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 차관은 설문조사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주52시간제를 유지하며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 차관은 설문조사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주52시간제를 유지하며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올해 3월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으나, 1주 69시간제라는 비판이 거세지자,정부는 다시 대국민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일단락됐다. 

지난 13일에 고용노동부는 “근로 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고용노동부의 근로 시간 제도 개편 방향을 살펴보고 이와 함께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근로감독 결과 및 향후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임금체불, 연장근로 한도위반 업장 행정,사법 조치
-근로자의 건강 우려... 안전장치 마련

고용노동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설문조사(근로 시간 전반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고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 정책 수요조사와 국민 인식조사를 구분해 실시, 한국노동연구원 및 한국리서치에서 수행)는 노사와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고 진솔하게 청취하기 위해 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방문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설문 대상자에게 관련 제도와 질문을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법정 근로시간 40시간 + 연장근로 한도 12시간)가 상당 부분 정착됐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는 여전히 애로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주 52시간제에 대해 국민의 절반(48.2%) 정도는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지만, 절반 이상(54.9%)의 국민은 업종이나 직종별로 다양한 수요 반영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주 52시간제로 인해 실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에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 방식을 문의한 결과, 기업들은 포괄 임금 활용, 추가 인력 채용, 수주 포기 등이 있었고, 일부 기업들은 근로 시간과 관련한 법령을 무시한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현재 1주 단위 → 1개월 또는 분기 단위 등)이나 일부 업종ㆍ직종에 한정해 도입하는 것에 대한 동의 응답이 많았다고 발표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연장근로 관리 단위 개편이 필요한지와 관련해서는 업종의 경우 제조업과 건설업, 직종의 경우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에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노사 모두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근로 시간 개편 관련 논의 개시

고용노동부의 이번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우리나라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귀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고용노동부는 이번 설문조사에 나타난 국민 의견을 수용하고 노사가 원하는 분야 중심으로 개선하되 세부 방안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근로 시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노사가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개편 대상 업종이나 직종에 대해서는 장시간 근로, 근로자의 건강권 문제 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근로자 건강권 보장방안에 대해 노사 모두 주당 상한 근로 시간 설정, 근로 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이와 함께,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며, 현장의 수요와 관행, 다양한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노사가 함께 만족할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괄 임금 오남용 기획 감독 결과

고용노동부는 이번 근로 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2023년 1월부터 8개월 동안 포괄 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에 대해 실시한 근로감독(기획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근로감독은 노동계, 익명신고센터 등을 통해 제보된 포괄 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8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그 결과 임금체불 64개소(73.6%, 26.3억 원 체불), 연장근로 한도 위반 52개소(59.8%) 등을 적발해 행정ㆍ사법 조치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포괄 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즉시 범죄인지 6개소, 과태료 부과 11개소, 시정지시 679건 등이 있었고, 특히 연장근로 한도를 다시 위반한 2개 사업장, 연차 및 주휴수당 등 상습적인 체불 사업장 4개소에 대해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범죄인지해 검찰로 사건을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결과 국민의 48.2%가 '현 근로시간 제도로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일부 업종·직종에만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자 43.0%, 사업주 47.5%, 국민 54.4%가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뉴시스]
지난 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결과 국민의 48.2%가 '현 근로시간 제도로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일부 업종·직종에만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자 43.0%, 사업주 47.5%, 국민 54.4%가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뉴시스]

구체적 위반 사례로, ① 건설 현장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 고정 OT 제도’를 운영하면서 근태기록을 법정 한도 내에서만 관리하고 1주 52시간 초과분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 근로자 면담 결과, 휴일근로가 다수인 근로자들의 평일 근로 시간이 짧게 기록된 점을 확인해 총 38명에 대한 수당(약 3000만 원) 미지급을 적발한 경우가 있었다. 또한, ② 도금업체에서 관리직원을 대상으로 고정 OT를 운영하면서 출퇴근 시간 등을 전혀 관리하지 않으면서 고정 OT 초과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 사내 인트라넷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포렌식 분석, 고정 OT를 초과해 근무한 명세를 확인해 총 10명에 대한 수당(약 700만 원)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적발한 경우도 있었다. 

-포괄 임금 오남용 관련 처리 방안

고용노동부는 앞으로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적극적인 근로감독을 지속해서 실시해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용노동부는 익명신고센터 DB 등을 활용해 포괄 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에 대한 집중 근로감독을 2023년 4분기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IT·건설·방송·통신··제조 등 장시간 근로 및 체불 관련 취약 업종에 대한 포괄 임금 오남용 감독을 2024년에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영세 사업장이 근로 시간을 기록·관리하지 못하는 비중이 높고, 포괄임금 감독 결과 오남용(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근로 시간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공공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 관리를 포함한 근태관리와 관련해 유료(민간) 프로그램 활용이 어려운 영세 사업장에 기록·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노사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11월 13일부터 시범적으로 오픈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www.moel.go.kr)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사업장 PC에 저장해 활용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공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 정식 오픈은 임금 명세서 프로그램 고도화 서비스와 연계해 오는 12월 중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정부는 공공 프로그램 이외에도 유연 근로 등의 확산을 위해 웹 기반의 민간 프로그램(근로계약부터 근로 시간 관리, 임금 산정 및 임금 명세서 교부, 연말정산 등 포함)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2024년 정부 예산(20억, 800개소)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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