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박지양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박지양 변호사]

최근에 구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의사 선생님께 크게 꾸중을 들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운동 중에 조금 깨진 치아를 방치하였다가 발치를 해야 될만큼 큰 문제로 발전한 것이다. 왜 바로 병원에 오지 않았냐는 질문에 ‘인터넷을 찾아 보았더니 전문가 답변상 놔둬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 답변하자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자가로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다면 치과의사의 반은 필요 없을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변호사로서도 납득이 가는 이야기었다.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과 유튜브 등의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정보전달체계가 혁신적으로 발전하였다. 법무법인을 찾는 의뢰인들 중 상당수가 미리 법률정보를 검색해보고 유튜브 등을 찾아보면서 자신의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의 분석과 판단을 마친 상태로 변호사를 마주한다. 그러나 아무리 전문가 답변을 기반으로 검색해보았다고 하더라도, 이 정보들을 토대로 자신의 사건에 적용하여 정확한 분석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인터넷 정보들은 일반적인 법리를 소개할 뿐이고, 이를 구체적 ‧ 개별적 사건에 적용하여 사건을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복합적인 분석을 요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법률이 종합적으로 검토되기도 하고, 각종 판결례와 헌법재판소의 결정, 법률의 개정 상황까지 고려되어야 하며, 판결례가 없는 경우에는 학계의 논문이나 외국 법원의 판결까지 검토되어야 한다. 단편적인 법률정보를 가지고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은 사실상 거의 없다. 그런 경우에는 애초에 송사로까지 번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결국 변호사로서는 자신의 사건에 관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때로는 설득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 중 하나가 구치소이다. 구치소 안에서는 수용자들끼리 법률정보를 공유하고 심지어 서로의 사건을 분석하여 예상판결까지 선고해준다고 한다. 수용자들 간에 공유되는 최후변론 작성양식이 따로 있고, 수감경력이 많아 그만큼 법률정보가 축적된 수용자는 일종의 권력자의 지위에도 선다고 한다. 반성문을 대필해주는 고급인력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구치소에 접견을 가면 오히려 수용자 측에서 먼저 자신의 사건을 브리핑 한 뒤 변호인의 최종의견을 묻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면 가장 먼저 시간을 확인하곤 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준비해온 것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의 법률은 8조법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각자의 사건은 각자의 특수성과 상황이 있고, 이를 수많은 법률과 판결례들을 함께 고려하여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은 단편적인 정보들을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유튜버 등은 조회수를 위해서 자신의 자료만 참고해도 쉽게 당해 사건을 판단할 수 있을 것처럼 편집을 하곤 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인터넷 상의 정보들을 토대로 자신의 사건을 정확하게 판단할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적다. 깨진 치아를 놔둬도 괜찮을 것이라는 지인의 자가진단은 확실히 통렬한 비판을 받을만 했던 것이다.

법률사건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면 상당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담당변호사도 불필요한 설득의 시간을 가져야 하고, 때로는 사건진행에 큰 차질을 빚기도 한다. 정보화 시대의 현대인은 정보가 주는 편리함만큼이나 정보의 범람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겪기도 하는데, 법률사건의 이해와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의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처음부터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함은 당연한 결론일 것이다. 법률사건의 경우 정보의 습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과 판단이 그 핵심이기 때문이다.

<박지양 변호사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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