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조민성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조민성 변호사]

<①편에서 계속>
A 씨는 B 씨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관에게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 포렌식 선별 등 절차에 참관하지 않겠다고 서명까지 했다. 경찰관이 만약 제출하지 않으면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겠다고 말하여 두려웠기 때문이다. A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다른 성인 동영상과 사진들이 걱정됐다. A 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휴대전화 저장매체를 이미지 뜨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파일(일부 삭제된 파일까지) 등 대부분의 전자정보가 확인된다. 일부 브랜드의 휴대전화는 디지털 포렌식에서 안전하다는 말도 있으나, 휴대전화의 운영체제와 무관하게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거치면 삭제된 파일까지 상당수 복원된다. 어디까지 복원될지는 알 수 없기에 선별 절차나 선별된 파일을 확인하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

이때 대법원은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ㆍ수색 과정에서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복제본)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ㆍ탐색ㆍ출력하는 경우,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그러지 않은 경우 압수ㆍ수색이 원칙적으로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특히 위 절차에 대한 변호인의 참여권은 피압수자의 보호를 위하여 변호인에게 주어진 고유권으로 보고 있고, 피압수자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였더라도, 변호인에게 참여할 기회를 별도로 보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도10729 판결 등 참조).

또한, 대법원은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초과하여 수사기관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ㆍ복제ㆍ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ㆍ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고, 범죄혐의 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에는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하여 적법하게 압수ㆍ수색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때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에 대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ㆍ수색하여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판결 등 참조).

쉽게 말하면, A 씨가 포렌식 선별 등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하였더라도, 그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수사기관은 포렌식 선별 등 절차에 대한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포렌식 선별 등 절차에서 범죄혐의 사실과 관련이 없는 부분은 탐색해서는 안 되고, 탐색하고자 한다면 별도의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반대로, 수사기관에서 관련성이 없는 전자정보를 발견했다면, 별도의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얼마든지 압수ㆍ수색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다시 돌아와 A 씨와 같은 상황에서 변호인 선임은 매우 시급하다. A 씨는 당일 촬영한 사진 외에도 걱정되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는 데다가, 이미 포렌식 선별 절차에 참관하지 않겠다고 서명까지 했기에 더욱 그렇다. A 씨가 직접 참관하더라도, 관련성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에 그 대응이 어렵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사건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A 씨가 변호인을 빠르게 선임한다면, 변호인은 포렌식 선별 등 절차에 참관하여 관련성 없는 전자정보의 탐색을 막을 것이다. 우연히 A 씨의 휴대전화에 있는 다른 사진이나 성인 동영상이 발견되더라도, 당사자의 동의를 받고 촬영했거나 불법촬영물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항변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실수한 범위 안에서만 결백을 주장해도 쉽지 않은 싸움인데, 전장까지 확대해선 안 된다.

< 조민성 변호사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인천지방검찰청 국가소송 및 행정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 인천지방검찰청 세월호 국가소송 전담 ▲ 인천지방검찰청 국가배상심의회 인천지구심 간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공익법무관 ▲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난민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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