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점 구역 '남양주'서 당내 경쟁 치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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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내년 22대 총선을 목전에 둔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의 친명 색채가 공고화되는 가운데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원칙과 상식'이란 모임을 통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비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아예 국민의힘 입당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민주당이 의석을 독점하고 있는 남양주 갑·을·병 지역의 계파 갈등에 초점을 맞춰봤다. 

①남양주갑 : '메기' 조응천 겨냥? 친명계 최민희 출마설

남양주갑은 지난 17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민주당계 정당이 전승을 거둔 야권의 텃밭이다. 최재성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달성한 남양주갑의 현역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남양주갑에서 당선된 뒤 연이어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의 남양주갑 강세는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나타났다. 남양주갑에서 54.24%의 득표율을 기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2.59%의 득표율을 기록한 윤석열 대통령을 11.65%의 격차로 따돌렸다. 대선 당시 남양주 갑·을·병 전역에서 승리를 거둔 이 대표가 최다 득표율·최다 격차 승리를 기록한 지역도 바로 남양주갑이다. 

남양주갑의 현역인 조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비명계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6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인재인 조 의원은 입당 일성으로 "야당 속의 메기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며, 소신파로서의 행보를 예고했다. 

이에 조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이 돼 당내 쓴소리 담당을 자처했다. 이렇다 보니 조 의원은 지난 2020년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국정원법 개정안 표결에 불참한 바 있으며,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강행 국면에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 뒤 조 의원은 이 대표 체제 아래 민주당의 강성 팬덤 문제를 지적하며 당내 민주주의 회복을 주장하는 중이다. 다만 조 의원은 현재의 민주당은 '소금물'인 만큼 민물고기(메기)인 자신은 숨을 쉴 수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12월까지 민주당이 변하지 않을 경우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비명계의 대표격인 조 의원을 상대로 한 친명계 정치인의 남양주갑 '자객 출마'는 수순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최민희 전 의원이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된 최 전 의원은 이후 20대 총선과 8회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낙선한 바 있다. 당시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최 전 의원과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를 거뒀다. 

그 뒤 민주당은 지난 3월경 방송통신위원회의 야당 추천 몫 상임위원으로 최 전 의원을 내정했다. 하지만 여권은 최 전 의원을 두고 편파적 후보란 지적을 이어간 가운데 윤 대통령은 7개월간 최 전 의원의 임명을 보류했다. 결국 최 전 의원은 지난 6일 상임위원 후보자 자리에서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이에 정치권은 최 전 의원이 22대 총선에서 남양주갑 출마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 중이다. 최 전 의원이 20대 대선 당시 이 대표의 캠프에서 미디어특보단장을 지낸 친명계 정치인인 만큼, 비명계인 조 의원과 당내 경선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편 국민의힘의 유력 후보는 심장수 남양주갑 당협위원장이다. 심 위원장은 세 차례(18·20·21대 총선)에 걸쳐 남양주갑에 출마했으나 전부 낙선한 바 있다. 아울러 심 위원장의 총선 성적 역시 하락세다. 심 위원장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44.32%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21대 총선 당시 38.1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②남양주을 : 김한정·김병주 野 현역의원 간 맞대결 성사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남양주을은 민주당계 후보가 지난 17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전승을 거둔 곳이다. 박기춘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달성한 남양주을은 현역인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내리 재선에 성공한 지역구이기도 하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이 대표는 남양주을에서 53.82%의 득표율을 기록해 43.03%를 득표한 윤 대통령을 10.79%의 격차로 앞섰다. 아울러 남양주을은 남양주 내에서 유일하게 이 대표가 선거구 내 전 지역(별내동·진접읍·오남읍·별내면)에서 승리를 거둔 곳이다. 또 오남읍은 이 대표가 남양주 내에서 최다득표율(56.21%)를 기록한 지역이기도 하다. 

