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의 심판도 애써 외면, 소멸된 당 민주주의와 다양성 회복이 정통 민주당의 길

1야당 민주당이 어수선하다. 아니 폭풍전야 같다고 해야 할 듯하다. 총선을 앞두고 의례 정당 내 주류와 비주류 간 죽느냐 사느냐를 놓고 샅바싸움을 한다고는 하지만 민주당 분위기는 사뭇 살벌하다는 전언들이 많다.

그동안 민주당 내외에선 정기국회 이후 연말 당내 빅뱅 도화선들이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과 전망 들이 나오곤 했다. 첫 포성은 최대 경쟁자였던 총리 출신 이낙연 전 당 대표의 이재명 선전포고로 시작됐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연 근거로 적시한 것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에 의한 민주당의 다양성과 당내 민주주의의 붕괴로 요약된다. 그는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작동해 여러 문제를 걸러내고 건강을 회복했으나, 지금의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의 영향으로 그 면역체계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이 전 대표의 표현을 따르자면, “끔찍할 정도로 적대적, 폭력적이라는 강성 지지층이라는 것이다.

결론은 이재명 대표와 그 측근 세력들을 감싸고 도는 이른바 개딸을 위시한 안하무인 격의 맹목적 지지 세력들에 의한 정통 민주당의 심각한 훼손을 강조한 것이다. 더구나 총선을 코앞에 두고도 법원 재판에 출근’(?)하듯이 해야 하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리스크로 총선이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는가 하는 강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상 물러나라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본격적인 비 주류세력 결집과 이재명 선전포고는 얼핏 보면 선거 앞두고 그럴 때도 됐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들여다보면 사실 당내 리더십은 심각하다. 민주당 존립과 국민적 지지의 가장 큰 자산은 도덕성과 보수당에 비할 바가 아닌 당내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회복력, 자생력이었다. 이런 민주당의 자산이 이젠 눈을 비비고 봐도 찾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자신의 사법 리스크는 둘째치고 그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결국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자금’ 67천만원 수수로 유죄판결을 받고 징역 5년의 법정구속이 되고 말았다.

이 대표 측에선 여전히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고 강변했다. 이 대표 역시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흔하디 흔한 심려 끼쳐 유감이란 상투적 말 한마디도 없다. 이 대표 말처럼 재판이 이제 1심이니 기다려볼 일이지만, 여전히 이재명 대표에게 부족한 겸허함과 겸양, 부끄러워할 줄 아는 미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평이다.

우리말에 염치(廉恥)’라는 말이 있다.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란 뜻이다. 어찌 내로라하는 자신의 측근이 첫 판결에서 67천만 원의 불법 자금을 받고 증거인멸 우려로 법정구속까지 당했는데도 지켜만 보겠다는 건지 참 대인배(?) 다운 모습 같기도 하다.

국민은 적어도 이 정도 상황이면 속된 말로 이 대표가 염치, 코치, 눈치라도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을 텐데 말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도모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거세하려 하든 당을 새로 만들려고 하든 그것은 당내 정치 세력 간의 다툼의 문제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참으로 위험천만하고, 참으로 민주당답지 못한 길로 빠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린 민주당다운 민주당이라고 강변하는 듯한 당 대표와 주류세력들의 외침이 공허함을 느끼게 하는 때이기에 더욱더 안타깝기 그지없다.

총선은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범죄에 대한 심판은 재판정에서의 법의 심판이다. ’정통 민주당을 회복하려 한다면 이재명 대표만을 위한 민주당이 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법의 심판에 대해서도 겸허함과 겸손함이 먼저여야 함을 깨닫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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