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혁신위와 무기력한 당, 모두 한 장관 개인기에 견인되듯 해

한 달 전 집권 여당은 강서구청장 대패 이후 총선을 앞두고 당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장엔 파란 눈의 한국인으로 널리 알려진 인요한 교수를 영입하여 신선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인 위원장은 출범 초부터 당 내외에서 그의 거침없는 언변과 스타일로 보수당의 고루하고 정체된 당 분위기를 한판 크게 뒤집어 놓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이전투구와 같다는 험하디험한 정치판에서 정치 경험 없는 외부인사가 과연 얼마나 집권 여당을 혁신할 추진력이 있을까 의아해한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자칫 봉숭아 학당처럼 산만하고 요란법석만 떨다가 결국 해산할 것이라는 혹평까지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존재감조차 사라질 당 혁신위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 전체가 한동훈 법무장관의 현란한 드리볼로 모두 한동훈 블랙홀에 빠진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쯤 집권 여당의 초미의 관심과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굵직한 뉴스를 생산해야 할 혁신위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 전체가 한동훈 장관의 개인기에 끌려가는 듯한 형국이다.

한 장관은 현직 법무부 장관이다.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라 불 리우는 그의 언변은 거침이 없고 한마디 한걸음이 뉴스가 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에 대해 상대 당 대변인을 능가하는 독설과 혹평도 서슴지 않고 쏟아내어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어느 장관이 과연 현직에 있으면서 이처럼 협치의 대상인 야당의 골머리를 아프게 할 수 있을까. ‘황태자로 불리어도 손색은 없을 듯 하다.

문제는 집권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유일무이한 희망(?)이자 기대주가 한동훈 장관이 되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요한 위원장의 당 혁신위가 있지만, 위원장도 한 장관 칭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 혁신의 상징이자 집권 여당 혁신의 출발이자 끝처럼 한동훈 장관이 거명되고 있다.

지리멸렬한 듯한 당 혁신위가 그나마 내놓은 제안들이 씨알조차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 장관의 행보는 당 혁신과 총선전략 자체로 비추어지고 있을 정도로 집권 여당의 체면이 구겨진 듯하기도 하다.

당 혁신위는 최근 이준석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조치 철회와 이른바 친윤, 중진그룹 대상 험지 출마, 불출마 등을 의기양양하게 던졌지만 돌아온 것은 넌 떠들어라 나는 내 갈 길 간다식의 싸늘한 반응들만 쏟아져 혁신위가 아니라 당분열위원회라는 비아냥 소리까지 들린다.

결국 우려한 바대로 의욕있게 출범한 당 혁신위는 봉숭아학당처럼 요란스럽기만 했지 당사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게 됐고, 설상가상 한동훈 블랙홀은 당과 집권 여당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됐다. 선거를 앞두고 늘 정당들은 시스템에 의한 개혁과 혁신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특정 인물에 의한 당 운영과 전략이 짜여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만, 결국 선거는 인물론시스템을 가리곤 해왔다.

참신하고 유능한 대중적 인물은 선거의 백미이자 총아가 될 수 있다. 결국 사람이 정치를 이끌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아직 정치입문도 정식으로 하지 않은 현직 장관 한 사람에 견인되는듯한 집권 여당의 혁신위와 당의 모습은 결코 그렇게 믿음이 가거나 듬직하게 보이진 않는다.

집권 여당의 정치력도 잘 보이질 않는다. 여당답게 좀 체계있고 정치판을 뒤흔들어 놓고 국민의 마음까지도 후련하게 할 큰 혁신 판을 만들어 가길 고언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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