다”
환경부 “관계 부처와 협의해 지원방안 논의 중이다”

종이빨대 바닥에 쏟는 종이빨대 제조업체 대표들. [뉴시스]
종이빨대 바닥에 쏟는 종이빨대 제조업체 대표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 10월23일 종료가 예고됐던 금지 계도기간이 지난 7일 무기한 연장된 것이다. 예정됐던 기존 계획에 맞춰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대비해 종이 빨대 업체들은 투자를 확대하고 재고량을 전폭적으로 늘리고 있던 터였다. 그만큼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소상공인 관련 기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도 소상공인들은 소비자 불만을 줄일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 환경부는 “입장을 바꾸게 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라는 말을 남겼다.

환경부가 사실상 카페 등에서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던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현장, 특히 종이 빨대 업체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미 구입한 종이 빨대를 플라스틱 빨대로 교환해 달라는 가맹점들도 늘었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2020년 12월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듬해, 식당 내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로 ‘일회용품 사용 감량 지속 확대’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기존 국정기조에 동참하는 듯했다. 이런 탈플라스틱 추세 속 종이 빨대는 친환경적 대안으로 여겨지며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음식점·카페 등에서 시행될 예정이었던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이 철회됐다. 환경부가 10월23일 종료가 예고됐던 식품접객업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을 지난 7일 무기한 연장한 것이다. 기존 계획대로는 계도기간 종료 후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규제가 시작될 전망이었다.

종이 빨대 업체 재고 2억 개, 줄도산 위기

종이 빨대 업체들로 구성된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협의회)’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회원사 기준 현재 재고량이 약 1억4000만 개이고, 회원사 이외 업체의 재고량을 더하면 약 2억 개의 재고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이상훈 협의회 공보이사는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사회적인 분위기 등을 봤을 때 정치권의 어떤 이해관계와 산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고려해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하지만 이상훈 이사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 가격차이는 개당 5원에서 7원 정도이기 때문에 소상공인 비용 부담에는 큰 영향이 없다”라며 “개인 매장마다 편차는 크지만 평균적으로 매장당 한 1500개에서 2500개 정도 사용한다. 비용 부담은 많이 잡아도 2만 원 정도(4000개 사용시) 밖에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상훈 이사는 2018년 정부시책을 전제로 종이 빨대 생산 업체들이 당시 생산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며, 금융 융자로 유예기간과 계도기간을 버텨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대출) 만기가 많이 도래한 상황이고 또 많은 분들이 개인 신용까지 소진된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보편화돼 가고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예외일 수 없다”라며 “여러 가지 개선 사항을 보완해서 플라스틱 빨대만큼 사용하시는 데 불편이 없는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은 환영? “바람직한 결정”

이번 환경부의 결정에 카페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시적 혼란을 겪을 수는 있지만, 소비자 불만이 줄어들고 비용 감소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 다수다.

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는 이번 환경부 결정에 대해 “일회용품 사용을 일부 허용하고, 계도기간을 연장한 것을 환영한다”라며 “일회용품 사용 허용과 계도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인력난·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직영점만을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와 다회용 용기를 그대로 이용하는 기조다. 이밖에 경쟁사들은 별도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 개별 가맹점주들에게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 사용 등을 선택에 맡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종이 빨대 생산 공장 등 업체들에게는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 제조사에는 현재 수많은 종이 빨대 재고가 쌓여 있고, 개인 카페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주문을 중단해 부도 위기에 처했다.

환경부 “관계 부처와 협의해 지원방안 논의”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와 관련 “정부가 입장을 바꾸게 된 것에 대해 미리 준비해 주신 분들에게는 송구스럽다”라며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은 우리 사회 한쪽 부분의 희생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통해 더욱 성공적으로 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프렌차이즈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손님이 보이는 곳에는 종이 빨대, 생분해 빨대를 놓고 원하면 플라스틱 빨대를 주도록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종이 빨대 제조 업체들은 벌써 주문 취소가 이어진다면서, 환경부가 현장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의 ‘종이 빨대 업체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나 방안이 있는가’ 질의에 “업체들과 간담회를 한 차례 가졌고, 그분들이 주장하는 필요한 것들을 확인했다”라며 “영업하면서 어려운 점들에 대한 자료를 받아 관계 부처와 협의해 지원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환경부는 탈플라스틱 관련 감량에 대해 전혀 포기한 바가 없다”라며 “다만 현장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등을 고려했고, 규제보다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계도기간 연장으로 종이 빨대 제조 업체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역행하는 모습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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