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 간 자존심 대결 양상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내 1위 해운회사 HMM은 누구 품에 안길까. HMM 인수를 위한 막판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주중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앞둔 가운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과 김홍국 하림 회장 간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홈페이지 캡쳐]
[홈페이지 캡쳐]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지난 23일 마감 시간을 앞두고 본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인수 주체도 지주사인 동원산업에서 동원로엑스로 변경했다. 사업 시너지 효과 등을 어필하기 위함으로 알려진다.  

반면 하림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본입찰에 참여했다. 3조 원의 자기자본에 인수 금융 3조5000억원 등 최대 6조5000억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두 그룹 모두 HMM 인수를 통해 물류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그룹 오너의 인수 의지도 강하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고 표현하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도 “(HMM 인수는) 앞으로 잘할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 자금조달계획이 승부 가를 듯

이에 따라 인수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두 곳의 자금조달계획과 향후 사업 시너지 효과가 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동원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조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원산업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1571억 원의 현금성 자산에 더해 2조657억 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100% 지분을 보유한 스타키스트 전환사채 5000억 원도 인수자금에 보탤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 서초구 동원F&B 사옥 매각도 검토 중이다. 해당 사옥은 2017년 1073억 원에 매입했으며, 현재 시가는 2000억 원이 넘는다.

이와 함께 김남정 부회장의 동원산업 보유 지분(43.15%)과 자사주(27.93%)를 현금화하고, 상황에 따라 인수주체로 나선 동원로엑스의 상장도 시도할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동원로엑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8382억원에 이르며, 동원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림그룹도 지난달 16일 팬오션이 보유 중이던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5.8%) 전량을 1628억원에 처분했다. 팬오션의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나서며 자금 마련에 나섰다. 여기에 선박 매각 등을 통해 3조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하림산업이 보유한 약 8만6000㎡의 서울 양재동 부동산도 자금에 대한 신용 보강 형태로 활용할 전망이다. 하림그룹은 동원그룹과 달리 사모펀드 JKL 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자금력을 보강했다. 지난달 JKL파트너스는 5000~6000억원 규모의 HMM 인수용 프로젝트 펀드(투자 대상을 정한 뒤 자금 조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유찰 가능성 '여전'

본입찰 서류를 접수한 직후 산업은행은 “적격인수후보자 세 곳 중 한 곳만 입찰을 할 경우 유찰되지만, 두 곳이 본입찰에 진행했기 때문에 유효 경쟁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 후보들에게 공식적으로 매각예정가를 통보하지 않아 유찰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더욱이 평가 과정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일요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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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HMM의 매각주간사는 삼성증권이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주식 3억 9879만 156주(57.9%) 매각에 관한 본입찰을 진행했다. 그간 적격인수후보였던 LX그룹은 불참했다.

HMM의 매각가는 최소 6조원으로 예상된다. 매각 대상인 주식 3억9879만156주를 단순 계산해도 6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더하면 7조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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