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수명·상환 능력이 고려되지 않은 대출" 지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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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이지훈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60대 고령 신혼부부들에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상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여론이 시끄럽다. 금융위원회가 정책 허점을 인정하고도 시중은행과 달리 즉각 바로 잡지 않았다는 지적도 난무한다. 

- 주담대 받은 고령 신혼부부 201쌍...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꼽혀
- '금융위위원회 정책 허점 인정하고도 바로 잡지 않는다' 주장도

지난달 24일 강훈식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금공의 50년 만기 주담대(우대형)는 만 34세 이하 또는 혼인 신고일 기준 7년 이내 신혼부부가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신혼부부의 경우 연령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고령이어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기대 수명과 상환 능력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고령의 가입자 상환 능력 고려치 않아 '논란'

해당 논란은 지난 10월 11일 진행된 금융위 국감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50년 만기 정책금융상품도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라는 조건 때문에 60대가 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40·50대 신혼부부 798쌍이 2255억 원만큼의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고 있으며, 60대 이상 신혼부부도 5쌍(15억)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위는 “고령 신혼부부 차주가 50년 동안 상환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신혼부부에 대해선 생각 못했다”며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하면 100% 다 인정한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 조차도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의 일부 오류를 처음 인지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금융위는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강훈식 의원실의 국정감사 후속 조치 자료 요구에 대해 "제도 운영상황·신청 추이 등을 면밀히 살펴보며 필요 시 제도개선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변해 사실상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가 시정을 미루는 두 달 동안, 60대 신혼부부가 추가 이용했음은 물론, 40대이상 60대 미만 50년 만기 대출도 200건 이상(604억 원 증가) 증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뉴시스]

앞서 금융위는 지난 9월13일 가계 부채 점검 회의를 통해 시중은행이 취급한 50년 주담대를 가계부채 급증 원인으로 지적하며, 연령제한 없는 50년 주담대를 잘못된 상품이라고 비판하고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하나, 우리 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고, 국민은행은 40년 초과 주담대에 대한 연령제한을 신설했다.

동시에 신한, 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 모두 DSR(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했다. 금융위 지시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취급 중단, 연령제한, DSR 산정 만기 제한 등을 즉각 조치했지만, 대조적으로 금융위는 정책상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강 의원은 “금융위가 자신들도 잘못 설계한 정책상품을, 비슷하게 취급한 시중은행만 비판하고 정작 자신들의 오류는 시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식의 태도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즉시 오류를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 설계된 금융상품..가계부채 영향 미쳐

본지는 금융·경제 전문가인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 교수는 현 대한민국 금융·경제 상황에 대해 “물가 상승과 경기 부진이 결합된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이다. 또한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이 다수 존재 한다. 위험 요인들이 즉시 위기를 초래하는 사항들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택금융공사의 고령 신혼부부에게 ‘5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 판매에 대해 “일반적인 금융기관이 아닌 정책 금융 상품이기에 전체적으로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고 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2조3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그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등으로 지적받자, 금감원은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규제 준수 여부와 여신심사의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50년만기 정책 주담대(특례보금자리론) 취급현황 변화. [출처 :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위원실[
50년만기 정책 주담대(특례보금자리론) 취급현황 변화. [출처 :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위원실[

지난달 30일 금감원이 발표한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에 따르면 “일부 은행에서는 리스크 부서가 50년 만기 주담대에 금리 리스크 확대 등의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무시되고 영업 부서 의견대로 만기 확대가 진행됐다”며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 발견된 은행권 대출 심사 및 영업 행태상 문제점을 개선토록 지도하고 향후 제도개선에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 누증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 비율이 지속해서 상승해 왔다.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기업 대출 대비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 및 안정성, 차주 단위 대출 규제 미비,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자산 수요 증가 등이 가계부채 누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담보대출의 LTV 비율이 낮고 상환능력이 양호한 고소득 차주의 비중이 높아 현재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 불안정으로 이어질 위험은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세 제약 및 자산 불평등 확대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앞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경제 및 금융 발전 속도에 맞춰 변동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책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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