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조 원 규모...40%대 원금 손실 우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이 알려지면서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해당 상품에서 40%대 원금 손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에서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관련 상품 규모만 8조 원 이상으로 현 지수 수준이 계속될 경우 손실 규모는 3조 원 대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홍콩 H지수는 2021년 2월 19일 1만2106.77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지난 24일에는 6075.65까지 떨어지는 등 반 토막이 났다.

H지수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손실 규모가 3조 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된다. 라임펀드 피해액(1조6000억 원)의 2배에 육박한다. 이에 라임, 옵티머스, DLF(파생결합펀드)에 이어 또 한 번의 대형 펀드 사태로 번질까 걱정이다.

- "내 노후자금 날아갔다"...후폭풍 우려

더욱이 피해자 상당수가 고액의 예금을 준다는 말에 속은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라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홍콩 ELS 상품 관련 민원은 총 25건 중 17건이 65세 이상 고령자의 민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무위키는 이들에게 고위험 상품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팔았다는 것이 피해자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ELS 손실을 우려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 투자자들의 사연들이 올라왔다. 

A씨는 "지난해 4월에 들어간 els있는데 지금 괜찮을까ㅜㅜ마이너스 된거 같은데..이건 중도 해지도 안되느거 같던데.. 갑자기 급걱정. 그냥 존버해야돼"라고 걱정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ELS는 금융파생상품의 하나로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수치에 연계된 매우 위험성이 높은 증권. 삼성전자, 포스코 등과 같은 개별 주식에 연동된 상품부터 KOSPI200지수나 KRX100, 닛케이225 등 주가지수에 연동된 상품까지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최대 연 5~25%의 수익률을 확정시켜놓고 있다는 것이 특징. 현물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기대수익률이 아닌 확정수익률이기 때문에, 이론상 블랙 스완이 없고 예상대로만 시장이 흘러간다면 계약 만료시점에서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일정 범위내의 주가 하락 위험은 손해를 전혀 안보지만그 범위를 벗어나면 쪽박 위험이 훨씬 큰 도박성의 상품. 특히 상당수 원금 비보장형 ELS 상품의 설명서를 살펴보면 주가상승시 이익은 10~20%로 제한하고 손실은 50~100%까지 몽땅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회사를 여럿 때려잡아 악명을 떨친 KIKO와 비슷한 비대칭적 손익구조 시스템인데, 일정구간 내에서는 ELS 가입자가 수익을 얻지만 구간 외에서는 원금을 잃으며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원금보장형으로 하더라도 세금 문제로 인해 원금 이하를 돌려받거나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상당수 ELS는 1~2년 등으로 짧은 기한만 정하는데다 자동매도 하한선까지 정해버리기 때문에 투자자가 직접 소유권을 지니면서 끝까지 들고 기다릴 수 있는 주식보다 불이익이 크다. 

- "손실 가능성 파악 위해 현장 조사 실시"

이에 금융투자전문가은 "1~2 종목만 정하는 유형의 ELS라면 그냥 동일한 금액으로 그 ELS 종목의 주식을 여러번에 나눠서 사는 쪽이 차라리 낫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 현황 및 손실 가능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상품 판매 규모가 가장 컸던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되며, 하나은행은 최근 이뤄진 정기 검사를 통해, 신한·우리·NH농협 등은 서면 조사를 받고 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15조8860억원어치가 은행에서 팔렸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7조8458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등이다.

이외 증권사 중에서도 최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도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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