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민 전 감사팀장
오종민 전 감사팀장

- 2015년 학교급식 제도개선이후, 운명처럼 다가온 2018년 사립 유치원 3법 개혁의 시작
-  2023년 전국 최초, 경기도내 학교잔식 기부 활성화 앞장서

2015. 3월, 수원 광교산 보리밥집에서 잊을 수 없는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해 5월의 어느 날. 학교급식에 대한 비리 제보를 받은 김거성 경기도 감사관은 당시 감사팀장이던 나에게 “해마다 학교급식 문제의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입니다. 소신껏 일해 주세요, 반드시 대책도 함께 마련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학교급식 특정감사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다.    

경기 00고등학교 감사. 통상 감사 일정은 일주일 정도였지만, 감사를 진행할수록 다른 회계 부정이 드러났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감사 중단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김거성 감사관의 한마디. “감사 기간을 생각하지 마시고,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서 그 대안까지 마련해주세요.” 그 뒤 50여 일간의 감사로 회계 비리의 원인과 결과, 그 대책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 

그 감사의 결과는 복합적이었고 충격적이었다. 첫째 학교급식 납품업체가 식품 단가를 속여 부당 이득을 취했고, 둘째 식재료 유사 품목 중 고가 품목 위주로 구매하여 예산을 낭비했고, 셋째 물량지원과 월간 구매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캐시백 포인트, 상품권으로 받는 등의 비상식적인 입찰방식과 학교(공무원)와 업체 간 유착 등이 드러났다. 기존의 감사 결과와 전혀 다른 결과였고, 뜻밖의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이를 위한 제도개선으로 경기도교육청이 기존 입찰방식에서 계약(입찰)부터 식재료 납품(검수)까지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방식을 새롭게 도입했다.(2016학년도 1학기부터 경기도 내 모든 학교에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 전면 사용 의무화로 나이스 식단, 에듀파인 품의, 계약/납품/검수 등의 급식 전과정의 전산화, 학교급식 식재료 품목에 대한 전산화로 가격 정보 제공, 식재료 공급업체에 대한 사전 등록심사 및 사후관리를 통한 안전성 강화, 공급업체에 대한 행정처분 정보, 원산지 및 친환경 인증 정보, 축산물 검수시스템과 등급판정 이력정보를 전산 연계하였고,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 물량지원(1+1) 금지, 캐시백 포인트와 상품권 금지 등)  

2015년,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의 큰 변화를 경험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지난날, 난제였던 학교급식 비리에 관한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이 풀리는 순간었다. 그 이후 우리 대한민국의 학교급식 환경은 어떻게 되었을까? 수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은 그 변화를 알고 있지 않을까. 학교현장은 그 변화를 알 것이다.    

2015년 10월 중순. 뒤이어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 제보가 접수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운명처럼 함께 가게 되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준비과정에서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처벌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이 없습니다. 안 됩니다. 시도했다가 결국 모두가 포기했습니다. 정치권의 외압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현장 공무원들의 반응은 걱정과 우려가 섞인 목소리들이었다. 감사팀 내부에서도 그 업무를 배정받기를 서로 두려워했다. 이때 사명감과 소신을 강조하며, 힘을 실어주는 김거성 감사관의 한마디가 있었다. 

“우리 그런 거 따지지 맙시다. 공무원들이 외면하면 피해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만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것만 생각하고 갑시다.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세요. 제가 그들과 직접 통화하겠습니다.”  

그 당시, 본인의 감사부서는 학교급식 특정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사립유치원 특정감사까지 업무를 동시에 맡기에는 부담이 되었지만, 그분의 용단 있는 그 한마디에 변화의 길에 몸을 실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는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어떤 정치인들은 “왜?, 사립유치원을 감사하느냐?”로 시작된 압박과 회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던졌고, 일부 사립유치원은 연이은 감사 반대 집회와 음해성 고발로 화답했다. 일부 언론도 함께 부당감사, 불법감사 등으로 연일 기사화 했다. 그동안 사립유치원은 교육청의 감사로 손댈 수 없는 그들만의 ‘성역’이었다. 총체적인 난맥을 경험한 시기었다. 그 시기는 오래 지속되었다. 

물론 수십여 년을 유아교육의 현장에서 헌신한 원장들과 직원들이 있었다. 그분들로 인해, 대한민국 유아교육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는 심각한 수준으로 유아들의 건강, 교육과정과 안전 등에 직결되는 것으로 ‘회계 감사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4년간의 회계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립유치원측이 김거성 감사관과 감사담당팀장인 나에게 수차례 고소(고발)를 했다.  현재도 고소(고발)된 사건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4년간, 지금도 지속되는 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경기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는 의미 있게 종결되었다. 가장 큰 보람은 경기도교육청의 특정감사로 시작된 불씨가, 유치원 관련 개혁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2020. 1. 13.)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함께 한 그들은 응원한다.  

주요 언론이 외면하는 가운데서도 일부 언론에서 「한유총 비리 밝히던 ‘감사관실의 수난’」 등의 기사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2022년 수원 효원고등학교에서 나는 학교급식 잔식 기부를 위해, 국민참여 2030대통령직속기관 탄소중립위원회(아이디어 넷 제로)에 정책제안을 하여 최종채택 된 후, 경기도의회 문승호 의원과 함께 ‘학교급식의 잔식기부 활성화에 관한조례’를 전국최초로 통과 시켜, 2023. 10. 11일부터 시행된다.  

나는 학교급식이 남아서 버리는 모습과 오후에 학교주변의 나눔의 집이라는 사회취약계층의 노숙인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생각했다. 

"First there, Last out.: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늦게 나온다."

공직자의 올바른 삶은 “내가 먼저” 앞장서고, 보상에는 “가장 나중에” 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한다. 오늘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 하지만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을 찾고 있다.    

오종민 프로필

- 전)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 대변인실 
- 전)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학교급식, 사립유치원특정감사 팀장 
- 현) 경기도교육청 소재 고등학교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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