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현훈 원인 6가지 풍훈(風暈), 열훈(熱暈), 습훈(濕暈),
담훈(痰暈), 기훈(氣暈), 허훈(虛暈) 분류

갑작스럽게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겪는 현대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본인이 핑핑 돌기도 하고, 주위가 빙빙 돌기도 하고, 자세를 조금만 바꿔도 어지러워 균형 잡기가 힘들고, 순간적으로 아찔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속이 메스꺼운 오심이나 구토를 동반하는 사람도 있다.


한의학에서 현훈(眩暈)이라고 일컫는 어지럼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빈도와 강도도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단순하게 가벼운 현기증 일수도 있지만,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어지럼증은 질환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크게 말초성과 중추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내이의 전정기관은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데 말초성 어지럼증은 귀의 가장 안쪽에 있는 내이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와 중추신경계 문제로 발생하게 된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3대 질환은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이다.

이 중 어지럼증의 대표적 질환인 이석증은 회전성 말초성 현훈 질환 중에서 가장 높은 원인 질환이며, 어지럼증의 환자 중 약 20%을 차지한다.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라고도 하며 자세 변화 시 심한 어지럼증이 특징적인 질환이다.

흔히 귀안의 돌이 빠져나온 질병이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귀 안쪽에서 움직임을 감지하여 몸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위치 감각을 느끼고 균형을 잡을 수 있게끔 하는 이석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떨어져 나와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하게 되는 질환이다.

이석증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위치 감각에 이상이 생겨 어지럼증, 구토, 오심, 안진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에는 균형을 잡을 수 없어 보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머리의 움직임과 관련이 크며, 머리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을 때 갑자기 핑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보통 1분 이내로 생겼다가 저절로 좋아지는 일이 반복된다.

어지럼을 유발하는 다양한 질환들이 있으므로, 어지럼증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거나 난청이나 이명 같은 청각의 이상을 동반하거나 신경 마비 징후가 보이거나 하면 이석증 외 다른 귀 질환 혹은 뇌 질환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감별을 위한 조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석이 떨어져 나오는 원인은 명확하지는 않으나, 외부충격, 감염, 약물 부작용, 스트레스, 과로, 여러 질환의 후유증 등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다. 골다공증 또한 유발 원인이 되는데 이석은 칼슘 성분으로 이뤄진 덩어리로 골다공증처럼 칼슘 대사에 영향을 주는 여성호르몬의 변화가 이석에 영향을 준다. 갱년기 여성에게서 이석증 발병률이 높은 이유이다.

이석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에게 어지럼을 느끼는 특정한 자세를 취하게 하여 어지럼이 유발되는지 확인하고, 이때 눈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안진의 발생 여부를 본다. 진단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청력 검사, 평형 기능 검사, MRI 등의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이석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고 일시적인 경우에는 이석치환술로도 잘 회복되지만 잘 재발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석치환술은 고개의 위치를 바꿔가며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원래의 위치로 이동시키는 치료법이다.

이석증은 한번 떨어져 나온 이석은 또다시 떨어지기 쉽고, 또한 노화가 진행될수록,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질수록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석증이 오래되어 만성화되면 어지럼증이 수시로 재발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증상으로 인한 생활의 불편감 그리고 언제 발작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우울이 생기기 쉽다.

동의보감에서는 현훈의 원인을 6가지로 분류한다. 풍훈(風暈), 열훈(熱暈), 습훈(濕暈)은 바람에 장기간 노출이 되거나 뜨겁고 습한 곳에서 생활하거나 하는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몸이 상해서 생기는 것이며, 담훈(痰暈), 기훈(氣暈), 허훈(虛暈)은 기력이 저하되고 몸이 약하거나 노폐물이 쌓여 있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생기는 것과 같이 내부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는 부족한 기력은 북돋아주고, 해독되지 않고 쌓여있는 찌꺼기는 배출하여 전신 기능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으로 현훈을 치료한다. 개인의 몸 상태에 따른 근본 원인이 치료되지 않으면 현훈이 만성화되기 때문에 한의학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기혈순환을 돕고 해독 순환 소화를 돕는 침 치료와 약침 치료 그리고 개인 체질에 맞춘 한약치료를 시행한다.
 
구조적으로 기혈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원인을 찾아내어 척추 밸런스를 바로 잡아주는 추나치료도 같이 진행한다. 한번 어지럼증이 발생했을 때 금방 괜찮아졌다고 간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성화로 진행되기 전에 과로 스트레스 노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고갈된 원기를 회복시켜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치료를 제대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수원바를정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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