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향한 정부·정치권 압박에 '상생 금융' 과제…당국과의 소통 관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추대됐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출신으로는 첫 사례이며 지난 3월 퇴임 이후 9개월여 만에 금융권 복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은행 종노릇' 등의 발언으로 은행권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가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 체제를 원활히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 한다.

- '무혐의 판결 채용 비리' 책임론 여전… 해당 직원 법 심판 받아
- 일각서 "은행권 맏형으로써 제 역할 해낼지" 의문 품기도


은행연합회는 지난 16일 회장 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와 이사회를 열고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조 전 회장을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조 후보자가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업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 사모펀드ㆍ채용 비리 책임 소재 논란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3월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신한금융 회장의 3연임을 포기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한 사모펀드 사고 금액 총액은 사모펀드 금융사고 금액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다.

젠투펀드 4200억 원, 헤리티지 3799억 원, 라임 3389억 원, 라임TRS 5000억 원을 비롯해 2조 원가량의 금융상품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일로 직원들 징계도 많이 받고 다수가 해임됐다.

조 전 회장은 신한금융 회추위 면접 당일 “설령 추대를 받는다고 해도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고 한다. 당시 진옥동 행장마저 조 회장의 사퇴를 예상 못 해 놀랐다는 후문이다.

조 전 회장은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이 피해를 보고 직원들이 징계받으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당시 조 전 회장이 채용 비리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연임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 있었다.

2013년부터 2016년 신한은행 신입 행원 공채 과정에서 당시 신한은행장과 인사 담당 직원 6명은 임직원과 지인의 자녀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부정 채용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조 전 회장의 채용 비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합격 과정에 관여 사실과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A 인사부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벌금 200만 원, B인사부장은 벌금 1500만 원, 인사부 채용팀장 벌금 400만 원, 채용팀 과장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채용 비리에 따른 피해자는 해당 기업에 입사를 희망했다가 고용의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지원자일 수밖에 없으나 입사 지원자를 피해자로 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채용비리죄나 부정채용죄가 법률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현재는 판례 법리에 따라 보호법익과 피해자를 완전히 달리하는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라는 죄명으로 채용비리를 다스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러한 법리에 의할 경우 채용 비리에 따른 피해자는 입사 지원자들이 아니라 해당 기업 또는 임직원들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이어서 일반적인 법 감정에 어긋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입법의 미비를 비판했고 각종 채용 비리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돼 국회에서 채용 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최근까지도 신한지주의 채용 비리와 관련해 이사회의 책임을 묻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최근 발표한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에서 신한지주 사외이사 연임 후보들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신한금융의 경우 "(당시) 조용병 회장이 채용 비리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이사회가 첫 기소와 1심 유죄판결 당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 은행연합회 전임 회장도 "상생 노력" 재차 언급

따라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상징성이 더 큰 은행권을 대표하는 자리로 이동해 은행권 맏형으로써 제 역할을 해낼지 의문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관계자는 "사모펀드와 채용 비리로 인해 지탄을 받은 당사자가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임명된다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은행 경영 관련 정책건의, 공동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지는 연합회장으로는 부적격이고 은행권 전체의 신뢰와 미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주장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채용 비리와 사모펀드 사태를 매듭짓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진정으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당국과 더불어 정치권의 은행권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차기 회장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비판 발언 이후 '상생 금융' 논의를 진행 중인 데다가 최근 야당은 초과 이익의 40%까지도 부담금을 징수하는 '횡재세'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차기 회장에게 당부할 점으로 상생 노력을 언급했다. 그는 "3년간 금융 소비자와의 관계, 금융 부문 규제 등에 많은 신경을 썼고 소비자 보호, 상생 문제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상당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큰 짐을 후임자에게 남겨드려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새로 오시는 분이 경륜도 많으시고 리더십도 있어서 이 상황을 잘 해결할 것으로 생각한다. 많이 고민하고 다른 시각에서 보면서 좋은 답과 좋은 의견을 내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0일 공개된 회추위의 후보 명단(가나다순)에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포함됐다.

하지만 윤 회장의 경우 명단 발표 당일 오후 “은행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분이 선임되길 바란다”며 차기 회장 후보 고사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1957년생으로 대전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84년 신한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뉴욕지점장, 글로벌사업그룹과 경영지원그룹 전무, 은행 리테일 부문장 겸 영업 추진그룹 부행장을 거쳤다.

2013년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맡다가 2015년에는 신한은행장으로 다시 은행에 복귀했다. 2017년 3월부터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맡다가 올해 3월 회장직에서 용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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