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친명계와 비명계간 갈등으로 일촉즉발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진 정치인들까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김부겸 전 국무총리까지 이 대표에 각을 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대대적인 지각변동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총리가 정치 재개를 위한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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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행보 안하던 김부겸, 다시 언론에 등장한 이유는?
김부겸, ‘선거제 개편’ ‘이재명 리더십에 소신 발언정치 재개신호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가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정치 재개 신호탄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은 더불어민주당의 어수선한 상황과 맞물려 향후 그가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경북 출신인 김 전 총리는 경기도 군포와 대구 수성구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총리에서 퇴임하면서 정치 은퇴도 선언했었다.

그는 경기도 양평에 집을 짓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대안으로 거론됐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인해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경우를 가정해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명계와 비명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비명계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이재명 대표는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로 인해 여당과 비명계로부터 끊임없이 당대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역할론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향후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민주당을 안정시킬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부터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비명계와 손잡고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총리 퇴임 후 16개월만 공식 인터뷰 왜?

그동안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김 전 부총리가 다시 언론에 등장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최대 쟁점이자 난제인 선거제도 개편 문제에 대해 공개 목소리를 표출하고 나섰다.

선거제도 개편 문제는 민주당 내 갈등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방안과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방안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추진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다.

이 대표는 대선 당시 총선용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약속했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는 이 대표가 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 75명은 최근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하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출범시킨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입장문을 내고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에서 선거는 승부다. 이상적 주장으로 (총선에서)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나 위성정당 출현이 가능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선거제를 놓고 당내 파열음이 심화되자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 및 권역별 비례제 도입이라는 절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대표가 단식투쟁 할 당시 방문한 이낙연 전 대표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단식투쟁 할 당시 방문한 이낙연 전 대표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의총에서는 크게 병립형 회귀 및 권역별 비례제준연동형제 유지 및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둘러싼 혼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 보도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먼저 위성정당 창당을 막아야 한다. 의원 50여명이 위성정당 방지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지도부에게 원칙 준수를 결단하라는 목소리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원내 1당이 다른 일은 강행처리하면서 왜 이 문제는 끌려다니나라며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더라도 민주당만이라도 단단한 원칙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김 전 총리는 준연동형 도입은 지역주의를 넘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가자는 의지였다단순한 정치 사안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관점으로 볼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 발전을 가늠케 할 제도가 후퇴하면 안 된다는 절박감, 후퇴를 막아야 하는 게 민주시민의 의무라는 생각에서 입을 열게 됐다민주당 지도부가 단호한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 간곡히 호소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 시 위성정당을 안 만들면 1당이 어렵다는 현실론을 든다는 질문에는 위성정당 창당 방지법을 만들면 된다윤석열 대통령도 이 법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이 원칙을 지키면 국민의힘도 지킨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잘하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이 대표가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데, 더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이면 당의 단합도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민주당의 힘은 다양성 존중, 역동성에 있었는데 최근 이런 모습이 위축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 재개 여지 남겨이낙연 등 비명계와 손잡고 신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인사나누는 김부겸 전 총리. 뉴시스
이낙연 전 대표와 인사나누는 김부겸 전 총리. 뉴시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1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부겸 전 총리의 언급에 대해 그분도 양평 가서 양평 거사로 지금 편하게 지내신 지 꽤 됐다. 이제 정치 안 하시겠다고 하고라며 그런데 그런 분이 목소리를 낸다는 거는 이거는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원로 정치인인 유인태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그렇게 권력 의지가 강하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몰려서 이러고 있다는 표현을 쓴 거 보면, 그리고 김부겸 전 총리까지, 거기에 정세균 전 총리까지 이렇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불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당을 이렇게 사당화로 몰아가는 데에 대해서 다들 부글부글 하고 있지만 괜히 선거 앞두고 어떤 분란을 안 일으키려고 말도 조심해 오고 그동안 다들 입 다물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말이 터져 나오는 거는 이게 그렇게 심상한 조짐이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달 28일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진행한 포럼 기조연설에 참담하다.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정책이나 비전을 내놓는 활동이 미약해졌고, 어쩌다 정책을 내놓아도 사법 문제에 가려진다고 비판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최근 전남대학교 강연에서 여야 정치권에 민주주의는 공존과 통합의 기술이라며 쓴소리를 냈었다.

김 전 총리가 공개 목소리를 낸 것을 정치 재개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그는 일단 이를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역할’ ‘계기등을 언급하며 여지를 남겼다. 김 전 부총리는 총리 퇴임 후 16개월여 만에 공식 인터뷰에 나선 것에 대해 정치 재개로 봐도 되나라는 질문에는 아직 부정적이다면서도 내 스스로 새로운 역할을 할 만한 의무감이나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상황이 바뀐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가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비명계와 신당 창당에 힘을 모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민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낙연, 정세균, 김부겸 이분들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면 함께 뭔가 논의하고 그럴 수도 있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거는 아직 모르겠다같은 생각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해법 또는 어떤 일을 같이 도모하자 또는 대응하자, 이런 얘기까지 같은 생각인지 여부는 제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문제 의식, 지금 현재 상황을 보는, 이 상황대로는 안 된다. 지금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이끄는 이 방식, 이 길로 가면 안 된다라고 하는 생각에 대해서는 저는 일치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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