남양주을의 현역인 김 의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며, 현재는 계파색이 옅은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현재 김 의원의 유력한 당내 경선 상대로 거론되는 상대는 현역 비례대표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육군대장 출신의 김 의원(비)은 올해 상반기부터 일찌감치 남양주을 출마를 공식화했다. 

앞서 김 의원(비)은 "육사생도 시절 남양주 별내로 행군을 자주 했다. 사는 곳인 공릉동과 가까워 남양주가 익숙하다"는 출마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미 김 의원(비)은 활발한 지역구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14일에는 남양주 진접읍에서 출판기념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남양주을 지역 정가는 김 의원(비)의 출마를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민주당 남양주을 지역위원회 소속 시·도의원들은 지난 5월경 '명분 없고 지역민을 무시한 김병주 의원의 남양주을 출마 선언'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남양주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라"며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거주하고, 강원도의 아들을 자임하면서 의정활동을 해 온 김 의원(비)이 갑자기 남양주시와 남양주을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명분 없는 출마 선언이 정치 불신과 민주당에 혼란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성찰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곽관용 남양주을 당협위원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남양주 출신의 곽 위원장은 2년 전 34세의 나이로 당협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현재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의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 중인 곽 위원장은 최근 여권의 메가시티 서울 논의와 관련 남양주시는 특례시를 준비하기 위한 여론을 수렴 중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③남양주병 : '이재명 저격수' 조광한 "이재명 꼬붕 김용민 잡겠다" 

(왼쪽부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남양주병은 지난 20대 총선부터 신설된 지역구다. 20대 총선 당시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승리했으나 21대 총선에서는 현역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당선돼 동률을 이뤘다. 이렇다 보니 남양주병은 남양주 갑·을과 비교해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로 분류된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남양주 갑·을의 경우,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10% 이상의 득표율 격차를 보이며 신승을 거둔 반면 남양주병의 경우 이 대표(49.20%)와 윤 대통령(47.58%)의 득표율 격차는 1.62%에 불과했다. 아울러 남양주병 내 8개 지역 중 5개 지역(금곡동·양정동·와부읍·진건읍·조안면)의 경우 모두 윤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대표의 득표율을 앞섰다. 특히 윤 대통령은 조안면에서 58.98%의 득표율을 기록해 남양주 내 최다득표율을 기록했다. 

현역인 김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재선 도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강성 친명계이자 당내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의 김 의원은 앞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윤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이제 그만두셔야죠"라는 말로 화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김 의원은 지난 19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탄핵안 발의를 주장했으며,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금수의 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김 의원의 유력한 상대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이다. 30년간 민주당에 몸담은 조 전 시장은 김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뒤 지난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남양주시장에 당선됐다. 

조 전 시장은 재직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 대표와 정치적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이 대표와 조 전 시장은 계곡·하천 정비사업 치적을 두고 '원조' 공방을 벌였다. 아울러 코로나19 당시 이 대표와 조 전 시장은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대립하기도 했다. 

두 정치인의 대립은 경기도의 남양주시 특별감사로 방점을 찍었다. 지난 2020년 경기도는 남양주도시공사 감사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조 전 시장은 특별감사를 두고 '보복성 탄압'이라고 주장한 반면 이 대표는 불법행정에 대한 적법한 감사라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시장은 지난 8월경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조 전 시장은 지난 6월경 21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조 전 시장은 지난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한 상태다. 조 전 시장은 지난달 1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충실한 꼬붕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와 김 의원이 붙는 구도가 이슈가 될 것"이라며 남양주병 출마 의지를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주 시장의 지선 출마 이후 사고당협인 남양주병 지역과 관련 지난달 정재준 국민의힘 부대변인을 신임 조직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정 본부장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사무관을 역임한 뒤 남양주시 다산1동 소재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과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전인교육 특별위원을 맡고 있다. 이렇다 보니 조 전 시장이 김 의원을 상대로 정치적 설욕전에 나서기 위해서는 치열한 당내 경쟁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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