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대통령실을 개편했다. 정책실장직을 신설하고, 수석비서관급 참모들을 모두 교체하는 등 용산 2기 체제를 알렸다. 사실상 대통령실 내 총선 도전자를 위한 개편이라 볼 수 있다. 대통령실 개편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개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10개 안팎의 부처가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 1기 수석과 장관 등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는 대통령실, 정부 인사들의 총선 차출설, 지역구 조정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무회의 주재하는 윤 대통령. 뉴시스
국무회의 주재하는 윤 대통령. 뉴시스

정무수석-한오섭, 홍보수석-이도운, 시민사회-황상무 경제-박춘섭
- 부총리겸기재부-최상목, 국토-심교언, 보훈-김석호, 벤처-유병준 등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 비공개 자리에서 다음 주부터 떠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장관에서) 물러나시는 분들은 일을 잘해서 당에서 부르는 것이니 너무 섭섭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고 복수 참석자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 입장에서는 다 함께 계속 같이 일하는 것이 편하고 효율적이지만 당 요청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한 참석자는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마지막까지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나온 내용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아직 후임자가 (모두)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내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도 후임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때까지 맡은 업무를 끝까지 챙겨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직접 시점을 거론한 만큼, 내년 총선에 출마할 대통령 인사들에 개각 등을 공식화한 셈이다.

정책실장직 신설 등 대통령실 개편 속전속결

그 신호탄으로 대통령실 개편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정책실장직을 신설하고,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신임 정책실장에 임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대기 비서실장, 조태용 안보실장의 2실장 체제에서 정책실장을 더해 3실장 체제로 운영하게 됐다.

정무수석에는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홍보수석에 이도운 대변인을 승진 임명했다. 시민사화수석에는 황상무 전 KBS 앵커, 경제수석에는 박춘섭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사회수석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임명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관섭 정책실장에 대해 탁월한 정책기획력과 조율 능력을 발휘해 굵직한 현안들을 원만히 해결해 왔다고 평가한 후 국정 전반에 대한 식견이 높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국정과제를 추진력 있게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김 비서실장은 한오섭 정무수석에 대해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국정상황실장으로서 소임을 다해 왔다국정 현안에 대한 통찰력과 정무 감각을 바탕으로 대국회 관계를 원만히 조율하면서 여야 협치를 이끄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선 언론인으로서 축적해 온 사회 각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라며 국정 전반에 국민 눈높이에 맞춰 운용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도운 홍보수석에 대해서는 다년간 기자 생활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고 있다국민에게 국정 현안과 정책을 소상히 설명하고,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박춘섭 경제수석은 정통 경제관료로서 재정·예산 전문가일 뿐 아니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식견을 갖추고 있다. 경제 정책을 원만히 조율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고 민생 안정을 도모해 나갈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평가했고, 장상윤 사회수석에 대해서는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 사회조정실장 등을 거치면서 사회복지 분야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기획조정 역량이 탁월해 교육·복지·연금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설될 과학기술수석실의 구체적인 인사와 조직 구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선에 시간이 걸린다그럼에도 가급적 연내 또는 내년 초에는 구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대통령실 체제에 과학기술수석실이 추가되면 6수석실이 된다. 그러나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와 의대 정원 확대 같은 현안 해결을 위해 복지수석이 신설될 가능성도 있어 전체적인 윤곽은 유동적이다.

이관섭(윗줄 왼쪽부터) 신임 대통령실 정책실장,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한오섭 정무수석, 박춘섭(아랫줄 왼쪽부터)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발표 관련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1.30. 뉴시스
이관섭(윗줄 왼쪽부터) 신임 대통령실 정책실장,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한오섭 정무수석, 박춘섭(아랫줄 왼쪽부터)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발표 관련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1.30. 뉴시스

교체된 수석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분당을 출마를 원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현역이 없는 경기 수원 등에서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강승규 전 시민수회수석은 고향인 홍성·예산, 안상훈 전 사회수석은 출신 학교 연고가 있는 강남갑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다만 당에서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힘든 지역을 뚫어내는 쇄빙선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 측근들이 다른 사람이 출마해선 당선하기 힘든 지역에 가서 당선돼 돌아오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총선 출마용 수석비서관 인사가 이뤄진 만큼 같은 이유로 비서관급 인사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부산 수영구,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은 경북 구미을, 전광삼 시민소통비서관은 대구 북구갑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 국정홍보비서관의 포항 북구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폭 이상 개각 후임 하마평

수석급 교체가 속전속결로 이뤄지면서 중폭 이상의 개각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12월 초부터 10명 안팎의 장관을 교체하는 대규모 개각이 단행될 전망이다. 개각 대상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국가보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 10곳 안팎의 장관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대구 달성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선 도전을 위해 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후임에는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이 유력시되고 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 후임에는 구홍모 전 육군 참모차장, 윤봉길 의사 손녀인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 후임에는 고려대 김인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송상근 전 해수부 차관, 이연승 전 한국해양교통공단 이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 외에 중기부, 농림축산부, 고용부 장관 등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신임 국가정보원장에는 김용현 경호처장과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뉴시스
이야기중인 한동훈 장관과 원희룡 장관. 뉴시스

가장 관심을 끄는 인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원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맞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권으로서는 선거를 지휘해야 할 이 대표를 지역구에 묶어두는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나아가 여권 내에서는 원 장관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원 장관 후임에 심교언 국토연구원장이 거론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개각에 포함될지 여부도 최대 관심사다. 한 장관은 현재 여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부터 선거대책위원장 역할론 등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히든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후임으로는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한 장관은 연말 개각에서 빠지고 연초 원포인트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도 함께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객관적 상황 분석과 판단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과 엑스포 유치를 총괄했던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에 대한 경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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