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강아지들 흰색 스케치북… 입양 전 훈련 상담 및 교육 진행해야”
“초기 사회화 시기 놓쳐선 안 돼… 3~5차 접종 시기에 병행해야”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반려견 지도사’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권순호 경복대학교 반려보건과 교수는 현재 20년 차 반려견 지도사로서 한국애견협회에서 훈련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양주에서 13년째 퍼펙트독 반려견교육센터와 동물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무척 사랑했으나 고등학교 때까지 대학에 애견 관련 학과가 생겼다는 것을 알지 못해 지금 전공과 무관한 4년제 대학에 진학했었다.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반려동물학과의 전신인 애완동물관리학과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바로 꿈을 바꿔 우리나라 1세대 반려동물학과 학생이 됐다. 이어 우연찮게 군 복무도 춘천 제1군견 훈련소에서 군견병 생활을 하게 되면서 확실하게 진로를 정하게 된 케이스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반려견 지도사로서 단 한 번도 직업 변경이나 공백기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 국내에서 가장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반려견 지도사로 유명하신데, 반려견을 잘 지도하는 사람은 반려견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반려견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시나요.

▲고등동물인 사람은 지적언어인 말을 하지만 반려견들은 항시 행동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개들의 행동 언어를 올바로 읽고 정확하게 이해해서 보호자와 반려견을 잘 연결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전문인력이 반려견 지도사인데요. 저는 반려견을 읽고 교육·훈련시킬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반려견에 대한 모든 것을 보호자에게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모든 집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다양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저희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신중하게 그 집의 모든 상황을 파악해서 반려견을 이해한 후 행동 분석이나 솔루션을 내립니다. 그럴 수 있는 정도면 프로인데, 저도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 교수님은 반려견기초훈련에 대해 학생들에게 어떤 점을 중요하게 강조하며 가르치시나요.

▲반려견 훈련에서는 개와 소통하는 기술과 방법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그러나 개를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으면 전혀 훈련을 진행할 수가 없어요. 훈련이 어떤 건지 프로세스 자체를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학생들한테는 개를 대하는 지식과 기술과 태도를 가르치는데요. 그중에서도 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가장 엄격하게 가르치고 있어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 있는 태도는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거든요. 올바른 태도가 이들이 평생 전문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식과 기술은 직업인이 돼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잖아요. 저는 동물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중하며 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그런 방법들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퍼펙트독 반려견교육센터&동물에이전시’도 운영 중이신데, 운영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저는 후학을 양성하며 퍼펙트독이라는 상호로 제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퍼펙트독 반려견교육센터는 반려견 보호자 교육이나 반려견 교육 관련 세미나 그리고 위탁 교육 등 다양한 반려견 훈련 분야에서 반려견들과 반려견 보호자들을 교육하고 있어요. 특히 저희 퍼펙트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호자와 반려견의 행복한 공존이에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동물에이전시도 운영하고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 CF 등에 출연하는 연기견들을 교육하고 양성해서 촬영팀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거죠. 제가 총괄을 맡은 대표적 작품이 올해에 개봉한 영화 ‘멍뭉이’로 유연석 차태현 주연의 반려견 영화예요. 그리고 지금 방영하고 있는 MBC의 ‘오늘도 사랑스럽개’라는 차은우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에서도 출연동물을 총괄하는 등 매년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유는 제가 활동해야만 현업의 트렌드나 돌아가는 상황을 학생들한테 잘 가르칠 수 있고 취업 연계나 조언도 해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제 와이프가 저랑 같은 직업인이라 이런 활동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요. 제가 결혼한 지 13년 차인데 와이프도 저 정도의 경력자거든요.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이로울 수 있는 반려견을 교육시키는 과정 중 고충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동물들 특히 강아지들은 거짓말하지 않아요. 어린 강아지들을 보면 흰색 스케치북이에요. 저희가 어떤 걸 그려주냐에 따라서 아이가 정말 착하고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될 수도 있고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문제견이 될 수 있어요. 그러나 성장해버린 개들의 경우 대다수 이미 문제가 굳어진 후 오게 돼서 교육받는 반려견과 보호자, 훈련사까지 전부 힘든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입양 전에 저희 같은 반려견 지도사를 찾아서 상담을 받거나 입양 후라도 성견이 될 때까지는 반려견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 질적으로 더 좋은 삶을 살 것이라고 확신해요.

