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野 비주류 품은 '슈퍼 빅텐트' 칠 것"…비명계 거론
한동훈, 與 혁신위와 동선 겹쳐...여의도 진출 의사 굳혔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마일센터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이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자 한동훈 법무장관 총선 출마와 야권 포섭론을 동시에 띄우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한 장관 총선 출마설을 지핌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의 비주류 현역 의원들을 포섭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로 손꼽히는 중진 이상민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민주당 출신으로 제3지대에서 신당 행보에 나선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를 토대로 총선 전 '슈퍼 빅텐트'를 꾸린다는 구상을 내놨다. 당의 외연을 넓히며 수도권 위기론을 극복하고, 특히 최근 여권의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부쩍 거론된다. '국정 자원'으로서 효능감을 보인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한 탓이다. 이렇다 보니 한 장관을 두고 수도권 총선 출마를 비롯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발탁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전적으로 한 장관의 의중에 달린 문제이지만, 정부와 여당으로선 내년 총선에서 한 장관이 나서주길 바라는 심리가 있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한 장관 출마에 매우 긍정적인 기류"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장관이 만약 총선 출마를 결심한다면 올해 정기국회 일정이나 윤석열 내각의 스케줄상 12월 말이나 1월 초가 되지 않겠나"라며 "다만 현재 내부적으론 원희룡 (국토부)장관 또한 총선 중책(비대위원장 등)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아서 구체적인 역할론을 지금 시점에 단언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이나 거취 결정이 민주당의 탄핵안·쌍특검법 추진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야당발 공세 수위 격상으로 여야 대치구도가 깊어질 경우 한 장관, 원희룡 국토장관 등 '스타 장관'들에 대한 개각 시기가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선 한 장관의 경우 정무 감각이 검증되지 않은 탓에 국민의힘의 총선을 진두지휘할 사령탑으로 세우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결국 한 장관 스스로도 만약 총선 출마 등 정계 등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민주당 동향, 당정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한 장관이 지난 17일 '보수 심장' 대구를 찾자, 총선 출마 의지를 굳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다만 한 장관은 "총선이 국민들의 삶에 대단히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라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한 장관은 이날(21일) 대전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데, 같은 날 오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도 대전 일정이 잡혀있어 이들의 동선이 겹친 배경에 각별한 관심이 쏠려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 역시 최근 공개적으로 한 장관에 대해 "총선에 그런 분이 와서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건넨 바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에서 '한동훈 역할론' 바람이 부는 사이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도 승부수를 띄웠다.

총선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당 지도부는 현재 민주당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과 민주당 출신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 야권 인사들에 대한 영입 의사를 적극 피력하고 나선 것. 이에 이 의원은 이날 대전을 찾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회동을 가지는 등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고, 양 대표도 현재 여당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나라의 발전적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과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며 민주당 비명계 의원 등 야권 인사 영입 기조를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보수 인사 영입 못지않게 많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각계각층 인물을 모시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개딸에게 휘둘리는 지금의 민주당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양심을 지키는 분들이 민주당에 비록 소수나마 있다는 점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의원의 '야 탈당→여 입당'이 국민의힘 슈퍼 빅텐트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날 인 위원장과 만나는 이 의원이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관건이다. 앞서 이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하면 국민의힘에 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적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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