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난 사람이긴 합니다. 민주당에 연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이재명이란 정치인이 지금처럼 완벽하게 민주당을 장악할 거로 본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지금 민주당은 빈틈없는 이재명당입니다. 노무현도, 문재인도 이 정도로 당을 틀어쥐진 못했습니다. 총재 시절 김대중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도 비주류는 있었고, 이들이 숨 쉴 공간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비주류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조웅천, 김종민, 이원욱, 윤영찬 같은 사람은 비주류에 해당합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을 돕지 않은 사람들도 비주류에 해당합니다. 박광온, 설훈, 박영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데 친명은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재명과 거리를 두거나 멀어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이 숨쉬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질식할 것 같다고 합니다. 친명계, 이재명 대표의 극성스러운 지지자인 개딸들은 이들더러 나가라고 합니다. 숨도 쉬기 어렵게 만들어서 내모는 전략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지금 민주당의 주류는 비주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적으로 여깁니다. 당 밖 인사들보다 더 모질게 대합니다. 떠날 테면 떠나라고 합니다.

개딸들이 이들 비주류를 부르는 공식 명칭은 수박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상종하지 못할 작자들이란 뜻의 멸칭입니다. 사람의 겉과 속이 왜 한결같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도 동의는 어렵습니다. 기준이나 잣대는 없습니다. 그냥 이재명에 줄을 안 서거나, 의견이 다르면 수박인 겁니다. 수박이 안 되려면 입 닥치고 따라야 합니다.

수박이라고 뒤에서 욕만 하는 정도면 견딜 만 할 텐데, 이재명 대표의 개딸들은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조리돌림하고, 사무실에 전화해 따지고 욕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국회사무실과 지역사무실에 직접 찾아와 수박을 깨뜨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실제 여론조사 지지율로 이어지니 더 심각합니다. 슬슬 눈치만 보게 됩니다.

이재명 대표가 선거제도와 관련해서 고심 중일 때,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구나라고 관측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재명 대표가 세상을 옳고 그름이 아닌, 이익이 되냐, 안되냐의 잣대로 보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병립형으로 가야 민주당 비주류나 조국 신당을 막고 이재명당이 의석을 독점할 수 있기에 답은 정해져 있다라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 있겠냐아주 솔직한 자기 고백입니다. 이 대표가 이렇게 속내를 훤히 드러낸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이재명답지 않습니다. 그만큼 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당에서 논란은 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의 뜻대로 될 겁니다. 반박하면 누구든 수박이 될 수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치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함께 갖춰서 하는 것서생은 옳고 그름을 따집니다. 상인은 이익이 되느냐 마느냐를 따집니다. 정치가 서생에 머물면 탁상공론이 되고, 상인에 머물면 정치가 사유화됩니다. 지금 이재명 대표에게서 서생의 면모를 찾긴 어렵습니다. 상인 이재명은 민주당을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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