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학생 “희망직업 없다” 밝히기도

수능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 [뉴시스]
수능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국가승인통계인 교육부의 초·중·고 학생 희망직업 조사에서 공무원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공무원 열풍이 불던 지난 10여 년 통계와 사뭇 다른 결과다.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된 이후 9년 동안 처음 생긴 일이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직능연)은 지난 26일 ‘2023년 초·중·고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2015년 국가승인통계 지정 후 교육부가 직능연에 의뢰해 매년 실시되고 있다.

학생들의 장래희망과 학부모, 교사의 인식을 파악하는 이 조사는 현재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졸업 후 창업을 희망한다고 밝힌 고교생은 같은 기간 역대 최고 수준. 생명과학자, 컴퓨터공학자 등 첨단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도 늘었다.

고교 졸업 이후 창업을 계획하는 학생들이 밝힌 필요한 지원은, ‘창업자금 지원’이 59.5%로 가장 많았고, 창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나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서’가 32.6%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결국 외면 받은 ‘공무원’… ‘교사’ 여전히 1위

지난해 조사에서 중학생 기준 10위였던 ‘공무원’이 올해 17위로 밀려났다. 2020년, 2021년 6위, 매년 6~10위 안에 드는 상위 희망직업이었다. 한편 교사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조사에서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와 관련 일요서울 취재진이 만난 공무원 류 모 씨(27)는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인 만큼, 고소득 직업은 아니고 최근 물가 상승도 겹쳐 볼멘소리가 나온다”라며 “요즘 MZ세대는 안정적인 생활보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희망직업이 없다고 밝힌 학생들도 상당수다. 초등학생 20.7%, 중학생 41.0%, 고등학생 25.5%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가 1위로 꼽혔다. 실제 학창시절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대학 입시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있었다.

수능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 공 모 씨(19)는 “친구들 대부분이 뚜렷한 꿈이나 진로가 없다”라며 “일단 성적을 잘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한 뒤 생각해 보려 한다. 사실 어떤 직업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라고 밝혔다.

희망직업에 대한 조사가 의미하는 바가 많듯, 일각에서는 입시교육에 매몰된 현행 교육구조를 비판하면서 직업교육과 관련해 체계적인 정비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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