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물갈이’ 나선 국민의힘, TK‧PK 의원들 “나 떨고 있니”

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 [뉴시스]
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위원장 신의진)가 전국 253개 당협 가운데 사고‧신규 당협 49곳을 제외한 204개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진행, 당협위원장을 대거 교체하라는 권고 조치를 내리면서 당내 ‘현역 물갈이’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현역 의원들이 당협위원장 교체 리스트에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위험군에 속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파열음이 감지된다. 이 와중에 용산 대통령실도 대대적 내부 인사 개편과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22대 총선을 앞둔 집권 당정의 ‘인적 쇄신’이 최대 화두로 부상한 모습이다. 특히 김기현 지도부가 낙하산‧밀실 공천을 철저히 배제한 순도 100%의 ‘시스템 공천’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내년 선거 전 현역 교체 비중이 40%에 달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작심 물갈이’에 나선 당정이 메스를 어디까지 댈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당무위)는 지난달 27일 풀뿌리 지역구 조직인 전국 당협위원회 20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정기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당무위는 평가 최하위 22.5%에 해당하는 46명의 당협위원장들을 공천 배제 대상으로 지명, 공관위에 컷오프를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무위가 작성한 컷오프 명단은 이달 중순경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로 넘겨져 공천 심사의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공관위가 컷오프 최종 결정권을 쥐게 되지만, 공천 탈락자의 면면은 결국 당무위가 최초 작성한 명단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에 앞서 당무위는 지난달 30일 당 지도부에 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다만 원‧내외 당협위원장 교체 및 컷오프 권고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울러 개인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못 미친 현역 의원들의 명단도 비공개에 부쳐졌다. 

당무감사서 ‘낙제점’ 받은 與 의원들 누구

당무위의 컷오프 명단은 이달 출범을 앞둔 공관위의 공천 방향성과 직결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당초 여당 내부에서도 이번 정기 당무감사가 ‘현역 물갈이’의 핵심 명분으로 작용하리란 예측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이번 공천을 계기로 총선 전 판을 새로 짜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당협위원장 교체도 관건이지만 당 지도부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공천 배제 리스트에 포함될 현역(의원)이다. 당무감사라는 객관적 지표가 있으니 이에 따라 컷오프된 의원으로선 반박 명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내년 총선 전 현역 의원에 대한 대폭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이번 당무감사에서 낙제점을 받은 여당 현역 의원들의 면면에도 지대한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당무감사 전후로 컷오프가 예상되는 현역 의원 20여 명의 명단이 담긴 출처 불명의 정보지들이 돌았고, 국민의힘이 해당 문건 유포자를 검찰 고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현역 컷오프 정보지는 여러 버전으로 유포됐지만, 이를 종합해보면 TK‧PK 및 비윤(비윤석열)계 의원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불법 이슈에 노출돼 쟁송 중이거나 당 중징계를 받은 의원도 일부 포함됐다. 특히 복수의 정보지가 하나같이 공천 컷오프 대상으로 TK‧PK 의원 상당수를 지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 

이에 국민의힘과 당무위는 해당 지라시들이 당무감사 결과와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여당은 현재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역구 현역 89명 가운데 60%가 넘는 56명이 영남에 지역구를 둔 만큼, 이번 총선 공천을 계기로 기득권으로 분류되는 영남권 의원들의 토착화 해소가 시급하다는 내부 지적이 잇따른다. 이렇다 보니 사실관계와 별개로 해당 정보지에 담긴 인사 면면이 국민의힘의 현 컷오프 기조를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아울러 최근 당정의 TK‧PK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풍문에 힘을 싣는 요소다. 국민의힘은 콘크리트 텃밭으로 여겼던 영남 지지율이 주요 여론조사 지표상 지난 10~11월 일시적 하락세를 보이자 내부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 승리의 견인차가 돼야 할 TK‧PK 표심에 균열이 감지된 것은 현 영남권 의원들의 지역구 관리 실패 등 역량 부족이 그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번 총선 공천에서 TK‧PK 지역구에 대해 대폭 물갈이를 단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굳어졌다는 게 당 내부 전언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의원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당 최고위에서도 일부 영남권 의원들이 소위 ‘텃밭 프리미엄’만 믿고 지역구 관리나 의정에 소홀하다는 취지의 문제의식이 공유된 것으로 안다”면서 “또 가뜩이나 ‘영남 기득권’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데다, 혁신위 험지 출마 요구까지 겹친 상황이라 TK‧PK 현역 물갈이는 사실상 불가피 수순”이라고 했다. 
 
TK‧PK 최소 20% 이상 물갈이 전망에 영남 현역들 ‘긴장’ 

이에 당내 TK‧PK 현역 의원들 중 약 20%에 해당하는 최소 10명 이상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자,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역력하다.

대구 달서갑에 지역구를 둔 홍석준 의원은 당무감사 결과 발표 이틀 뒤 한 라디오 방송에서 “46곳 중에 얼만큼 영남 지역이 포함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이 ‘당 지지율과 개인 지지율의 차이가 나는 것도 공관위에 전달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영남지역 현역들이 좀더 관련된 사항에 해당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민감한 것이 사실”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영남 지역이 지금 과반이 넘는 구조여서 당연히 물갈이, 혁신의 타깃이 영남 지역 의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의원들 입장에서는 가장 민감하고 불안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갈이를 하더라도 좋은 물갈이를 해야 한다”라며 “지난번 21대 총선 때는 저희가 43%를 했고 민주당이 20%대 물갈이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참패를 했다. 물갈이 자체가 총선 승리의 하나의 요인이지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다른 PK 의원은 본지에 신의진 당무위의 컷오프 권고 조건이 영남 현역들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통상 타 지역구에 비해 영남권 의원들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비해 낮다는 점을 지적한 것.

해당 의원은 “개별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뒤처질 경우 패널티를 준 당무감사위의 기준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신 위원장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다고 했으나 과연 형평성에 부합한 기준이었는지 묻고 싶다. 당무감사 결과가 곧 공천 심사 스탠더드(기준)가 되는데, 애초에 이쪽(영남권) 의원들의 컷오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심히 의문스럽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편 일각에선 영남을 겨냥한 국민의힘의 현역 교체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공천 컷오프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탈당 러시’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등 새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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