또 다른 애로사항으로는 이런 게 있죠. 우리나라에는 현재 세계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능한 반려견 지도사들이 상당히 많아요. 내년부터는 동물보건사처럼 국가자격증이 돼요. 그런데도 반려견 지도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 채널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요리사들은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러 요리사와 같이 재미있게 요리도 하면서 정보를 전달하고 그러잖아요. 반려견 지도사들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 반려견 지도사가 되려면 어떤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하며, 어떤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까요.

▲우선 첫 번째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반려견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로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분이어야 돼요. 또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배우면서 나아가야 하는 힘든 일이기에 인내심도 강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운동 신경도 있어야 하며 체력도 어느 정도 갖춰야 해요. 또한, 보호자랑 소통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서비스적 마인드도 보유하고 있어야 하죠.

보호자 교육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단순히 강아지만 훈련시킨다는 접근 방식은 금물이에요. 아무리 교육을 잘해도 살아있는 생명은 조건화된 행동을 습득하면 유지하는 과정들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거든요. 이외에 학교 커리큘럼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훈련학 외에도 견체학이나 기초수의학, 동물보호법, 상담심리학 같은 지식과 여러 기술이 필요합니다.

- 반려동물행동교정 NCS 개발위원이기도 하신데, 반려동물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교정하기 위해선 먼저 어떤 점이 선행돼야 할까요.

▲우선 반려견의 행동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반려견의 본능과 심리를 잘 알아야 하고 어떤 종류의 문제 행동인지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해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반려견과 보호자의 관계가 어떤 부분에서 나빠졌는지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함께 사는 반려견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올바른 솔루션이 나올 수 있어요.

그 올바른 솔루션이 나와야 행동교정 업무를 진행할 수가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사람과 반려견을 모두 이해해야만 행동교정을 잘할 수 있어요. 왜냐면 반려견 지도사는 행동교정 방법만 알려주고 실상 노력은 보호자들이 더 많이 하셔야지 이 교정이라는 게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교육참여 유도와 지속적인 교육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보시면 돼요.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 반려견 교육이 일반화되려면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사람들이 모든 반려견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이 부분에서 할 얘기가 많은데요. 우리나라는 현재 분위기 자체가 5차 접종을 하지 않으면 반려견에 대한 어떤 외출도 막고 있어요. 집 앞에 안고 나가는 것도 큰일 나는 것으로 생각해요. 대다수 병원 수의사 선생님이나 동물보건사 선생님들은 반려견이 접종하러 갈 때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이게 불문율처럼 돼서 접종 전까지는 사회화 교육이나 외부 경험을 전혀 시키질 않고 있습니다.

물론 접종이 완벽하게 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건 사실이에요. 근데 우리나라는 유독 심한 것 같아요. 사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한 외국 전문가가 말했듯이 접종 시기 때 돌아다니다가 질병에 노출돼서 잘못되는 아이들보다 사회화 시기를 놓쳐서 성장 후 문제 행동을 일으켜 안락사된 개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러므로 제가 봤을 때는 한 2~3차까지만 접종되면 그냥 가벼운 외출과 사회화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회화도 접종처럼 시기라는 것이 존재하니까요. 다른 개와의 접촉을 피해서 집 앞에 안고 나가서 가볍게 산책하거나 가만히 길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여주고 지나가는 사람만 보여줘도 괜찮잖아요. 첫 입양으로 오는 시기는 평균 한 2~3개월로 사회화 초기에 해당하는데, 접종이 끝나면 사실 초기 사회화는 시기를 다 놓칠 수 있거든요.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외국에 있는 개들은 되게 점잖아 보이고 짖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많이 생각하잖아요. 외국의 경우는 강아지들이 충분히 교육받아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게 없는 거예요. 반려견에 대한 올바른 문화가 정착되면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닌 가족으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 행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권순호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 마지막으로 반려견 지도사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4학년 1학년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예요. 저는 저희 아이들한테 항상 “최대한 너희들 심장이 뛰게 하는 일을 찾아봐!” 이러거든요. 진짜 심장이 뛰게 하는 일을 해야 잘할 수 있어요. 초심이 중요하잖아요. 반려견 지도사는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강아지를 너무 사랑하는 입장이라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반려견 지도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여러분들에게 저는 개인적으로 영어나 수학, 과학, 체육 등 기초과목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남는 시간에 훈련 쪽을 경험하기를 추천해요. 기초 지식이 탄탄해야지 나중에 직업 안에서도 자기계발 기회가 오잖아요. 또 어떤 직업이든 책 많이 읽는 게 제일 중요한 만큼 반려견 지도사도 보호자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할 수 있으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이나 방학을 활용해서 한국애견협회에서 개최하는 훈련 대회나 DOG 쇼 등 다양한 행사에 참관하시면서 견문을 넓혀 나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