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 개편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가 쓴소리를 보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양평거사로 불리며 16개월동안 정치권에 거리두기를 해왔던 만큼 언론과 작심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와 각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빌미는 이 대표가 제공했다. 이 대표는 선거는 승부라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시사하자. 김 전 총리는 약속을 저버린 정치 퇴행이라고 비판하면서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이 대표는 선거제 개편에 대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 지난 대선 후보 당시 위성정당 폐지를 공약한 만큼 병립형 회귀 방안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김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더라도 민주당만이라도 단단한 원칙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준연동형 도입은 지역주의를 넘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가자는 의지였다면서 위성정당 창당 방지법을 통해 현행 제도의 폐해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이 후퇴할 조짐이 보이자 당 소속 이탄희 의원은 야권 우세지역인 용인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험지출마를 선언하는 등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는 내년 총선에서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늘리고 대의원 표를 축소움직임을 보이면서 비명계와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사실상 비명계는 공천학살이 현실화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낙연 전 대표가 비명계 좌장을 확인시키며 이재명 체제에 직격탄을 날려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당창당 가능성까지 암시해 당이 총선전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부겸 전 총리의 간만에 목소리는 주목할 만하다. 평소 정치복귀를 묻는 지인들에게 하늘이 불러야 한다”’며 자기 의지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던 그다. 그런데 선거제 개편을 두고 이재명 대표에게 쓴소리를 보낸 김 전 총리는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일까.

이에 대해 김 전 총리는 아직 부정적이다면서 다만 선거제 논의가 한창인데, 이건 내가 평생 정치를 해온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또 민주당이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 국정운영과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고언을 했다. 이재명 강성지지층 개딸에게는 이견을 공격하는 것은 백색테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내년 총선 출마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면 필자의 느낌이지만 당내 원로로 남기보다는 난 아직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존재감을 알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금뱃지에 연연하기보다 그 이상의 꿈을 꾸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노력이 보였다. 어느 정도 김 전 총리의 발언은 효과를 본 듯하다. 다만 이번에는 김 전 총리가 과거처럼 실기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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